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에서 나온 발언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이 아닌가 한다. 윤 대통령은 21일 진행되고 26일 방영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대만 방어를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면서 "대한민국에서는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이러한 답변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 대만 문제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은 여기에 열기를 더하기보다는 열기를 식히는 답변을 내놨어야 했다.
가령 '대만 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자는 것은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사활적인 이해인 만큼, 당사자들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해야 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하다. 만에 하나 대만 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한반도로 그 불똥이 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지켜야 할 마지노선에 해당된다. 그런데 대통령이 "북한 역시도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고 발언하면 위기 예방 및 관리가 매우 어려워진다.
그 이유는 다차원적이다. 우선 대통령이 이렇게 인식하면 대만 사태 발생시 한미동맹, 혹은 한국군은 대북 군사태세를 크게 강화할 공산이 커진다. 또 미국의 전략 자산이 한반도와 그 인근에 전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를 통해 미국으로서는 대북 억제와 중국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제는 일방적인 게임이 아니다. 북한 역시 군사태세를 강화하면서 억제력을 과시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 역시 최근 대만 문제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면서 "전쟁 억제력"을 부쩍 강조하고 있기에 이러한 맞대응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오판이나 오인, 혹은 기계의 오작동으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위기 고조시에 어느 일방이 억제를 강화하고자 취하는 조치가 상대방에겐 선제공격의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고민해야 할 점은 자명하다. 우선 어렵더라도 대만 사태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당사자들에게 자제와 대화를 촉구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만 문제의 심각성은 미국-중국-대만 등 핵심적인 행위자들이 위기를 증폭시키는 언행에 몰두하고 있는 반면에, 갈등 중재와 해결을 위한 행위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또 우리가 원하는 않는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에 대한 주권적 통제도 매우 시급해지고 있다. 한국 땅에 있는 미국의 군사력이 대만 사태 발생시 여기에 개입하면 한국도 전쟁에 연루될 위험이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개입이 중국과의 동맹인 북한의 선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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