50대 중반의 주부 A씨는 3년전 폐경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손 마디가 붓고 뻑뻑함을 느끼다 최근에는 어깨마저 불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흔히 말하는 '오십견'이 나에게도 생기는가 싶어 아침 일찍 산책도 하고 공원에서 어깨를 돌리는 운동도 시작했다. 운동을 다녀온 직후에는 컨디션이 좋아지는듯 했지만 집안일을 시작하면서 어깨는 더 불편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고난 뒤에는 어깨가 더 아파졌고, 팔을 양옆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각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어깨가 굳으면서 등도 아파졌다. A씨의 어깨에는 과연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A씨는 실제 환자가 아닌 50대 중후반 연령대 환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들을 조합한 것이다. 어깨 문제를 가지고 병원에 찾아오는 많은 환자들은 다들 각자의 경험이 모두 다를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놀랍도록 비슷한 경험을 토로한다. 일을 심하게 한 것도 아닌데 언제부터 어깨가 뻑뻑하고 아픈 부위도 '콕 집어' 어깨가 아닌 어깨 주위 윗팔과 등쪽으로의 퍼져나간다. 진료를 보는 동안에도 윗팔을 열심히 주무르면서 부드럽지 않은 어깨를 허공에 휘두른다. 본인들도 오죽 답답하면 하는 행동들일까.
어깨는 다리와 같이 항상 일을 하는 관절은 아니다. 때문에 관절의 뼈와 연골이 계속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윗팔뼈와 날개뼈 사이에 연골이 퇴행성 변화를 가지게 된다. 어깨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1단계. '상부관절와순 전후병변'(SLAP 병변, 슬랩 병변)은 30대 중후반 시기부터, 날개뼈에 붙어있는 연골부위에서 이두건(장두)이 붙는 부위부터 연골이 찢어지는 퇴행성 변화다. 그러면 이 부위를 수술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이 테두리 연골의 기능은 어깨 관절의 음압, 혹은 진공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되어 윗팔뼈 머리가 날개뼈 그릇 안에서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이 부위를 수술하더도 다시 이전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수술의 적응증에도 포함되지 못한다. '더 찢어지지 않게 하고 통증을 줄이는' 목적으로 일부 운동 선수들에서만 봉합이 이뤄진다. 일반인들은 이 병변이 더 심해지지 않도록 자꾸 당겨지는 이두건 힘줄을 아예 끊어버리는 것이 통증 호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2단계. '충돌증후군'.
첫 단계에서 발생한 음압이 줄어들면, 어깨를 들어올릴 때 어깨 관절이 예전처럼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즉 상완골 머리가 살짝 빠지면서 위로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어깨 옆에 붙어 있는 두둑한 삼각근이 상완골 머리를 들어올리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부터 어깨에서는 '소소한 병들'이 본격적으로 발생한다. 심하지 않을 때는 상완골 머리 뼈 주위와 어깨 지붕에 해당하는 '견봉'이라는 뼈 사이에서 충돌을 막아주는 점액낭(bursa)이 완충을 해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고, 주변으로 확장되면서 어깨 주위에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불편감이 생긴다. 염증이 어깨 관절 주머니 전체로 퍼지고, 잠을 자고 쉬는 동안에는 염증이 가라 앉고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러면 관절 주머니 전체가 쪼그라드는 '오십견', 정확히는 '동결견'이 발생한다. 또는 관절 안의 화학적 변화로 '석회성 물질'들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는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50대 중후반 연령대의 환자들은 본인 몸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가 치료에 들어간다. 젊었을 때는 하지도 않던 어깨를 '휘두르거나 찢는' 스트레칭 같은 행위들을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사실 이 단계까지의 올바른 치료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활하고, 아프지 않은 쪽으로 취침을 하며, 약물 치료를 통해 염증을 가라앉히면 된다. 오히려 일이 바빠 스트레칭 할 여유 조차 없는 경우가 더 예후가 좋을 수도 있다.
마지막 단계. '회전근개 손상, 파열'
'회전근개'는 처음에 언급한 상완골 머리가 날개뼈 그릇에 잘 위치하기 위해 존재하는 안정 구조물로 '큰 인대나 힘줄'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물론 근육으로 말해도 될 것 같은데 보통 근육이나 힘줄로 표현하면 굉장히 큰 구조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지만, 회전근개는 사실 연약하고 약한 구조물이다. 보통 손가락의 힘줄이 끊어지면 어떤 동작이 잘 안되니 어깨도 그럴 것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이런 점들이 많은 오해를 불러온다. 여기서 강조점 몇 개만 짚고 넘어가자.
△회전근개가 끊어져도 어깨는 움직이고 돌아간다. → 어깨가 움직인다고 회전근개 파열은 없을거라는 생각은 오해다.
△회전근개는 끊어지면 다시 회복되지 않고, 시간이 지날 수록 파열 크기가 커지기만 하고 작아지지 않는다.
회전근개 손상 단계부터는 대개 수술적 방법이 필요하게 된다. 어깨의 수술은 보통 '뼈'가 아닌 '인대, 힘줄'에 대한 수술이다. 회복도 '뼈' 관련 수술보다 기간도 길고 단순 엑스레이만으로는 경과를 알수 없는 막연함이 있는 수술 후 과정이다. 어깨 관절은 정형외과 전문의들도 세부 전공을 하지 않으면 엉뚱한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관절이다. 이런 어깨 관절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초기 진료부터 비용이 들더라도 정확한 병변 상태를 객관적인 MR 검사를 통해서 파악하고 치료하는 것이 오히려 전체 비용이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면 심한 회전근개 파열임에도 충격파나 도수 치료 등으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병변 크기를 확대 시키는 안타까운 경우들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요약하면 △30대 중반 이후 어깨의 불편감은 대개 퇴행성 변화다 △병의 큰 줄기는 '관절 와순 전후 병변' → '충돌 증후군'(속하는 작은 병들: 석회성 건염, 동결견 등) → 회전근개 파열 △충돌 증후군 단계에서 억지로 어깨를 휘두르면 그 단계의 불편감을 더욱 유발, 악화 시킬 수도 있고 회전근개 파열 단계로 빨리 넘어갈 수 있다.
어깨는 단순 엑스레이나 초음파로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원인 파악이 힘들 수 있는 관절이다. 어느 관절보다 불편감도 심하게 느끼는 부위이지만, 정확한 이해를 통하면 병을 키우지 않을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부디 막연함을 가지고 후회를 남기지 않는 정확한 치료를 진행하기를 바란다.
※도움말: 삼성큰병원 대표원장 의학박사 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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