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김기현 후보가 강원도에 "대통령 측근 국회의원"이 많다며 이들과 힘을 합쳐 강원도를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작 강원 지역 맹주 격인 4선 권성동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와 관련해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후보는 23일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이번에 왜 전당대회를 하게 됐나. 내부총질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또 당 대표 되겠다는 분이 당내 분란을 일으키고 대통령과 견제하고 싸우겠다면 용납되나"라며 "총선 이기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당내 안정이다. 그러려면 대통령과 대표가 호흡이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어 "윤 대통령과 친한 측근 국회의원 어디에 제일 많이 있나?"라고 당원들에게 물은 뒤 "강원도"라는 답이 돌아오자 "그러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대통령과 가깝다고 당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사람 뽑아야 되겠나"라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함께 손 잘 잡고 대통령께서 가장 신임하고 아끼는 강원도 의원들과 손 잘 잡고 강원도 발전을 앞당기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의 이날 발언은 강원도를 지역구로 둔 친윤 의원 모임 '국민공감' 간사 중 맡고 있는 유상범·이철규 의원 등이 자신과 함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재 국민의힘 강원 지역 의원들의 맹주 격이자 '윤핵관 맏형'으로 불렸던 권성동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전당대회 관련 지지후보 등 입장을 묻는 분이 많다. 제가 대통령의 측근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전당대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국정운영과 전당대회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전당대회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개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분들이 '자기 땅에 터널을 뚫어달라'고 압력 넣었다고 한다"며 "소유한 산 밑에 터널 뚫으라고 로비했다는 게 말이 되나?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전당대회를 흐리는 분을 당 대표로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 후보는 이날 오전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가 된 땅의 가격이 1800배 올랐다는 의혹 제기는 터무니없다며 1800배 오른 땅은 인근에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땅이고 김 후보 소유 땅은 개발이 불가능한데다 공시지가도 5배 가량 올랐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후보의 해명에도 안철수 후보는 부동산 의혹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안 후보는 이날 연설회에서"작년 대선 때 대장동 사태를 일으킨 이재명에게 표를 줄 수 없어서 정권교체가 된 것처럼, 부동산 의혹이 있는 김 후보가 대표가 되면 국민들 표 제대로 받을 수 있겠나"라며 "특히 2030 세대의 분노를 사서 김기현 후보는 이미 그 터널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자신의 과거 이력에 대한 김 후보의 공격을 의식한 듯 민주당을 향한 공세와 보수 정체성 강조에 주력했다. 안 후보는 "저는 문재인 정권을 향해, 한미연합훈련 제대로 하라고 호통쳤다.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돌려주고, 사이버 방첩조직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며 "정치하는 내내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데 앞장섰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건강한 보수주의자가 바로 저"라고 강조했다.
채권 시장 대혼란을 야기한 '레고랜드 사태'에 대해서도 안 후보는 "민주당은 국가 재정만이 아니라, 강원도 재정도 망쳐 놨다"며 "민주당이 불공정 계약한 레고랜드, 김진태 지사한테 다 뒤집어 씌우고 국가부도 위기가 올 것처럼 선동하지 않았나"라고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안 후보는 또 "저는 이재명 호위부대를 자객 공천으로 퇴출시키겠다고 공약했다"며 "당원들께서 우선적으로 퇴출시켜야 할 민주당 의원들 선정해 달라. 당원들의 뜻을 모아, 제가 민주당 저질 공격수들 싹 정리하겠다"고도 했다.
한편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1일~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4명에게 수행해 이날 발표한 국민의힘 당대표 지지도 여론조사(무선 90%·유선 10%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3.4%)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 413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8%포인트) 사이에서 김 후보가 44%의 지지를 받아 2위인 안 후보 22.6%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그 뒤는 천하람 후보 15.6%, 황교안 후보 14.6% 순이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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