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세대(世代)’의 정확한 뜻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세대(世代)’의 정확한 뜻은?  

요즘은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만큼 세대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번 인터넷 뉴스에서 어느 육십 대 할머니가 무인 판매점에서 아무 것도 할 줄 몰라서 울고 있었다는 글을 읽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필자도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학교에서 하는 일이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 해결하는데, 때로는 뭘 설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설치하고 로그인 다시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고, 이렇게 하다 보면 시간만 흐르고 진전은 없다. 이럴 때 학생이나 조교를 부르면 몇 초 안에 해결해 준다. 사실 얼마 전에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려면 ISign+OTP라는 것을 깔아야 하는데 하루 종일 가지고 놀다(?) 할 수 없이 대학원에 다니는 제자를 불러서 해결한 적이 있다. 이 제자는 몇 초 만에 해결해 주었다. 암호를 설정할 때 첫 글자는 대문자로 설정해야 하는데, 어느 곳에서도 그런 말은 없었다. 아마 요즘은 그것이 기본인 모양이다. 이건 세대 차이 정도가 아니라 열 대(?) 차이는 나는 것 같았다.(요즘은 이런 아재 개그를 하면 학생들은 못 알아듣는다.)

한 세대는 보통 30년이다. 세대(世代)가 한 번 바뀌는 기간이 그 정도 걸린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세대는 무슨 뜻이고 세(世)와 대(代)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어른들도 이 의미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자기가 몇 세손인지, 시조가 몇 대조인지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필자의 예를 들면 문헌공도(文憲公徒) 좌랑공파(佐郞公派) 34세손이고 시조이신 최충 선생은 33대조가 된다. 그러니까 대(代)와 세(世)에는 숫자 1의 차이가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와 세를 동일하게 알고 있다.

우선 세대의 의미부터 정확하게 알아보자. 사전에 의하면 세대(世代)란 “1.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들 2.부모가 속한 시대와 자녀가 속한 시대가 차이를 가지는 대략 삼십 년의 기간 3.부모와 자식, 손자로 이어지는 대”(고려대, <한국어대사전>)라고 나타나 있다. 예문으로는

우리는 아버지 세대가 물려준 가난을 극복했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 간의 생각의 차이가 나는 것을 세대 차이라고 한다. 지금 젊은이들은 “라테는 말이야.”라고 하면서 기성 세대를 풍자하기도 한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늘 하는 말 중에 “나 때는 말이야……” 하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풍자하는 말로 카페에 가면 “Latte is a horse!"라고 써 놓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세대 차이라고 하는 단어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대(代)는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즉 시조를 밝히고 본인의 항렬이 어느 정도에 왔는지 말할 때 위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대로 계속 시조까지 올라가는 계통을 말한다. 그러므로 몇 대조 할아버지라고 할 때는 몇 세손이라고 하는 것과 숫자 하나의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 몇 대라고 할 때는 기준점(시조나 기준이 되는 분 혹은 자기 자신)이 제외되지만, ‘몇 세’라고 할 때는 (기준점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대’란 “이어져 내려오는 종족의 한 단계”이기 때문에 1대가 되려면 아버지와 아들에서처럼 두 세대가 필요하기 때문이고, 그 반면에‘세’는 나폴레옹 1세처럼 당대(기준점/출발점)에서부터 헤아리기 때문“(최종희, <열공 우리말>)이다. 그러므로 할아버지가 물려준 가보를 ‘3대째 내려오는 가보’라고 하면 틀리는 말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1대, 아버지와 내가 1대 합해서 2대째 내려오는 가보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최종희, 위의 책 요약)

우리는 흔히 대와 세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으나 위로 올라가는 대와 밑으로 내려가는 세 사이에는 숫자 하나의 차이가 있으므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33대 조부님, 34세손과 같이 표현해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래로 내려오는 단계는 ‘몇 세손’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우리말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를 도외시하는 것은 한국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바른 표기와 표현을 위해 한자어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