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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바다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구산면 심리의 민간인 학살사건

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괭이바다*

마산만 앞바다에 둥둥 떠 있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어리 떼죽음을 바라본다

죽음이 밀려온 자리에는

악취를 풍기며 사람들이 아우성치는데

70년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

한반도 어느 지역보다 따뜻하고 평온했던

마산합포구 구산면 심리 산 24-1번지

이곳은 민족 반역자 따위에 관용을 베풀 수 없는 수몰현장

육군 특무대에 연행된 사람들이

무릎 꿇고, 눈을 가리고, 손발이 묶인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쓸쓸한 바다

지정된 장소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헌병대를 향해서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수감자들의 울부짖는 목소리 메아리친다

영문도 모른 채 바다로 끌려와서

활어처럼 파닥파닥 몸부림치는 지느러미

천천히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런 날이면 야삼경 남 다 자는 고요한 밤

해안선 따라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고양이 구슬픈 울음처럼 귓가를 맴도는데

오래전부터 청정해역으로 소문 난 괭이 앞바다

언제부턴가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해안가로 떠밀려오기 시작하고

고깃배 지나간 자리마다 생채기를 남긴 채

역사의 뒤란으로 황량한 바람만 분다

*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된 수감자들을 수장시킨 장소

▲ 괭이바다 ⓒ권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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