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세력을 자처하는 집권여당이 노골적으로 차별을 선도하는 말을 하게끔 공론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차별금지법을 말하지만, 실상은 차별과 폭력의 자리만 넓혀주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조혜인 변호사·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
민주당이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장을 열겠다'며 개최한 차별금지법(평등법) 찬반 토론회에 대한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동성애 반대'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데도 이를 강행, '혐오 발언'의 장을 열어줬다는 비판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해 온 전문가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대부분이 동의한 차별금지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합의'의 장을 열겠다며 성소수자혐오를 공론으로 만들어줬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앞서 지난 25일 민주당은 '차별금지법(평등법) 토론회'를 열며 "서로 우려와 오해가 뭔지 합리적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제정 반대 측 패널로 '성소수자 전환치료' 등을 주장해온 인사들이 참여하며 논란이 일었다.
토론회에 반대 측 패널로 참석한 이요나 탈동성애인권센터 홀리라이프 목사는 "동성애는 타고난 것도 아니고 인간이 가진 죄성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그러면서 "동성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굳건한 의지와 하나님의 창조적 원리, 죄로부터 구원의 원리를 깨달아 동성애자를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길이 있다"며 "왜 굳이 차별금지법을 만들어 사회적 충돌을 야기하느냐"고 주장했다.
당시 토론회에 찬성 측 패널로 참석한 이종걸 차제연 공동대표는 "토론을 명목으로 혐오발언과 잘못된 정보가 쏟아졌다"면서 "소수자 인권운동의 역사를 정치가 외면하고 목소리를 듣지 않았던 결과를 직접 보여준 자리"라고 전했다.
차제연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차별금지법을 두고 "10만 명의 간절함이 담긴 국민동의청원"이라며 "누구도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 평등권의 실현을 위해 십수 년 동안 심사숙고된 법 조항들을 두고 민주당은 법의 기본적 원칙조차 쟁점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토론회가 끝난 지금도 더불어민주당이 25일의 토론이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잘못된 정보들을 늘어놓으며 성소수자는 차별 받아 마땅하다는 주장을 듣고 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기 시작한 이후 쏟아진 반대 주장이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현장에 더불어민주당은 한 번도 있지 않았다"며 "공공장소 대관을 거부당하고, 축제가 가로막히고, 직장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괴롭힘 당하거나 해고 당할 때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인권침해와 차별의 현실에 눈감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만 외면한 것도 아니"라며 "여성이 채용을 거부당하고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해고되고 이주민과 장애인이 혐오의 표적이 될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은 차별하자는 이들과 차별받는 이들 사이에서 제3자가 되기를 선택해왔다"면서 "그러나 평등에 중립은 없다. 차별받는 이들을 구경하는 중립은 폭력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활동가 및 학자·변호사·종교인·의사 등도 한목소리로 토론회를 비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민주당의 이번 토론회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후퇴시켰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은 토론회 개최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6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성립해 법사위에 자동 회부됐으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심사 기간인 9월을 넘겨 연장을 거듭하다 지난달, 2024년으로 심사를 연기했다.
토론의 쟁점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토론회에 찬성 측 패널로 참석했던 자캐오 성공회 신부는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두고 '궁극적인 목표가 성서를 금서로 만드는 것'이라 주장하고, '동성애 옹호법'이라는 믿음에 합리적 토론이 가능한가"라며 "민주당은 이런 신념과 주장이 기계적 형평성에 따라 아무렇지 않게 유포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하민)도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관련 찬반 토론이 민주적이라 생각할지 모르나 결코 아니다. 오히려 혐오를 조장하는 반인권적 자리"라며 "차별금지법의 찬반을 따질 것이 아니라 차별금지법의 내용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어야 했다"고 했다.
반대 측 패널들이 사실과 다른 정보를 근거로 제시하며 주장한 데에도 비판이 잇따랐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정책부장은 "일부 토론자는 동성애자가 HIV에 걸려 비참한 삶을 사는 것이 예측 가능한 불행이라고 주장했다"며 "LGBT(성소수자) 인구에 정신질환자가 많다며, 동성애자를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의 정신건강 유병률이 높은 이유는 낙인과 차별 경험 때문"이라며 "이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고, 심지어 반대 측 패널이 근거로 제시한 논문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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