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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희망 끈 쥐고 피폐한 8년 버텨오다 그만…삼성전자 해고 노동자 삶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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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희망 끈 쥐고 피폐한 8년 버텨오다 그만…삼성전자 해고 노동자 삶 놓다

삼성전자서비스 충남 천안센터서 해고된 정우형 씨, 지쳐버린 복직 투쟁과 작별

▲사진은 고 정우형 씨의 생전 복직 투쟁을 하는 모습과 전북 장수에 있는 고인의 개인사업장. 고인은 지난 12일 저녁 이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하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로 노조활동을 하다가 해고된 후 8년 간 고된 삶을 살아오면서도 복직의 희망 끈을 놓지 않았던 정우형(55) 씨가 끝내 그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015년 삼성전자서비스 충남 천안센터에서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고 정우형 씨는 동료들과 복직을 위한 투쟁에 나서며 피폐한 삶에 정면으로 부딪혀 왔다. 

복직이란 두 글자만 바라보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던 고인은 전북 남원시 산동면에 위치한 '귀정사' 사찰 관계자들과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으로 고인은 남원 인근에 있는 장수에 지난 2021년 작은 터전을 마련했다.

하지만 고인은 해고 이후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힘든 나날이 계속되면서 고인은 지난해 12월 장수군 번암면 대론리에 '중앙냉동'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갔다.

하지만, 고인은 해고 노동자라는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결국 자신의 개인사업장인 '중앙냉동'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과 함께 그의 곁에서는 A4 용지 한장 분량의 유서가 놓여 있었다. 

유서에는 "네 죽거든 화장해 동지들에게 한줌씩 나누어 줘 삼성에 뿌릴 수 있게 부탁한다"고 적혀 있었다. 

고인이 세상과 작별을 준비했던 것은 지난 9일이고, 극단적 선택을 한 날은 바로 그 이튿날인 10일로 추정된다. 이는 고인이 이날 한 동료에게 보낸 메신저 내용을 토대로 짐작할 수 있다.


 "지금 한 해고노동자가 고독의 늪에 몸부림치고 해쳐 나오려 허우적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인 듯 합니다. 

 간혹 동지들의 마주 잡은 손, 가족들의 사랑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생각합니다. 혹 제가 잘못한 모든이에게 제가 사죄와 용서를 구합니다. 또 제게 잘못한 모든이를 제가 용서합니다.(한놈 제외)

 그리고 이재용에게 전하지 못한 우편 전달 부탁합니다.

 저의 삶은 여기까지입니다. 동지들과 사랑하는 가족 안녕.

 2022년 5월 10일 삼성 노조파괴 공작 피해자 정우형



고인의 극단적 선택 소식을 접한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시신이 안치된 남원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들과 장례절차 등을 논의했다.

김성환 위원장은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시신 인도 절차 등이 마무리되는대로 고인을 서울로 옮긴 뒤 분향소를 차리고 장례식을 엄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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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윤
송부성

전북취재본부 송부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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