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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시민단체의 ATM'라던 오세훈 시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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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서울시는 시민단체의 ATM'라던 오세훈 시장님께"

[기고] 오세훈 시장은 군사독재식 시정 멈춰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단체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이루어진 민관협치의 다른 쪽 당사자인 시민사회를 향해서 말이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시절, 서울시가 시민단체의 현금지급기(ATM)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박 전 시장 재임 10년 동안 1조 원의 국민 혈세가 시민단체로 술술 새어 나갔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시민단체는 천하의 몹쓸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민단체는 시민으로부터 대체로 높은 신뢰를 받고있다. 시민단체의 이름을 내세워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유착을 하는 단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힘든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자립을 위해 몸부림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회운동은 영광의 길도 아니고 희망적인 전망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자기희생의 자리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꾸준히 했다고 하면 지역 주민도, 지역 공무원 사회도 높이 평가하곤 한다.

그런 시민단체 사람들이 박 전 시장 시절 서울시와 협치를 도모했다. 오 시장도 협치 자체에 대해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2007년에도 2010년에도, 시민단체와 협력관계의 발전을 역설하던 그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후 서울 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1 서울특별시 봉사상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오 시장의 '무리수'는 전임시장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왜 오 시장은 이렇게까지 전임시장을 의식하는가. 그는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찬반 투표를 강행하다가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그 자리에 박 전 시장이 앉았다. 이후 오 시장은 자신의 재임시절 진행된 정책을 박 전 시장이 마구 중단하거나 축소한다고 여러차례 비난했다. 오 시장은 지금도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가. 그의 행보는 지금도 박 전 시장과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오 시장이 박 전 시장과 협치를 한 시민단체를 비난하는 정치적 셈법은 무엇인가.

박 전 시장은 자신과 친한 집단에 혈세를 마구 퍼준 나쁜 시장인 반면, 오 시장 자신은 곳간이 새는 걸 바로 잡는 포청천 같은 존재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대선 전략의 일환일 게다. 서울시 곳간을 복구해낸 정치지도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나라 곳간 또한 잘 지켜낼 수 있는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설명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1조 원이 낭비되었다는 취지 말을 했지만 전혀 근거를 대지 못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의 사회주택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공격을 퍼부었고, 서울시 위탁을 받은 민간 영역의 주거복지센터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거짓말까지 하며 공격했다.

또 지난 달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 직영 주거복지센터가 민간 위탁 주거복지센터에 비해 '월등히 잘한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자료로 판단할 때 완전히 거짓말이다. 평가 결과에 의하면 두 유형의 주거복지센터의 실적 평균은 1% 정도 차이밖에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SH 직영 주거복지센터의 평가 점수가 부풀려지지 않았나 하는 의혹까지 일고 있음을 감안하면, 오 시장의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허위사실 유포 행위'인지 알 수 있다.

오 시장은 사회주택을 말할 때도, 1조 원이 새어 나갔다고 말할 때도, 주거복지센터의 실적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근거를 대지 못한다. 아니면 터무니없이 과장하거나 허위사실에 근거해서 말하고 있다.

오 시장의 '말'은 시민단체에 나쁜 이미지를 덧씌워 본인의 뜻을 관철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서울시장이라는 지위로 인해 그의 말은 주요 매체 대다수에 실린다. 공적 자리를 이용해 사욕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일부 언론 매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오 시장과 함께 시민단체와 전임시장 공격에 열을 쏟고 있다. 이들 매체의 호응이 없다면 오 시장은 감히 '다단계 시민단체'라거나 곳간을 축내는 버러지 같은 존재가 시민단체라고 공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매체의 힘을 믿고 박 전 시장과 협치에 나섰던 시민단체를 공격의 표적으로 삼아 자신의 사익을 챙길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범위를 좀 더 좁혀 주거복지센터 이야기를 해보자.

