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국무위원 인선을 놓고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간의 갈등 사태가 가까스로 봉합된 모양새다. 윤 당선인 측은 전격 만찬회동을 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며 "완전히 하나가 되기로 했다"고 언론에 밝힌 반면, 안 위원장 측은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여 온도차를 드러냈다.
안 위원장은 15일 아침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전날 윤 당선인과 가진 만찬회동 결과에 대해 "공동정부 정신이 훼손될 만한 일이 있었지만, 다시 국민들께 실망을 끼쳐드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그리고 인수위원장으로서의 업무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엄중한 일이기 때문에 임기 끝까지 제가 최선을 다해서, 국가를 위해서 일을 완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2차 국무위원 인선 발표 이후 인수위원장 거취까지 놓고 고심했다는 관측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안 위원장은 "앞으로 국정 전반에 대해서, 인사·정책에 대해서 심도 깊게 논의를 하기로 했고, 특히 보건의료, 과학기술, 중소·벤처(기업),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더 제가 전문성을 가지고 깊은 조언을 드리고 관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당 분야 장관 자리를 배정받지는 못했지만, 정책 수립과 집행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전날 저녁 서울 강남의 한 횟집에서 긴급 만찬회동을 가졌다. 전날 인수위에 '결근'한 안 위원장이, 윤 당선인 측의 만찬 요청을 오후 4시경 수락하면서 회동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이 안 위원장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이후의 일이었다.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은 회동 중간에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웃음이 가득했고, 국민들이 걱정 없이 공동정부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손잡고 가자고 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완전히 하나가 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후 안 위원장 측 실무자인 장지훈 전 국민의당 부대변인이 회동 후 안 위원장 자택 앞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들에게 "두 분이서 말씀 나누신 것은, 아까 장제원 실장이 보내신 문자(메시지) 그대로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일단 갈등 국면이 봉합된 것은 맞다는 취지의 확인을 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안 위원장이나 안 위원장 측 인사들의 반응을 보면 장 실장의 문자메시지와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특히 안 위원장이 "공동정부 정신이 훼손될 만한 일이 있었다"고 전제한 데 시선이 모인다. 안 위원장 측 핵심 관계자는 "2차 (장관 인사) 발표 당일 오전까지 윤 당선인이 안 위원장에게 명단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윤 당선인은 '인수위원장에게 당연히 보고가 됐겄거니' 한 것 같더라"고 전했다.
안 위원장은 대선 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최진석 서강대 교수 등 국민의당 측 인사들을 다독이는 데 전날 일정을 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위원장은 최 교수 등에게 인사 문제 등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지고 당원들에게 이해를 구하겠다고 설명하고 우선 인수위 기간을 끝마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최 교수는 지난 13일 2차 조각 인선 발표 후 SNS에 "박근혜와 이명박 정부 때의 사람들이 그대로 다시 다 돌아왔다"고 비판하고, "'종이 쪼가리 말고 날 믿어달라'는 말의 신뢰는 그 말을 한 사람의 내면의 크기가 지켜주지, 목소리의 크기가 지켜주지 않는다"고 윤 당선인을 정면 겨냥했었다.
최 교수는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윤 당선인을 향해 날을 세웠다. 최 교수는 전날 '윤-안 만찬회동'에 대해 "완전히 하나되고 완전히 해소됐다고 하니까 그 방향으로 가겠죠", "하나가 됐다고 하니까 믿어야죠"라면서도 "그런데 공동정부 정신이 훼손됐고 그 훼손된 것에 관해서 서로 대화를 해서 봉합이 됐다, 이 정도가 현실 아니겠느냐"고 했다.
최 교수는 "안 위원장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공동정부 정신을 지키는가, 지키지 않는가였고 내각에 사람이 몇 명이 들어가는가 하는 것은 처음부터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며 "함께 상의하고 인재를 함께 찾고 그 인재들과 함께 건설할 나라의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첫 내각 인선이나 이런 것이 충분히 상의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윤 당선인의 인선 결과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과거의 복귀이고, 인사가 편향적이고 친소관계에 의한 인사가 되지 않았는가 그렇게 보인다"며 비판적 인식을 보였다.
최 교수는 또 과학기술·보건복지 등 분야에서 안 위원장이 좀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한 데 대해 "중요한 약속 같은데, '앞으로 논의를 강화하겠다'는 말은 그 이전에는 논의가 그렇게 강화되지 않았었다는 말도 되지 않느냐"고 꼬집으며 "앞으로 강화하겠다고 하니까 이제 믿어봐야겠다"고 했다.
반면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공동정부 목표, 기조에 균열이 생긴 것은 아닌가 걱정들을 (언론에서) 많이 하셨고, 이 점에 대한 확인차 공동정부에 대한 앞으로의 방향성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찬을 하게 됐다"며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두 분께서 공동정부에 대한 목표와 가치를 다시 확인하시는 자리였다"고 재차 진화에 나섰다.
배 대변인은 "여러 부분에서 '훼손된다'는 말씀과는 맞지 않는 좋은 분위기였다"며 "안 위원장 말씀의 의중은 저희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두 분이 약간 화법이 다르고, 혹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인해 잠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대변인은 향후 차관급 및 대통령비서실 인사와 관련해 "과학·벤처·보건복지 등 안 위원장이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 좀더 자세히 조언을 구하기로 했기 때문에 후속 인선에 이런 부분들이 많이 반영돼서 더 좋은 인재들을 국민 앞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 인선에 안 위원장이 추천하는 인물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느냐'고 취재진이 묻자 "당연히 가능성이 있다"며 "3가지 분야가 아니더라도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이 추천하는 인사에 대해 같이 협의하고 더 심도 있게 얘기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배 대변인은 또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새 정부 운영의 근간이 될 수 있는 합당 문제 또한 빨리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데 두 분께서 뜻을 모았다"며 "오늘 이철규 총괄보좌역이 국회로 가서 '조속히 합당을 해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자'는 당선인의 의중, 요청을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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