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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눈 감고 요직 임명했다가…영국, 24시간 동안 내각 44명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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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눈 감고 요직 임명했다가…영국, 24시간 동안 내각 44명 사퇴

퇴진 요구 장관 해임하기도…다음주에 재신임투표 다시 치를지 결정될 듯

24시간 만에 최소 44명의 내각 구성원이 줄사퇴하면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퇴진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총리는 사퇴를 권유하는 내각 장관을 해임하며 자리를 지킬 의사를 재확인했다.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을 보면 6일(현지시각) 사이먼 하트 웨일스 담당 장관을 포함해 하루 만에 영국 내각 구성원 44명이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전날 리시 수낙 재무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 사임을 시작으로 초유의 내각 눈덩이 사퇴가 벌어진 것이다. BBC는 내각 구성원 3분의 1이 떠난 상황에서 "정부가 기능할 수 있냐"며 비판했다. 카밀라 카벤디시 총리 직속 정책자문기구(Number 10 Policy Unit) 전 책임자는 "하원에선 당장 법안 통과를 위한 위원회를 운영할 사람도 모자란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덧붙엿다.  

외신은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 존슨 총리의 결단을 요구하는 내각 장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랜트 샵스 교통장관,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 하트 장관 등이 관저를 찾아 존슨에게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임명된 지 하루밖에 안 된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후 그의 비서는 이를 부인했다. BBC는 사임을 촉구하는 장관들뿐 아니라 존슨을 지지하는 내각 구성원들까지 관저 방문 행렬을 이어갔고 취재진이 몰리며 총리관저 앞이 "2019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타결 때만큼 붐볐다"고 전했다.

존슨은 스스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했다. 이날 존슨은 총리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마이클 고브 주택부 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총리실 소식통은 고브를 "뱀"에 비유하며 "큰 논쟁이 있을 때 같은 편에 서지 않는 뱀과 함께 갈 수는 없다"고 BBC에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BBC에 내각 장관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존슨이 "자신은 1400만명 유권자의 지지를 받은 총리"라며 사퇴를 완강히 거부했다고 전했다.

보수당 내에서 존슨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앞당기기 위한 결정은 일단 다음 주로 미뤄졌다. 존슨은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방역 규정을 위반하고 총리실 파티에 참석한 이른바 '파티게이트'로 이미 지난달 재신임 투표를 치러 기사회생한 바 있다. 당규상 다음 재신임 투표는 1년 뒤에야 치를 수 있지만 존슨의 새로운 비위가 폭로되고 내각 줄사퇴가 이어지자 당이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다시금 재신임 투표를 치러야 할지 논의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당규 개정이 미뤄진 것은 존슨이 "자진 사퇴할 수 있도록 설득할 시간을 벌기 위함"일뿐 "퇴진에 대한 위협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진 사퇴든 퇴출이든 존슨이 총리직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후임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당내 지지가 비교적 확고했던 존슨의 확실한 후임자로 거론됐던 인물은 없다. 거듭된 논란에도 존슨이 지난달 재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보수당이 마땅한 후임을 마련하지 못해서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내각 구성원 다수가 한꺼번에 이탈하면서 후임자 논의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 제레미 헌트 전 외무장관,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등 전현직 내각 장관들이 유력한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존슨을 지지했던 언론을 포함해 영국 언론이 거의 일관되게 총리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 존슨 지지를 표명한 <더타임스>는 6일 사설에 "게임 오버"라며 존슨이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썼다. 존슨이 한 때 칼럼을 게재했던 보수지 <텔레그래프>는 사임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진 않았지만 5일 사설에서 보수당이 "실존적 위기"에 직면해 이를 "해결"해야 하며 내각 사퇴 행렬로 "내각에 복구가 불가능한 구멍이 뚫렸다"고 썼다. 존슨을 지지해 온 타블로이드 <더선>도 6일 "존슨의 시간이 끝나간다"고 실었다. 진보 매체 <가디언>은 이미 6일 "보리스 존슨의 최종장"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으며 총리 퇴진을 요구했다. 진보적 타블로이드인 <데일리미러>는 5일 총리가 "1온스의 명예라도 가지고 있다면 사임했을 것"이라고 썼다.

앞서 존슨은 지난달 30일 성추행 혐의로 사임한 크리스 핀처 보수당 전 원내 부총무의 이전 성추행 전력에 대해 보고 받은 바 있음에도 올해 2월 핀처의 원내 부총무 임명을 강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해 오다 사이먼 맥도널드 전 외무부 차관의 폭로가 나온 뒤 며칠 만에 말을 바꿔 이를 시인하며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하원에서 열린 총리질의응답(PMQ)에 출석해 발언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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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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