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청 정보국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정책 참고 자료' 문건의 내용이 시민사회의 움직임을 "날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일 오전 성명을 내 "경찰청은 마치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와 접촉하여 내부 정보를 알아낸 것처럼 거짓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경찰청이 정치적 선동, 날조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1일 SBS가 공개한 경찰청 내부 문건 '정책 참고 자료'를 살펴보면, 경찰은 한국여성단체연합에 대해 "성명을 통해 '사망자 중 여성이 97명 남성이 54명으로 알려진다'며 여성 피해자가 많았던 것을 거론"했다며 "당장은 여성안전 문제를 본격 꺼내들긴 어렵지만, 추후 여가부 폐지 등 정부의 反여성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 함"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2일 성명에서 여연은 "여성연합은 경찰과 접촉한 사실이 없으며, 위와 같은 (이태원 참사를 反여성정채 비판에 활용할 것이라는) 내용도 검토한 적이 없다"며 경찰 측의 동향 파악 자체가 "거짓"이라 못 박았다.
이어 여연은 "마치 단체 내부 구성원과 소통한 것처럼 거짓으로 작성"된 경찰 측의 이번 문건이 "본 단체가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며 악의적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여연은 30일 발표한 이태원 참사 관련 성명에서 "희생자 대부분은 10대에서 20대 사이이고, 사망자 중 여성 97명, 남성 54명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지만, 이는 언론보도 등에서도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사실관계 정보였다. 해당 성명엔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애도, 부상자들에 대한 쾌유 기원, 참사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 촉구 등의 내용만이 담겨 있었다.
여연 측 관계자는 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해당 정보는) 성명 발표 시점까지의 사실관계만을 설명한 문구"라며 "경찰 측의 판단 이유가 무엇인지, 이 중대한 시기에 왜 이런 문건을 작성했는지 우리로서도 너무 궁금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찰은 또한 해당 보고서에서 전국민중행동을 두고 "(이태원 참사를)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도 2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찰을 만난 적도 없다"며 "해당 문건의 내용은 완벽한 날조"라는 입장을 전했다.
박 대표는 특히 "경찰 문건을 보면 진보단체들이 이태원 참사를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몰고 간다는 내용이 있는데, 우리 단체 내부 논의에선 이미 '퇴진'이란 워딩 자체를 쓰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바 있다"며 경찰 측 보고서와 민중행동 측 방향성이 "아예 기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애도와 진상규명 필요성의 입장만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이를 정권퇴진 운동으로 발전시킨다는 발상은 완벽한 날조이자 '프레임 씌우기'다"라고도 했다.
경찰 측이 수집한 시민사회 여론동향을 담은 해당 문건은 이미 △참사 수습 및 대책 마련보다는 '정부책임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시민활동가들에 대한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해당 문건의 내용이 경찰 측의 임의로 작성된 내용이라면, '경찰이 시민사회의 성향이나 움직임을 임의로 판단해, 내부적인 대응을 기획하고 있다'는 추측까지 가능해질 수 있다.
박 대표는 "이번 문건은 경찰이 시민단체를 상대할 때 어떤 프레임을 짜서 대응하려고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종의 기획으로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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