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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가정 출신 영 총리, 난민엔 '강경'…내각 여성 부족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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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가정 출신 영 총리, 난민엔 '강경'…내각 여성 부족도 지적

1조2천억원대 자산에 시민 '거리감'…조기 총선 청원 들끓지만 취임 연설서 선 그어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첫 비백인 총리로 주목을 받지만 이민 정책에 있어서는 오히려 강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낵 총리는 인권 문제가 제기된 난민의 르완다 이송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난민 상한선 설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내각 주요 보직에 배치된 여성의 수가 적다는 점도 소수 인종 배경이 전향적 소수자 정책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평가를 뒷받침한다. 수낵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경제 안정을 핵심 의제로 삼겠다고 선언하고 조기 총선에는 선을 그었다.

25일(현지시각) 공식적으로 취임한 수낵 총리는 인도계 이민자 출신 부모를 둔 첫 비백인 영국 총리로 주목을 받는다. 총리직이 확정된 뒤 주요 인도 언론은 영국의 옛 식민지인 인도계 영국 총리 탄생을 주요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다만 수낵 총리가 소수 인종 배경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소수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당 소속인 수낵 총리는 같은 당의 많은 의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강경한 이민 정책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낵 총리는 지난 7월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뒤 새 당대표를 뽑기 위한 경선 과정에서 난민의 르완다 이송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4월 존슨 정부는 불법으로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을 비롯해 일부 난민을 르완다로 이송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발표 직후 인권단체의 비난을 받았고 지난 6월 유럽인권재판소(ECtHR)의 저지로 난민을 실은 르완다행 항공편이 극적으로 이륙 취소된 뒤 현재까지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수낵 총리는 지난 경선 과정에서 매년 허용되는 난민 수에 상한선을 두겠다고 밝혔으며 불법 입국 난민에 대한 감시 및 구금 권한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역시 강경한 이민 정책을 표방하는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내무장관을 다시금 내무장관직에 앉힌 것은 수낵 총리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브레이버먼 장관 역시 아프리카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25일 영국 대안매체 노바라미디어 객원 편집자인 마이클 워커가 수낵 총리의 난민 상한선 주장을 비판하며 "최근 프리티 파텔 전 내무장관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 사례를 볼 때 소수 인종 출신 정치인이 진보적인 정책 의제를 갖고 있다고 가정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파텔 전 장관은 우간다-인도계 부모를 둔 이주민 가정 출신으로 존슨 정부에서 난민의 르완다 이송 계획을 주도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수낵 총리의 첫 내각 주요 보직에 여성이 거의 없다고도 지적했다. 법무·재무·외무·국방·내무 등 5개 핵심 부처 장관 중 여성은 브레이버먼 장관이 유일하다. 단 7주 만에 총리가 교체된 상황에서 수낵 총리는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 제임스 클레벌리 외무장관, 벤 월러스 국방장관을 유임하며 내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 총리 사임 직전 사퇴한 브레이버먼 장관도 일주일만에 재기용 함으로써 사실상 유임했다. 다만 브레이버먼 장관은 당시 민감한 정보가 담긴 공문서를 개인 메일을 통해 보내 보안 규정을 위반한 탓에 쫓기듯 사임했기 때문에 재임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온다. <가디언>은 이번 인사가 당대표 후보 등록 과정에서 브레이버먼의 지지에 대한 보은이라는 평이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경쟁 후보였던 페니 모돈트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는 외무장관 자리를 원했지만 원내대표에 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모돈트 원내대표가 "더 일찍 사퇴하지 않은 데 대해 벌을 받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편 자산이 7억3000만파운드(약 1조2000억원)에 이르는 수낵 총리에 생계비 위기에 처한 영국 시민들이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관련해 지난 여름 당대표 경선 및 최근 총리 확정 과정에서 수낵 총리가 지난 2001년 BBC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노동계급 친구"가 없다고 말한 것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7월 부유한 지역인 켄트 로열턴브리지웰스에서 행한 보수당원 대상 연설에서 재무장관으로서 "빈곤한 지역에 자금을 쏟아 붓는" 정책을 취소하고 "이곳과 같은 지역"이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폭로됐다. 인도 정보통신(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인 배우자가 해외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 왔다는 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영국 주부인 알리샤 오즈칸(43)은 <뉴욕타임스>(NYT)에 수낵이 "부자인 건 상관없지만 세금 문제는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보수당이 지난 7월 존슨 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석 달여 간 총선 없이 두 명의 총리를 추가로 배출한 데 대해 민심은 들끓고 있다. 의회에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청원 서명자는 88만 명을 넘어섰다. 서명자가 10만 명이 넘으면 의회에서 이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돼 이미 지난달 20일 정부의 공식 답변에 이어 지난 17일 의회 토론이 진행된 뒤 총선 없이 새 총리가 취임했는데도 청원인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25일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6%가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조기 총선에 반대하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야당도 계속해서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수낵 총리는 25일 취임 연설을 통해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에게 위임된 권한은 어느 한 개인에 속한 것이 아니다"라며 조기 총선에 선을 그었다. 다음 총선은 2025년 1월에 예정돼 있다.

수낵 총리는 25일 취임 연설에서 "우리나라는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경제 안정과 신뢰를 이 정부의 핵심 의제로 두겠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 윤곽은 오는 31일 중기 재정 계획 발표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이 25일(현지시각) 런던 버킹엄궁에서 리시 수낵 보수당 신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국왕은 이 자리에서 수낵 대표가 총리로서 새 내각을 구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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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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