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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로 상추를 키웠더니…

[함께 사는 길] '녹조라떼' 4대강사업의 계속되는 악몽

2021년 올해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 성공'을 선언한 지 만1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성공'은커녕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4대강 잔혹사'는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 4대강사업은 단지 강만 망친 것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를 훼손시켰고, 합리적 이성과 사회적 상식을 마비시켰다. "우리가 4대강사업에 22조 원을 쓰고 확인한 것은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이라는 지적은 지난 시기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4대강사업의 가장 큰 악영향은 그 피해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수문을 개방한 금강, 영산강과 달리 8개 보가 막혀 있는 낙동강은 올해도 대규모 '녹조라떼'가 발생했다. 이 녹조라떼 속에 바로 독성 남세균(Cyanobacteria)이 들어 있다. 남세균이 내뿜는 대표적인 독소가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 100배 이상의 독성을 지녔으며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한 독소다. 마이크로시스틴을 포함한 남세균 독소는 간 독성, 신경독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 낙동강 이노정에서 녹조로 오염된 물을 취수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어린이가 상춧잎 3장 먹으면 WHO 기준 초과

지난 8월 말 환경연합은 낙동강 등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물놀이 금지 기준을 8마이크로그램(㎍/L, ppb)으로 잡고 있다. 분석 결과 낙동강 등에서는 미국 기준의 최대 800배가 넘는 마이크로시스팀이 검출됐다.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는 20μg/L 이상이면 아예 '접촉 금지(No Contact)'를 선언한다. 세계 경제 순위 10위권이자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은 미국의 수백 배 되는 독소를 지닌 강물로 수돗물을 만들고 농사짓고 있다. 10월 19일 추가실험에서는 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낙동강 녹조라떼로 키운 상추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67.9 마이크로그램(μg/㎏ bw/day) 검출된 것이다. 해외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의 농작물 축적 사례는 다수 보고됐으나, 국내 검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녹조라떼' 주변 농산물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매우 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환경부 등 정부는 '녹조 독소의 식물 흡수 기작이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안정성 검증을 외면해왔다. 

이번 분석은 미국 등에서 사용하는 토탈 마이크로시스틴(MCs)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수채와 상추 내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은 국립 부경대 이승준 교수, 이상길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농작물 내 마이크로시스틴 가이드 라인을 사람 몸무게 1kg 당 하루 0.04μg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낙동강 녹조로 키운 상추에서 검출된 kg 당 67.9μg을 단순 계산하면 6g 상춧잎 한 장에 대략 0.4074μg(1g에 0.0679μg)이 축적된 셈이다. 이는 몸무게 30kg인 초등학생이 하루 상춧잎 3장만 먹어도 WHO 가이드 라인(1.2μg)을 초과한다는 의미이다. 60kg 성인의 경우 6장이면 가이드 라인(2.4μg)을 초과한다. 전문가들은 독성 가이드 라인이 대부분 성인 위주로 선정되기 때문에, 체중이 적게 나가는 어린이 등 노약자의 경우 독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21년 8월 13일 낙동강 이노정 부근에서 녹조 물 20리터를 채수해 가로 60cm, 세로 120cm, 높이 20cm(물 높이 10cm)의 비닐 시설(일종의 간이 수경 재배)에 넣고 여기에 '상추 재배 세트'를 담가 8월 17일까지 5일간 재배했다. 낙동강 이노정 부근의 토탈 마이크로시스틴은 국립 부경대 이승준 교수 연구팀이 미국 EPA가 공인한 Method 546 실험방법을 이용해 분석했고, 여기서 L당 600ppb의 토탈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출했다. 상추 내 토탈 마이크로시스틴 축적 분석은 국립 부경대 이상길 교수 연구팀이 UPLC MS/MS 방법을 사용했다.

이번 조사는 실험을 위해 녹조 물에서 상추를 재배했다는 점에서 일반 농경지 재배 작물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남세균 독소가 농작물에 축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벼와 같이 우리 국민이 주식으로 삼는 다른 농작물에서도 남세균 독소가 축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 안전에 중대한 위협 요인이지만, 앞서 밝혔듯이 4대강사업 이후 정부는 그간 관련 조사를 사실상 회피해왔다. 또 이번 조사는 남세균 독소가 음용수 외에도 농작물 등 다양한 경로로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와 궤를 같이하는 분석이다. 중국 윈난성 뎬츠호(Dian Lake)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MCs) 함유량(μg/L, ppb)이 각각 120 / 600 / 3000일 때 벼 모종(Seedling)에 2.94 / 5.12 / 5.40의 MCs가 축적된 사례가 있다. 다른 나라에선 뿌리채소, 잎채소 등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 축적이 확인된 사례가 있고, 상추의 경우 잎사귀 표면 기공에서 남세균이 발견되기도 했다.

