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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대통령 정치철학을 보라

[최창렬 칼럼] 장관‧국회의원 겸임, 논공행상 인사가 승자독식

한국 대통령제에서 제왕적 대통령은 극복의 대상이다. 본래 '제왕적 대통령'이란 단어는 미국의 역사학자인 아서 슐레진저가 그의 저서에서 닉슨 행정부를 비판하면서 처음 소개됐다. 대통령제는 입법, 행정, 사법의 삼부가 상호 견제하는 구조 위에 서있다.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은 전제정을 방지하기 위해 하나의 사회세력이나 집단이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을 동시에 장악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한국 대통령제는 구조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을 극복하는 데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의회에 독점적으로 입법권을 부여함으로써 철저히 권력분립의 원칙에 입각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이 법률안 제출권뿐만 아니라 긴급 처분 명령권, 계엄선포권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입법부의 역할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예산편성권을 하원이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입법부가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지 않다. 1987년 개헌에서 대통령의 의회 해산권을 없애고 의회의 국정감사를 부활시킴으로써 대통령의 권한이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행정부 우위의 구도다.

이러한 사항들은 한국 대통령이 제왕적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게다가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임이 가능한 제도를 두고 있음으로써 대통령의 영향력이 국회에 직접적으로 미칠 수 있는 구조이다. 대통령의 법률안 제출권, 예산편성권, 긴급 처분 명령권 등은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들이다.

대통령이 의회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임 제도는 폐지하는 게 옳다. 이는 개헌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가 의지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대선 막바지에 정치교체를 강하게 드라이브 할 때에도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겸임 폐지는 정치개혁 조항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겸임 폐지는 국회법만 개정하면 된다. 헌법 제43조에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한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국회법 제29조에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되어 있어서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의 길을 열어 놓았다. 따라서 이 조항만 개정하면 헌법 개정 없이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임을 금지할 수 있다.

겸임이 부당한 이유는 입법부 소속인 국회의원이 하루아침에 행정부 소속으로 바뀌어서 선출권력이 아닌 임명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는 것은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상호견제를 기본으로 하는 삼권분립 대통령제의 기본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가장 직접적인 인사권의 차원에서 의회의 일원을 내각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경계를 허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이 의회를 기속할 수 있다는 면에서 부적절하다.

지난 정권들에서 장관과 국회의원의 겸임이 오히려 더 많을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다. 그리고 겸임 폐지는 정치개혁의 의제로 등장하지도 않는다. 지난 국회들에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제도는 여야의 이해관계 일치에 의해 쟁점조차 되지 않는다.

대통령제의 승자독식을 완화하기 위해 다당제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거대양당에 의한 기득권 정치 타파를 내세우지만 대통령제에서 과연 연합정부 구성이 실효적인가를 생각해 볼일이다.

승자독식의 정치의 혁파는 누구나 공감하는 정치의제이지만 대통령제에서 승자독식의 타파는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면이 더 많다. 내각 구성 때 야당의 동의를 구하거나 야당 추천 인사에게 내각 자리를 일정 부분 배려하는 것 등이 정치적 관례로 자리잡으면 바로 그게 협치이고, 통합이며 정치교체이다. 판에 박힌 다당제 연립정부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야당에게 장관 몇 자리가 돌아간다고 해서 승자독식이 극복되는 것도 아니다. 이긴 쪽이 공직과 공공기관 자리는 물론 코드인사와 낙하산 인사의 방법으로 논공행상을 하는 것이 바로 승자독식이다.

제왕적 대통령 폐지는 제도와 관행, 의지가 연계되어야 가능하다. 대통령에 법률안 제출권이 부여되어 있고, 행정부에게 예산편성권이 있으며 감사원이 행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등의 제도 역시 개정의 대상이다. 물론 의회가 더 권능을 갖추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개헌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실천 가능하다.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전제되면 정치개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정치교체는 거창한 구호와 요란스런 제도 변화가 수반되지 않더라도 가능한 부분부터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인식이 제왕적 대통령 극복의 단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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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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