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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의 "압도적 대응"이 일으키는 '압도적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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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의 "압도적 대응"이 일으키는 '압도적 불안'

[정욱식 칼럼] 남북미 지도자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커지는 안보 불안

"이러다 전쟁 나는 거 아니에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필자에게도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계속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전쟁이라는 게 확률적으로는 매우 낮더라도 일단 터지면 그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을 유념해야겠지요." 질문을 받은 나는 이 정도 수준의 답변을 내놓곤 한다.

아마도 사람들이 느낄 안보 불안감은 3월 중·하순에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은 3월 13일부터 2017년 이래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에 돌입했고, 북한은 강경 대응을 천명하면서 군사적 맞대응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미연합훈련의 규모와 성격이 예사롭지 않다. 2018∼2022년 지휘소 훈련(CPX) 중심으로 축소해 진행되었던 훈련이 올해부터는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라는 이름으로 대규모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중후반에 전구(戰區)급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지휘소 훈련으로, 실기동 훈련은 대대급 이하 중심으로 실시되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실기동 훈련도 전구급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전구급이란 한반도 전면전을 상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휘소 훈련은 물론이고 실기동 훈련도 세계 최대 규모 훈련이 부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6일 한반도 서해 상공에서 한국측 F-15K 및 KF-16 전투기와 미국측 B-52H 전략폭격기가 참여한 가운데 한미 공군이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에 시작되어 23일까지 11일간 실시될 예정인 '자유의 방패' 연습에 대해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최근에 일어난 전쟁·분쟁 교훈 등 변화하는 위협과 달라진 안보 환경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미는 해병대가 주축이 되는 '쌍룡 연합상륙훈련'과 '티크 나이프(Teak Knife)'로 불리는 연합특수작전훈련,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연합항모강습단훈련',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가정한 '한미일 미사일경보훈련', 연합야외기동훈련인 '전사의 방패 연합야외기동훈련'(Warrior Shield FTX)' 등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연합훈련의 성격 역시 공세적인 측면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이전에는 방어와 반격 두 단계로 나누어 중간에 휴식을 거쳤지만, 이번에는 휴식 없이 11일간 연속 진행키로 한 것이 눈에 띈다. 또 한미 군 당국이 반격에 북한 점령 및 안정화 작전이 포함된 것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도 과거와는 달라진 양상이다.

이렇듯 강화되고 있는 연합훈련의 규모와 성격이 볼 때, 과연 한미동맹이 한반도 위기 예방 및 관리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대북 억제와 억제 실패 시 격퇴라는 전통적인 의미를 넘어 유사시 북한 점령 및 안정화 작전을 강화하고 이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것은 매우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훈련 규모와 성격이 "연례적·방어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정책 법제화를 통해 핵무기 사용 조건을 구체화했는데, 그 핵심 조건이 바로 한미동맹의 무력통일 시도를 저지하겠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가 유사시 무력통일을 목표로 한 훈련을 강화하면 북한의 맞대응 수위도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칫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국지 충돌이 핵전쟁을 포함한 확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아마도 한미동맹의 의도는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에 질세라 북한도 "압도적 대응"을 경고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강력한 의지 표명이 전쟁 억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과 북한이 이구동성으로 "압도적 대응"을 천명하면서 경쟁적으로 무력시위를 벌일수록 '압도적 불안'을 느끼는 한반도 주민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말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면서 실제로는 철부지처럼 근육 자랑에 여념이 없는 남북미 지도자들의 무책임한 행태가 유감스러운 까닭이다.

한반도의 땅과 바다와 하늘을 누비고 있는 수많은 무기와 장비는 민생고를 완화하는 데에 사용되어야 할 소중한 자원의 낭비를 동반한다. 이들 무기와 장비가 내뿜는 화염 속에서는 존재론적 위협으로 일컬어지는 기후위기를 더더욱 악화시키는 온실가스가 가득 담겨 있다.

압도적 대응으로 상대방에게 압도적인 두려움을 주겠다는 군사주의가 악순환의 늪에 빠지면, 외교의 공간은 작아지고 전쟁 위험은 커진다. 남북미 지도자들이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상식들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일 서부전선의 중요작전임무를 담당하고있는 화성포병부대의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둘째 딸 '주애'도 훈련 현장에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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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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