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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계획", 작은 성과라도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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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계획", 작은 성과라도 만들려면

[정욱식 칼럼] 한미연합훈련에 관하여(하)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한미연합훈련은 안보를 튼튼히 하려는 것이다. 안보는 목적이고 연합훈련은 수단이다. 그런데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동원한 수단이 그 목적인 안보를 저해하고 불안을 야기한다면, 훈련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은 커진다.

안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그 상대인 북한의 입장은 첨예한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도 불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우 유감스럽고 마땅히 철회되어야 하겠지만, 이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인 것 또한 사실이다.

7월 27일에 있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했던 선제타격론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윤 정부의 '한국형 3축체계'를 조롱하면서 "남조선은 결단코 우리에 비한 군사적 열세를 숙명적인 것으로 감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한이 아무리 군비증강을 해도 핵보유국인 북한보단 강해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을 겨냥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난도 이어갔다. 미국이 북한의 군사활동은 '도발'이나 '위협'이라고 비난하면서 남한과는 대규모 연합훈련을 벌이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담대한 계획"과 한미연합훈련 강화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북정책과 국방정책의 모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이 군사 문제에 있는 만큼, 남한의 군비증강이나 한미연합훈련 실시가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도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 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겠다며 "담대한 계획"을 내놓고 있다. 먼저 윤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면 경제발전을 크게 돕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만큼(혹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경제지원과 협력을 비핵화와 연계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깔고 있다.

동시에 담대한 계획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의 재탕이라는 비판을 의식하면서 대북 안전 보장 방안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번 담대한 계획의 특징은 경제적인 조치 외에 북한이 핵 개발하는 근거로 삼는 '안보 우려'까지 우리가 해결한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대북 경제협력과 안전보장 제공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러한 담대한 계획은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담대한 계획과 국방정책 사이의 불일치가 커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형 3축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고 한미연합훈련을 통합·확대하며 탄도미사일방어체계(MD)를 매개로 하는 한미일 군사훈련 확대 및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도 추진키로 했다. 또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제도화하기 위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도 개최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실시되었던 '을지 프리덤 가디언'을 '을지 프리덤 쉴드(Ulchi Freedom Shield'로 명칭을 바꿔 올해 후반기부터 실시키로 했다. 문재인 정부 때 연합지휘소훈련으로 축소되었던 것을 "정상화"한다는 취지이다. 이 훈련에는 연합 항모 강습단 훈련, 연합 상륙 훈련, 연합 육군 야외 기동 훈련, 연합 해상 초계 작전, 연합 공군 쌍매 훈련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처럼 윤 정부는 한편으로는 담대한 계획에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연합훈련의 확대·강화도 도모하고 있다. 담대한 계획이 획기적인 결과는 고사하고 소박한 성과도 내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은 이러한 모순에 기반을 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7월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마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연합훈련은 '제로섬'이 아니다

북한의 핵능력 증강에 비춰볼 때, 대북억제력을 위한 국방력 건설 및 군사적 준비태세 확립, 그리고 이를 위한 연합훈련은 불가피하다. 동시에 과유불급의 어리석음도 경계해야 한다. 과도한 대북억제력 및 군사적 우위 추구가 상위의 목표에 해당하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평화적 통일 기반 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억제 관계를 추구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슬기로운 국방정책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까닭이다.

한미연합훈련의 대안도 공론화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역사를 복기해보면 연합훈련은 중단과 연기를 통해 신뢰구축의 계기가 되기도 했고, 반대로 연합훈련 강행으로 인해 조성된 신뢰를 해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을 '제로섬'의 관점이 아니라 군사적 준비태세 유지와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한미동맹의 군사적 준비태세는 유지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한다는 상위의 정치적 목표에도 부합하도록 연합훈련을 조정하는 데에 있다. 군사적 태세와 외교적 기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합훈련의 목표를 재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북억제와 위기관리, 억제 실패 시 방어 및 격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가장 중요한 목표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작전계획과 연합훈련은 변경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북 선제타격론,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한미연합군 투입,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 유사시 북한 무력 점령 계획 등은 정치군사적 신뢰를 저해하는 핵심적인 사안들이다. 더구나 이러한 계획들은 핵전쟁을 포함한 확전의 위험을 키울 소지가 있기에 자해적인 성격마저 지닌다.

이처럼 위험하고도 비생산적인 작전계획과 연합훈련의 목표를 거둬내면 연합훈련의 대안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대북 군사 목표의 축소지향적인 조정은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병력과 부대의 축소, 기간 단축, 핵 투발수단 등 전략자산 투입 자제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연합 준비태세는 소규모의 비공개 연합훈련을 통해 유지할 수 있다. 한미연합군의 정보 능력은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상세히 파악할 수 있는 수준에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즉, 대규모의 전구급 연합훈련, 특히 방어를 넘어 무력 통일까지 담은 반격 훈련은 중단해 정치군사적 신뢰를 만들어내고 상시적인 대북 정보 능력과 소규모 연합훈련을 통해 군사 태세는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담대한 계획의 출발점은?

앞의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1992년 1월 한미 대통령은 '팀 스피릿'중단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2018년 6월과 2019년 6월에 김정은을 만나 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했다. 이들 약속에 대한 북한의 화답도 있었다. 하지만 연합훈련 중단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북한의 화답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북한의 경직된 태도는 분명 유감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연합훈련 중단은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거론되어온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대북제재 해제 등에 비교할 때 '작은 약속'에 해당된다. 이 작은 약속조차 지켜지지 않으면 더 큰 약속에 대한 북한의 불신을 씻을 길은 없어진다.

유감스럽게도 공식적인 남북대화는 2018년 12월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 1971년에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최장기간이다. 북미대화도 2019년 10월 이후 중단되었다. 이 역시 이례적이다. 과거에는 남한이나 미국이 조건을 내세우면서 대화를 거부한 적이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북한이 대화의 문을 굳게 잠그고 있다. 한미가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자고 해도 무응답이다.

안타까운 현실은 이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미가 효과가 없는 대북 조치와 제의는 반복하면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치는 할 수 없다거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은 한미가 연합훈련 유예를 선언하면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선제적 조치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재개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게 담대한 계획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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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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