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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걸림돌' 이준석 몰아내기, 삼류 정치의 '비상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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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걸림돌' 이준석 몰아내기, 삼류 정치의 '비상상황'

[최창렬 칼럼] 정치를 포기한 여야의 '적대적 공생'

한국정치에서는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는 '다수의 지배'라고 정의되는 선출권력에 의해 운영되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선출권력이 아닌 헌법재판소에 의해 통제되는 상황을 의미하며 흔히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의 모순'이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그러나 최근의 한국정치의 사법화는 '다수 권력인 민주주의가 법치주의에 의해 과도하게 영향을 받음으로써 민주주의가 위축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볼 수 없다. 정치가 검찰과 법원의 수사와 재판에 의해 규정되는 것은 무능하고 탐욕의 정치가 자초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의 부재라는 한국정치의 퇴행적 요소가 주범이다. 정치 스스로 정치권력과 개인의 속물적 이익에 탐닉하며 정치의 본령을 기꺼이 저버리는 삼류 의식이 정치를 사법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당헌·당규를 주류세력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법규 편의주의와 정치적 이익에 매몰된 직업정치인들의 합작품이다. 이는 당의 공천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국민의힘의 이준석 전 대표가 청구한 가처분 신청이 사실상 인용된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비상대책위원회)는 또 다시 이의신청을 청구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의원총회에서 당헌·당규를 바꾸고 이에 의해 비상상황을 새롭게 규정하여 추석 전에 비상대책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치를 스스로 포기한 하수(下手)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의 이번 사태는 기본적으로 권력투쟁의 성격을 띠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집권핵심들이 당의 주도권을 잡고 공천권을 휘두르기 위하여 걸림돌이 되는 이 전 대표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이에 대응하는 이 전 대표 역시 과도한 발언과 메시지를 내면서 해결을 위한 타협의 여지를 봉쇄하면서 집권당의 갈등이 전무후무한 양상으로 치달은 것이다.

결국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끄는 당 지도부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 의해 내몰리고 대다수 의원들은 차기 공천을 의식해서 꿀먹은 벙어리처럼 주류에 동조하는 것이 이 사태의 본질이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통해서 비대위를 구성하는 절차에는 하자가 없으나 '실체적 하자'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법원의 '비대위 전환 가처분 신청의 사실상 인용'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인용 결정의 취지를 왜곡하고 거부하는 것은 정치의 사법화 논리에 의해 합리화될 수 없다. 당의 법규를 고쳐 비대위를 다시 구성하는 것은 또 다른 편법과 꼼수의 동원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를 가능하게 한 당과 대통령실, 집권핵심 등 집권연합은 지금이라도 정치와 사법의 구분을 정확히 하고 결국 혼란과 분열을 수습하는 것은 정치라는 기본인식을 가지고 이 상황을 원점에서 돌아봐야 한다.

당의 분열이 계속되면 새로 출범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체제는 여권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일 것이고 양대 정당의 적대적 수위는 절정으로 치달을 것이다. 이의 피해자는 고스란히 국민이지만 정치적 득실을 따져 봐도 여권의 피해가 훨씬 클 것이다. 집권세력은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자이고 유권자는 야권보다 여권에게 더 큰 책임을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은 이 대표를 조이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의식해서인지 당헌 80조의 '기소 시 당직 정지'를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원회가 최종 판단하도록 바꿨다.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은 물론 특정 목적을 위해 당의 헌법을 바꾼 꼼수 정치가 아닐 수 없다.

다시 정치의 본령으로 돌아와서 정치를 복원시켜야 한다. 여권이 이를 추동하지 않으면 차기 총선의 결과는 보나마나 뻔하다. 각종 리스크가 취임 100여 일에 이렇게 심한 정권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가 비교되지만 당시는 광우병 사태라는 명시적 악재가 있었다.

정치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과 여의도 정치의 주류가 아닌 변방에서 에너지를 축적해온 이 대표가 주도하는 정치는 새로운 문법에 의해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여야 모두 정치를 포기하고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 매몰되는 퇴행이 계속되는 한 지금의 정치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상식과 민심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유통기한을 넘긴 정치가 언제까지나 적대적 공생의 구조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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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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