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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잡초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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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잡초들의 이야기

[프레시안 books] <생명의 벗, 약초>

인류 의학의 뿌리는 약초일 것이다. 과거 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병마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약초를 용도에 맞춰 사용했다.

지금도 식물이 없다면 인류는 치료약을 얻을 수 없다. 버드나무 껍질로부터 살리실산이 나오고, 살리실산으로부터 아세틸살리실산, 곧 아스피린이 나온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던 초기 대체 치료제로 활약한 타미플루는 한방 재료인 팔각으로부터 추출된 시킴산을 원료로 해 제조된 약이다.

다만 보통의 우리는 이 같은 치료 경로를 쉽게 알기 어렵다. 오늘날 제약은 공장의 대규모 생산시설에서 제조되고, 촘촘한 국제 운송망을 거쳐 우리에게로 온다. 약초의 가치를 현대인은 과거 선조들만큼 알지 못한다. 말하자면, 약초의 효력이 더 광범위하게 퍼져나갈수록, 현대인은 약초의 효험을 잊고 살게 된 셈이다.

<생명의 벗, 약초>(장영덕 글, 손채수 그림, 목수책방)는 인류를 병마로부터 구원한 46종의 약초를 소개하는 책이다. 한반도 약초의 왕이라 할 만한 삼(인삼)으로부터 황기(黃耆), 하수오(何首烏), 더덕, 도라지, 둥굴레, 칡 등 익숙한 약초는 물론, 승검초, 천궁, 능소화, 과남풀 등 식물에 관심을 갖지 않은 이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풍부한 이야기와 어우러져 독자를 찾는다. 고급 식재료에서부터 우리가 ‘잡초’로 통칭해 경멸한 약초에 이르기까지, 책에 소개되는 식물들은 각자가 가진 역사적, 인문학적 정보를 갖고 전통 한의학적으로, 또는 현대의학적인 프리즘을 통해 그 효험을 드러낸다.

책이 풍부한 이야기를 곁들여 독자에게 약초의 위력을 소개한 배경이 있다. 옛 사람들은 약초의 효험을 민담이나 전설을 곁들여 구전했다. 약의 효능이 곧 이야기와 함께 전수된 셈이다. 저자는 오늘날에도 "이야기 행위를 의료의 본질적인 특성으로 보는 '서사(중심)의학(Narration-(Based)Medicine)'의 원초적인 모습"을 약초에 관한 우리의 옛이야기로부터 찾아야 할 가치로 소개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는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 아울러 질병의 위력을 실감했다. 한편으로 인류는 과학소설이 그려내는 근 미래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가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태초로부터 이어져 온 병마와, 그 병마에 대항하는 식물이라는 근원적 음양의 어우러짐이 여전히 세상의 작동원리로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어느새 의의가 잊혀져 가는 우리 주변의 약초를, 이 책은 생명력 넘치는 그림과 함께 독자에게 소개한다.

▲<생명의 벗, 약초>(장영덕 글, 손채수 그림) ⓒ목수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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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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