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걸려온 ‘070’ 등 발신번호를 ‘010’으로 전환시켜주는 불법 통신 중계소를 운영해 온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불법 통신 중계소 운영책 15명을 검거하고, 이 중 A씨 등 12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관련 영상 https://youtu.be/K97JAjAsClE>
A씨 등은 올 1월부터 지난 달까지 일명 ‘대포폰’을 이용한 국내 15개 불법 통신 중계소를 운영하며 해외 전화금융사기 콜센터에서 발신한 ‘070’ 인터넷 전화번호를 휴대전화번호인 ‘010’으로 조작하거나 중계소에 설치된 휴대전화를 원격 발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심박스’(SIM BOX)로 불리는 중계기를 이용해 발신번호를 조작했지만,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불법 중계소 중에는 강화된 단속을 피하기 위해 ‘CMC’(Call&Message Continuity)·동일 계정으로 접속 시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연동해 다른 기기에서 전화나 문자를 수·발신할 수 있는 기능)를 이용, 해외에서 직접 PC를 통해 휴대전화 등을 원격 조종하는 ‘무인 통신중계소’도 운영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통상 ‘070’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는 받지 않지만, ‘010’ 번호는 상대적으로 잘 받는다는 점을 노리고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모텔과 오피스텔 등 고정식 중계소 외에도 차량 또는 여행용 캐리어 등에 넣고 수시로 이동하며 범행을 계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중계기에는 태양광판을 연결해 자체 전력 공급이 가능하도록 만든 뒤 가방에 넣은 채 논·밭 등지에 숨겨 운영하기도 했다.
A씨 등 적발된 운영책 대다수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이 인터넷에 게재한 ‘재택근무,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 공유기 관리, 전파품질 관리, 고액 아르바이트’ 등 거짓 구인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했으며, 이들 중에는 외국인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수사에 착수해 A씨 등을 검거하는 한편, 범행에 사용된 대포 휴대전화와 유심칩 등 806개를 압수하는 한편,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범행에 이용된 전화번호는 모두 통신사에 이용 중지를 요청했다.
경찰은 검거된 이들과 관련된 조직들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이는 등 정확한 범행 수법과 피해 인원 및 피해 액수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전화금융사기 수법이 진화하고 있고,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해 통신 중계소 운영도 교묘해지고 있다"며 "업무 내용이 특정되지 않은 고액의 구인광고 또는 다수의 휴대전화를 싣고 다니는 차량이나 여행용 가방 등을 발견할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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