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틀에 한 명…살해당한 환경운동가 1700명 넘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틀에 한 명…살해당한 환경운동가 1700명 넘어

국제시민단체 보고서 "2021년 전세계 환경운동가 200명 피살"

67세의 조안나 스투치버리(Joannah Stutchbury)는 2021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4발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그녀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였다.

조안나는 나이로비 인근 키암부숲(Kiambu Forest)에서 진행되는 무분별한 벌채를 비판하고 국립공원 내 습지를 파괴하는 공사를 막기 위해 비폭력 운동을 진행해왔다. 조안나는 사망하기 전에도 몇 번의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조안나뿐만이 아니다. 2021년 한해에만 전세계 환경운동가 200명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주일에 4명꼴이다.


29일(현지 시각) 국제시민단체 글로벌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환경운동가의 죽음을 기록한 저항의 10년(Decade of defiance)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죽음의 숫자를 공개했다. 단체는 자원 착취나 환경 범죄에 대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었던 이들의 실종,살해 사례를 각국 시민단체와 협업해 조사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글로벌위트니스에 따르면 환경운동가 살해는 지난 10년간 반복됐다. 2012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개발업자 혹은 정부로부터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환경운동가만 1733명에 달한다. 이틀에 한 명꼴이다. 이들은 대부분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인권과 숲과 땅 등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던 환경운동가였다.

단체는 정보가 제한된 지역의 살해는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살해당한 환경운동가의 수가 과소평과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환경운동가에 대한 강간 등 성폭력과 납치, 살해 협박의 경우는 보고서에 집계되지 않았다.

▲ 조안나 스투치버리(Joannah Stutchbury) 는 나이로비 인근 키암부숲(Kiambu Forest)에서 진행되는 무분별한 벌채에 대해 비판하고 국립공원 내 습지를 파괴하는 공사를 막기 위해 비폭력 운동을 진행해왔다. 그녀는 2021년 총격으로 인해 사망했다. ⓒGlobal witness

환경운동가부터 토착민까지...개발에 저항하면 살해당하는 이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에서만 54명의 환경운동가가 살해당했다. 콜롬비아(33명), 브라질(26명)이 뒤를 이었다. 아마존 등 울창한 산림이 있고, 다국적 기업이 무분별한 개발을 추진하는 남미에서의 환경운동가 살해가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에서 19명, 인도에서 14명의 활동가가 살해당했다.

보고서는 정부나 기업이 진행하는 개발사업을 비판하는 운동가 살해는 지위, 소속, 장소와 무관하며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역 자연을 보호하려는 토착민의 죽음이 다수 확인됐다. 멕시코에서 벌어진 살인의 40%는 지역의 숲을 보호하려는 토착민을 상대로 일어났다. 남미의 니카라과에서는 범죄단체까지 동원되어 15명의 토착민을 한꺼번에 대량 학살하는 사례도 있었다. 살해당한 토착민 중 3분의 2는 여성으로, 젠더 폭력의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환경운동가를 죽음으로 이끄는 사회구조적 원인은 다양했다. 보고서는 토지 소유와 관련된 불평등과 환경 파괴, 사회적 불평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되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특히 콜롬비아와 같이 사회 내 갈등이 많은 지역이나 니카라과처럼 민주주의가 억압받는 공간일수록 환경운동가가 살해당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 지역 자연을 보호하려는 토착민의 죽음이 다수 확인됐다. 멕시코에서 벌어진 살인의 40%는 지역의 숲을 보호하려는 토착민이 대상이었다. 남미의 니카라과에서는 범죄단체까지 동원되어 15명의 토착민을 한꺼번에 대량 학살하는 사례도 있었다. 살해당한 토착민 중 3분의 2는 여성으로, 젠더 폭력의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Global witness

반복되는 환경운동가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 요구에 남미와 카리브 제도 내 국가들은 '에스카수 협정(Escazú Agreement)'을 체결했고 작년부터 시행되었다. 에스카수는 주민·활동가들이 지역 내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나 환경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협약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협약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살인율이 가장 높은 브라질, 콜롬비아 등에서 아직 협정이 비준되지 않았고, 멕시코에서는 협정이 이행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하다는 이유다. 

단체는 각국 정부가 환경운동가가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한 시민 공간을 만들고, 기업이 자행하는 폭력에 대해 무관용으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철학자이자 운동가인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 교수는 보고서 서문을 통해 "우리는 모두 대멸종의 위기에 처해있고, 살해당하는 환경운동가들은 대멸종의 길을 막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며 "생태계와 인류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환경운동가의 죽음을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일은 중요하다"라고 보고서의 의의를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