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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어디에?…'인하대 성폭력'부터 'SPC 끼임사'까지 '미승인 대자보'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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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어디에?…'인하대 성폭력'부터 'SPC 끼임사'까지 '미승인 대자보'는 안돼?

"대자보 사전 승인 제도는 표현의 자유 침해 … 교육부가 학제 개선 유도해야"

'승인되지 않은 게시물은 철거 대상입니다.'

학생들의 대자보 게시를 가로막아온 학교 측의 대자보 '사전 승인' 요구는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대학교 학칙이 학생활동을 위축시키는 꼴"이라며 "교육부 차원의 조사 및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14일 오전 "대학 내 대자보에 대한 사전 승인 요구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내용의 익명결정문을 배포하고 국내 모 대학교의 '학사행정규정 제14조' 및 '교내 홍보물 게시 및 관리지침'에 개정을 권고했다.

해당 대학교는 지난해 3월 학생회 소속의 한 재학생이 학교 운영 정상화를 촉구하며 학내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를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이란 이유로 학생의 동의 없이 철거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대자보) 사전 승인 제도를 미리 인지한 점 △대자보 자진철거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점 △대자보의 사이즈 및 부착 위치 등에 대한 규정을 위반한 점 등을 '동의 없는 철거'의 이유로 들었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규정하는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는 "사전 허가와 검인을 받아야만 홍보물을 게시할 수 있게 한 것" 자체가 결국 "대학 내 학생회의 건전한 의견표명과 자치활동을 근본적으로 제한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대자보 게시 및 철거 행위는 해마다 대학가에 ‘표현의 자유’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게시물을 사전 승인 받도록 하거나 게시물의 성격 및 형식 요건을 규정해 놓는 대학교 측의 '게시·부착물 규정' 등이 이 논란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 7월 발생한 인하대학교 성폭력·사망 사건 이후 익명의 인하대 재학생이 학내에 게시한 대자보. 학내의 성차별, 성폭려 문화를 지적하고 있다. 해당 대자보의 게시자는 지난 7월 26일 "인하대학교 학생지원팀으로부터 저희가 게시한 대자보를 '미승인 게시물'이란 이유로 철거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인하대학교 독립교지 <인하목소리> 트위터

지난 7월 인하대학교에선 같은 달 교내에서 일어난 인하대 성폭력·사망 사건을 계기로 성차별적 대학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의 익명 대자보가 게시됐다가 '미승인된 게시물'이라는 이유로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됐다.

당시 인하대학교 독립교지 <인하목소리>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어떤 문제에 관한 입장을 표현하는데 있어 매번마다 당국의 '동의' 혹은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나" 되물으며 "(이는) 아래로부터의 의견개진과 의견수렴, 의견표출 등을 가로막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부천 가톨릭대학교에서는 지난 달 한 재학생이 'SPC 제빵공장 노동자 끼임사' 사건과 관련, 사측의 태도를 규탄하며 교내 게시판에 붙인 게시판을 학교 측이 철거하면서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학교 측은 A2용지 크기였던 해당 대자보가 게시물 크기를 A4용지로 제한하고 있는 '홍보물 게시에 관한 규정'에 어긋난다고 철거 이유를 밝혔다. 이에 재학생들은 A4용지 9장을 이어붙이며 승인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학교 측은 '학생 1명당 게시물 1개'라는 부착 규정을 이유로 이를 재차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대자보 사전 승인 등을 요구하는 폐쇄적 학칙이 대학교 내의 다양한 의견 교류를 막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교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대학가 전반의 학칙이 학생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헌법 혹은 현행 고등교육법에선 '학생활동은 권장·보호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칙은 각 대학에서 정하도록 돼 있지만, 학칙이 상위 법령을 위반할 경우엔 교육부 장관이 행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라며 "교육부가 감독기관으로서 지금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게시물) 사전 승인·검열 제도 등의 실태조사와 개선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게시판의 배분 문제, 게시물 남용 문제' 등 각 대학교들이 주장하는 '게시물 부착 규정'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게시판이 부족하다면 추가로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대학교 대자보 활동은 우리 사회에 약자의 입장을 들어보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 경우가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혹시 모를 '부작용'이 우려된다 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부작용 방지책을) 고민할 수 있는데", 지금의 학칙들은 "대자보의 순기능 자체를 사전에 봉쇄하는" 경향성이 짙다는 게 임 연구원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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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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