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 지난 3월 실무기구 회의에서 통상 이슈와 관련해 성평등 문제를 논의하며 '한국의 수출 성별 격차가 크다'고 지적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후 국제 무역협정 등에서 성평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지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식의 관점으로는 그런 조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28일 산업연구원이 지난 7월 작성한 'OECD 무역위원회 및 작업반에서의 통상 관련 논의 동향 파악 및 시사점 분석' 보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아 이를 공개했다. OECD 무역위는 주요 통상 이슈를 논의하는 정부 당국자 회의체다. 작업반은 무역위 회의를 준비하는 실무기구다.
이 보고서를 보면, 지난 3월 OECD 무역위 작업반 회의에서 사무국은 기업 경영에 있어 여성과 남성에 의해 주도되는 기업들이 국제무역에 참여하는데 있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이어 각국 대표단이 한 발언을 보면, 한국 측은 "한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들에서 수출에 대한 성별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요청한다"고 우회적으로 이의제기를 한 것으로 돼있다.
보고서에는 '여성 기업인과 국제무역'에 대한 OECD 사무국의 분석도 담겼다. OECD 사무국은 "여성 운영 사업체의 수출 참여 확률이 12%로 남성 운영 사업체 27%의 절반 이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는 여성 주도 산업에 수출에 유리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등 비중이 높고 여성 사업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들었다.
OECD 사무국은 또 "여성 사업체들은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 수도 남성 사업체이 비해 적다"며 "이는 수출 규모의 확대에 대한 잠재적 가능성 등에 있어 여성 사업체들이 남성 사업체에 비해 불리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했다. '수출을 위한 금융조달이 어렵다'는 응답이 남성기업인에 비해 여성기업인에서 높게 나타났다는 설문조사도 발표됐다.
OECD 사무국은 수출 분야 성별 격차 해소 정책으로 △ 무역협정에 성평등 관련 조항 삽입 △ 여성 비중 높은 사업체·산업에 대한 시장 접근 보장 △ 여성 기업인에게 무역 촉진 서비스 제공 및 전문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 접근성 보장 등을 소개했다.
OECD 분석 연구에 대한 다른 회원국 반응을 보면, 일본은 "성평등과 여성의 권한 강화 관련 정책을 정책 우선순위로 매년 6월에 엮어 발간하고 있다"며 "일본은 성평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로서 경험 공유를 통해 OECD의 젠더에 대한 수평적 작업에 기여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적극성을 보였다.
작업반 회의 내용과 관련해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영국과 일본, 영국과 뉴질랜드 간에 체결된 최근의 무역협정에는 성평등과 관련된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다"며 "한국도 향후 무역협정 체결 및 기존 협정의 개정, 그리고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등 새로운 통상체제에 있어 성평등과 관련한 논의들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거나 '여가부 폐지'를 앞세워 성평등 정책이 뒷걸음치고 있다"며 "국제 무역에서 기업의 성평등 이슈까지 비중 있게 다뤄지는 상황에서 이제라도 퇴행적 성평등 정책을 없애고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뉴질랜드, 캐나다, 아일랜드 사례를 참고해 무역시장과 산업 전반에 여성 기업인 참여를 촉진하고 기업 내 성평등이 확립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이어 성평등 정책조차 글로벌 추세와 역행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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