서울시는 대한민국에서 주거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그럼에도 역대 서울시장은 주거 문제 해결에 게을렀다. 박 전 시장 때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볼 때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공급했다고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공급된 공공임대주택 또한 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주거복지센터 위탁 사업을 수행한 건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시간 순서로 보나 지역별로 설치한 주거복지센터 숫자로 보나 주거복지 향상 관련 실적으로 보나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주거복지센터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유는 민관협치 형태로 정착되기 시작했고 활동 또한 활발해져 주거복지생태계가 점차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주거복지센터는 모든 자치구에 하나씩 있다. 9개는 SH가 운영하고 있지만 16개는 민간단체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민간단체 가운데 6곳은 서울시에서 위탁 운영하기 5~6년 전부터 주민의 요구에 맞추어 주거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활동력 또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시민사회는 박원순 후보에게 주거복지센터를 각 자치구에 하나씩 설치하겠다고 공약할 것을 요청했다. 박 후보 또한 이 요청을 받아들여 공약으로 채택했다. 박 전 시장이 당선되고 그의 재임기간 동안 서울시는 이 공약을 이행하며 2012년부터 10곳을 위탁운영을 시작했고, 2018년 모든 자치구로 확대했다.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는 서울특별시가 그간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지역사회 주거복지를 책임진 게 주거복지센터이다. 주거복지센터는 황무지에서 논밭을 일구는 농민처럼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 구조 속에서 고군분투해왔다.

이러한 역사성과 사회적 의미를 폄훼하고 마치 서울시가 시혜를 베푼 것처럼, 박 전 시장이 세금을 낭비한 빨대의 하나인 것처럼 공격하는 오 시장의 모습을 보면 착잡하다. 오 시장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거나, 이미 고인이 된 정적을 향한 분풀이를 주거복지센터에 하는 것 같다.

그의 눈에는 지금 주거복지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100명의 해고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들의 가족의 삶은 안 보인다. 오직 주거복지와 주거권 실현을 위해 투신한 활동가의 절망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의 눈에는 사람이 없다.

민간이 운영하는 주거복지센터를, 관 중심의 조직인 SH에게 넘겨주려는 오 시장의 모습을 보면서 오 시장은 주거복지 생태계와 민관협치에 대한 몰이해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시대착오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거복지생태계는 어느 날 뚝딱 만들어질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니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땀을 쏟고 영혼을 갈아 터전을 닦은 사람들이 주거복지 연결망의 핵으로 자리 잡을 때 주거복지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주거복지센터이다. 이를 운영해온 법인이나,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주거복지 활동을 해온 법인을 상대로 서울시가 위탁운영을 제안한 것이다.

이에 지역사회가 호응해서 만들어 온 주거복지생태계다. 시장이 바뀌었다고 관계를 단절시켜야 할 문제가 아니다. 전임시장이 공약 이행 차원에서 주거복지센터를 위탁했다고 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계속 위탁해서 주거복지생태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새로운 시장이 해야 할 몫이다.

서울시가 먼저 위탁 제안을 해 놓고 어느 날 갑자기 '당신들 그만 둬!"하는 행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납품업체를 실컷 이용해 먹고 발로 차버리는 모습과 똑같다.

서울시가 민약 지역사회의 주거복지생태계를 일구어온 지역 시민단체들과 관계를 단절하는 결정을 끝내 강행한다면, 오 시장은 주거생태계를 파괴한 시장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본인의 정략적인 목표를 위해 주거권에 목말라하는 시민과 주거약자의 삶을 저버린, 그리고 지역사회의 주거 전문역량을 흩어지게 만든 '反주거권 시장'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지금 오 시장이 보이는 태도는 오만하기 그지없다. '짐이 곧 국가'라 하던 봉건 왕조에서나 보는 퇴행적인 모습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다양한 주체들이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다양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민의 독주도 관의 독주도 바람직하지 않다. 민과 관이 서로 존중하면서 서로의 강점을 살려 공존 상생 협력하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진정한 의미의 민관 거버넌스, 곧 민관협치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된다.

오 시장은 어렵게 만들어져 온 민관협치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서 자신을 정점으로 한 명령 지시 하달의 독주체제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도 어렵사리 자리 잡아나가던 사회주택 생태계, 주거복지생태계, 사회적 경제 생태계, 마을복지 생태계의 기반을 부수거나 파괴하지 말고 계승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이기 바라는 마음이다.

시장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관계의 생태계'는 영원하다. 유한한 임기의 시장이 영원성을 지향하는 각종 '관계의 생태계'를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관철하는 대상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부디 독재정권처럼 군림하는 자세를 버리고 민선 시장답게 사회 생태계 속에서 고군분투해온 주체들과 진솔한 대화부터 나누기 바란다. 마음을 열면 안보이던 '관계와 가치의 진가'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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