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의 세계 질서의 핵심은 무엇일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경제·기술 분야의 '탈세계화'이다. 미중 전략경쟁 격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 등이 맞물리면서 자유무역와 글로벌 공급망은 크게 교란되고 있고 그 자리는 배제와 새로운 짝짓기가 대신하고 있다.
둘째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는 시각으로 세계 질서를 바라보는 시각의 유행이다. 셋째는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체제가 빠르게 '세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6월말에 열리는 나토 확대 정상회담은 세 번째 특징을 확연히 알리는 장이 될 전망이다. 회담 규모부터가 '역대급'이다. 기존의 나토 30개 회원국 외에 나토 가입을 희망하는 스웨덴과 핀란드 총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 그리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다.
회담의 규모뿐만 아니라 회담의 의제 역시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행사가 "전환기적 정상회담(transformative summit)"이 될 것이라며 그 윤곽을 밝혔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뽑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게임 체인저"로 규정하면서 나토도 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대응 방향으로는 세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시 지원을 확대하고, 둘째는 소련제 무기와 장비에 의존해온 우르라이나 군사력을 나토의 현대식 무기와 장비로 재무장해 나토와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며, 셋째는 동유럽의 군사력 및 군사적 준비태세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회원국의 확대뿐만 아니라 군사력의 강화를 통해 러시아 봉쇄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나토의 새로운 전략 개념에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도전"에 대한 대응도 담겠다는 것이다. 전략 개념은 나토의 최상위 전략 지침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이 개념에 중국의 도전을 명시한다는 것은 나토의 성격이 '대서양 동맹'에서 '글로벌 동맹'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은 이미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하는 '쿼드', 호주 및 영국과의 3자 안보동맹인 '오커스'라는 틀을 만들었고,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에 더해 나토까지 세계화를 추구하고 나토와 아시아-태평양의 미국 주도의 동맹 사이의 결속도 도모하고 있다. 냉전 시대에도 볼 수 없었던 미국 주도의 글로벌 동맹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것이 초래할 반작용에 있다. 반작용의 핵심에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동맹이 겨냥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 강화이다. 또 이들 나라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의 동맹체제가 북한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중·러의 연대도 강화될 것이다.
반작용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내부에서도 나올 수 있다. 이게 더 중대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고물가 등으로 생활고는 깊어지는데 미국 등 각국 정부는 나라 밖에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비춰질 때, 분개한 시민들의 반격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군사력 강화와 경제 제재를 앞세운 국제질서의 전환 시도가 국내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한지를 자문해봐야 한다.
가장 거대한 반작용은 지구로부터 나올 것이다. 필자가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폭등하는 군사비와 군사 활동은 기후위기 대처와 양립할 수 없다. 그런데도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지구촌의 존재론적 위협에는 눈을 감으면서 서로를 겨냥한 군비증강과 동맹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나토 회담에서 누군가는 물어야 한다. 나토의 세계화와 이에 대한 반작용이 초래할 기후위기 약화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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