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태원 참사 당일 112 신고 대응 기록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유족들은 경찰이 "참사 직후부터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해왔다며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짓된 사실이 경찰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되고, 국정조사 등에 보고된 것"이라며 윤 청장, 김 청장의 사과·사퇴 등 요구안을 담은 항의서한을 경찰에 전달했다.
이들은 △정보보고서 삭제 및 은폐 △(마약부검 등) 희생자 책임전가 논리 수립 등 경찰의 지난 행적을 지적하며 "112 최초 신고조차 조작을 했는데, 지금까지의 경찰의 해명 및 제출자료 역시 거짓 해명이거나 조작된 자료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7일 검찰은 '경찰이 참사 당일 112신고 대응 기록을 허위로 기재하고, 일부 기록은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한국방송>이 단독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경찰은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 28일 6시 34분에 접수된 최초 신고 기록을 같은해 10월 31일과 11월 1일에 걸쳐 두 차례 수정했고, 이에 따라 해당 기록 내 출동인원 및 출동기록 등 내용이 수정됐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해당 신고대응 기록을 공개하면서 '경찰은 최초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며, 당시엔 위험성이 크지 않아 철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참사현장에 출동했다고 기록된 순찰차는 실제로는 현장에서 300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무전취식 신고를 처리 중이었던 걸로 알려졌다.
민변 10.29 이태원 참사 대응 TF 소속 임한결 변호사는 검찰의 압수수색 내용과 관련 △경찰이 최초 신고대응 기록 1건을 허위로 기재했으며 △이외에도 10건에 대한 신고 처리 기록을 허위 기재했고 △이는 참사 당일 접수된 인파밀집 관련 신고(11건)와 그 수가 동일하다는 점을 주요 사안으로 지적했다.
결국 "인파 관련 신고에 대한 경찰의 적절한 조치는 없었고, 따라서 이를 은폐하기 위해 모든 관련 대응 기록을 허위로 작성하였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 임 변호사의 주장이다.
임 변호사는 그러면서 △대응 기록의 작성권자는 명백히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에 해당하고 △윗선이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이를(허위기록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면, 그들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또는 각 은폐 행위 등에 있어 공범이 될 수 있으며 △국정조사 당시 11건의 인파 밀집 관련 신고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처럼 보고한 서울경찰청 역시 위증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유족들은 "(경찰이) 신고내역만 조작했을 것이라 누가 믿을 수 있겠나" 물으며 '이태원 특별법' 제정을 통한 독립조사기구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정민 유가협 부대표는 "(경찰이 신고 기록을 조작한 상황에) 이젠 더 이상 방법이 없음이 확연해졌다"라며 "오직 특별법을 통한 조사기구만이 이들의 만행을 온 천하에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참사 희생자 고(故) 이상은 씨의 아버지 이성환 씨 또한 "(경찰은) 조작한 내용을 들고 나와서 유가족, 전국민에게 사기를 쳤다"라며 "이런 사실들로 인해 우리 유가족들은 독립적 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더욱 더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족들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관련 책임자들이 112 최초 신고 조작을 비롯해 경찰이 자행한 증거은폐 행위 등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유가족들에게 직접 사죄할 것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관련자들이 112 최초 신고 조작 등 일련의 증거 은폐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경찰 측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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