불행히도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해외 연구 사례와 다르게 작물 내 녹조 독소 축적을 부정해왔다. 환경부는 물환경정보시스템 '녹조 Q&A'에서 'Q : 녹조가 생긴 물을 농작물에 줘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가능합니다. 과일과 채소의 독소 흡수 기작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2016년 '녹조, 녹조현상은 무엇인가?'라는 소책자에서 환경부는 "유해남조류가 대량으로 발생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경우 농작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용수의 이송과 저류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분해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식물에 흡수되기도 어려워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 낙동강의 녹조라떼로 키운 상추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철재

'녹조 독소 식물 흡수 안 된다'는 거짓말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유해남조류(녹조)가 포함된 농업용수의 안전성 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농수로 등에서 남세균 독성이 감소해 벼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고서 연구 배경과 목적에서 "녹조 발생 농업용수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입증자료 확보로 국민적 우려 해소"라고 적시하는 등 실질적인 남세균 독성 축적의 위해성보다 회피성 분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남세균 독성은 햇볕과 물이 공급되는 논이나 밭 토양은 물론 농수로에서도 잘 자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 2021년 낙동강과 금강 하굿둑 주변 농수로에서는 녹조로 가득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전문가들은 남세균 독소가 지하수로 유입되면 독성이 분해되지 않고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지난 8월 낙동강과 금강 하굿둑 주변에서 L당 최대 7000ppb라는 기록적인 토탈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바 있다. 농경지로 직접 물을 공급하는 금강 서포양수장과 용두양수장은 각각 5000ppb와 1500ppb가 검출됐다. 부경대 이승준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작물에 따라서는 농업용수에 포함된 남세균 독소 중 최대 40%, 적게는 5~10%가 축적되는 경우가 있다"라면서 "(금강 서포양수장의 경우) 10%만 잡아도 500ppb가 축적된다는 말인데,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부경대 이상길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상당히 안정된 물질이라서 300℃ 이상에서도 분해되지 않는다. 만약 벼에서 독소를 배출하는 시스템 없이 축적만 된다면 밥을 지어도 (독소가) 분해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농작물 내 남세균 독소 축적은 국민건강 문제로 직결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농산물 안전 문제가 녹조가 심각한 낙동강, 금강 하굿둑 등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농산물은 해당 지역만이 아니라 수도권 등 전국적으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서울 가락시장 품목별 출하 지역 통계자료에 따르면, 깻잎 44.7%, 당근 19.5%, 부추 20%, 수박 11.2%, 양상추 34.6% 등이 낙동강 권역인 경남지역에서 출하됐다. 이 중 어느 정도가 낙동강 본류 물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통계자료 찾기가 쉽지 않을 만큼 체계적이지도 않다. 종합적인 조사와 대책이 시급하다.

4대강 녹조 위해성 종합 평가 시스템 구축해야

지난 10월 11일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내년 4월까지 7개월간 '녹조 관리 선전화 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유해 남조류 독성의 농산물 안전성 영향을 분석한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녹조 독성의 환경 위해성 문제를 외면하던 환경부가 이제라도 조사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녹조 위해성 문제에 있어서 그간 '과소보호 금지 원칙'이라는 헌법상 국민 권리를 외면했던 환경부 등 정부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 환경부의 이번 농산물 조사가 민간단체가 낙동강 등에서 남세균 독소를 분석하자 이에 대응하려 추진하는 것이라면 환경부는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에 민간단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데이터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녹조에 대한 종합적인 위해성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민관 공동 논의 단위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4대강사업 이후 만연한 녹조 독성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백신은 막혀 있는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낙동강 및 한강 보 처리 방안의 조속한 마련(정부), 낙동강 및 한강 취양수장 개선 예산 증액 편성(국회)이 필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4대강사업 악영향을 언제까지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 금강-서포양수장으로 이어지는 농수로.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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