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일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편입되면서 사실상의 한미일 삼각동맹이 공식화되고 있다.' 11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최근 미일동맹은 북한·중국·러시아를 명시적이거나 잠재적인 적대국으로 상정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3자간의 군사적 결속을 도모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 최소한의 균형을 도모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균형을 잃고 미일동맹 쪽으로 깊숙이 기울어지고 있다. 이번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은 그 결정판에 해당된다.
대북 군사공조에서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한미일 미사일방어체제(MD)의 가속화이다. 이와 관련해 공동성명에는 "날아 들어오는 미사일로 야기될 위협에 대한 각국의 탐지·평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자 한다"고 명시되었다.
미일동맹은 한국이 북한과 가장 근접해 있다는 지정학적 위치에 주목해 북한 미사일 발사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자고 줄곧 요구해왔다. 박근혜 정부 때 체결된 한미일 군사정보보호약정이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한미일의 MD 추구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증강 및 북중러 결속의 명분으로 작용한 점에 주목해 이와는 거리를 두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키로 함으로써 3자 MD는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당장 이지스함을 기반으로 하는 한미일 MD 훈련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가 미일동맹의 MD와 연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성주에 배치된 AN/TPY-2 레이더는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 다른 MD 자산에도 미사일 경보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공식적인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한미, 미일뿐만 아니라 한일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한미일이 공식적인 동맹조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의 군사동맹으로 향하고 있다는 진단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러시아와 관련된 부분도 미일동맹의 입장이 매우 강한 어조로 담겼다. 먼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은 안정적이고 안전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대와 인도-태평양 전력을 연계시키려는 미일동맹의 전략적 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
또 공동성명은 러시아를 강력히 비난하는 내용만 담았을 뿐, 미국 내에서조차 고개를 들고 있는 평화협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3국 정상은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강압적 활동을 통한 것을 포함하여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는데, 이는 남중국해 및 대만 문제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특히 3국 공동성명 차원에선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하나같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케 하는 대목들이다.
중국의 공세적인 언행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만, 합리적인 문제 해결과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균형적인 접근도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3국 정상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부합하여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를 포함, 법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는데, 정작 미국은 이 협약에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타국에게는 이 협약을 준수하라고 요구하면서 자국은 '미국 예외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한미일은 이번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중러를 사실상의 '공동의 적'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곧 한국전쟁 이래로 없었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가시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정학적으로 매우 민감한 위치에 있는 대한민국의 앞날이 심히 걱정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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