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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구린내와 고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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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구린내와 고린내

우리말은 참으로 묘한 맛이 있다. 외국어로 번역하기 힘든 것이 바로 다양한 표현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 독일에서 온 사람에게 ‘노리끼리하다’라는 표현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알아듣지만 외국인들은 “오줌색이 노리끼리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당시에 필자는 “뇌리끼리하다”라고 표현했었다. ‘노리끼리’보다 ‘뇌리끼리’하다는 표현이 맞는 경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어서 노리끼리라는 단어로 바꾸어 설명하는 데도 엄청나게 힘들었다.

또한 모음을 바꿔서 의미의 변화를 주는 것도 많다. ‘낡은 것’이나 ‘늙은 것’은 모두 세월이 오래 흘러 처음 것보다 ‘오래 되고 헐고 허름해진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남다’와 ‘넘다’의 경우도 비슷하다. 남으면 넘치는 것이 당연한 것과 같이 모음의 변화를 주어 새로운 의미를 만든 덕이 많다.

요즘 정치의 계절을 겪고 나니 구린내나 고린내와 같은 단어가 자주 신문지상에 등장한다. “뒤가 구리다”는 표현도 자주 보이고, “고린내 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도 종종 등장한다.

우선 ‘구리다’의 의미를 먼저 살펴보자. 구린 것은 똥이다. 옛문헌을 보면 “구리고 숫므르거든<구급간이방3, 40>”, “온몸이 구리고(臭)<언해두창집요36>”(이상 인용문은 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에서 인용함) 등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똥냄새’의 뜻을 지닌다. 요즘은 비유적으로 많이 쓰이는데 “깨끗하지 못하고 좋지 않은 느낌을 주는 데가 있다”라는 뜻으로 많이 활용된다. 예문으로는

그 녀석이 우리를 피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 구린 모양이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와 같이 쓸 수 있다.

한편 ‘고리다’는 조금 다른 뜻을 지니고 있다. “썩은 풀이나 썩은 달걀에서 나는 것과 같이 고약하다”, 혹은 “옹졸하고 인색하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고린내’는 “썩은 풀이나 썩은 달걀에서 나는 것과 같은 고약한 냄새”를 뜻한다. 그런데 이 고린내는 한자로 ‘高麗臭(고려취)’라고 쓴다. 방언으로는 ‘고랑내’라고도 한다. 왜 하필이면 고려취라고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고려인의 냄새라는 말인가? 특히 여름철 발에서 나는 냄새를 ‘고린내’의 대표로 보고 있다. 그래서 고린내를 다른 말로 하취(夏臭)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여름에 주로 나는 냄새라는 말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려인들의 몸에서 여름에 많이 나는 냄새가 고린내라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런 것은 민간어원설일 따름이다. ‘고리’의 음이 ‘고려’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렇게 와전되고 한자로 그렇게 기록한 것일 뿐이다. 우리말 어원을 통해서 보면 그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두 가지의 어원을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곯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 의미가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물크러지도록 속이 상하다”이다. 우리 옛말에 “곯으면 터지는 법”이라고 했다. 여기에 쓰인 의미로 보는 것이 하나요, 다음으로는 “고리+내”의 합성어로 “썩은 풀이나 썩은 달걀 냄새”가 있듯이 “곯은 냄새”에서 의미가 확장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강신항, <우리말 어원이야기>) 그러니까 크게 본다면 똥도 몸 속에서 썩어서(?) 구린내를 풍기는 것이고, 풀이나 달걀도 썩으면 고린내를 풍기는 것이니 ‘썩어서 나는 냄새’를 뜻하고 있음은 공통된다. 그러므로 모음의 변이를 통한 의미의 변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과부가 찬밥에 곯는다.”고 했다. 혼자 살다보면 식생활에 소홀해서 건강을 해친다는 말이다. 이제는 배 곯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주변에는 구린내를 풍기는 사람들이 많다. 남을 비방하고 음해하기보다는 정책으로 승부하는 세상을 볼 수는 있을까 모르겠다. 정치인보다는 정치가가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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