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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미신(迷信)’과 ‘민속(民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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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미신(迷信)’과 ‘민속(民俗)’

어린 시절에 빨간 색연필로 이름을 쓰면 어른들이 “너 죽는다.”고 해서 못쓰게 했다. 왜 그런지도 모르고 그 후로는 사람 이름을 쓸 때 붉은 색은 절대로 쓰지 않았고, 지금도 외국 학생들이 붉은 색으로 자기 이름을 쓰면 “한국에서는 붉은 색으로 이름을 쓰는 것은 좋지 않아.”라고 하면서 검은 색으로 쓸 것을 권한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것도 맞는 말인지 모르고 여기에 옮겨 본다. 6‧25 때 전사자의 이름을 빨간 색으로 써서 통보했다고 한다.(이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붉은 색 글씨는 죽음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고, 산 사람은 쓰지 않는 것이 되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중국인들이 유난히 붉은 색을 좋아해서 자기들이 독차지하려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속설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자금성이나 옛날 황제들이 입었던 자색옷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고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생각난다. 어디까지가 정의인지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마이클 쉘던 교수의 말이다. 즉 원가 100원짜리 물건을 200원에 팔면 잘 판 것이고, 500원에 팔면 더 잘 판 것이고, 10,000원에 팔면 사기인가? 그렇다면 9,999원에 팔면 사기가 아닌가?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다. 정의의 경계를 딱히 정할 수가 없다. 결국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 모양이다.

대장동 얘기도 그렇고, 손바닥 왕(王) 자 얘기도 그렇고 세상이 정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알 수가 없다. 유튜버들은 쓸데없이 자극적인 용어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다. “뭐가 끝장났다.”는 등의 말이나 “박살내야 한다.”는 등의 전투적인 말을 함부로 사용한다. 정말로 박살(몽둥이로 때려죽임)내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미신(迷信)이란 말은 “1.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여겨지는 믿음. 또는 그런 믿음을 가지는 것, 2.과학적‧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음. 또는 그런 일”을 일컫는 말이다. 한편 민속(民俗)이라는 말은 “민간 생활과 결부된 신앙, 습관, 전설, 기술, 전승문화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참으로 여기서도 그 경계가 모호하다. 삼신할머니한테 비손하는 행위는 민속인가, 미신인가? 첫월급 탔다고 부모님께 빨간 내복 사다 드리는 것은 또 무엇인가? 왜 하필이면 빨간 내복을 사다 드려야 하는가? 필지가 좋아하는 가수 장민호 군도 트로트 경선에 나갈 때 “빨간 빤쓰(?)입고 나갔다.”고 자백(?)한 적이 있다. 그만큼 생활 속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뿌리내리고 있다. 어디까지 미신이고, 어디까지 민속인지 구분하기 참으로 어렵다. 사실 필자도 방학하는 날이면 산에 들어가 닷새 동안 금식하고 내려오는데, 그동안은 수염을 깎지 않는다. 이유는 없다. 아마도 게을러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더부룩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뭔가 도사같다고 하기도 한다. 금식을 하면서 귀찮아서 깎지 않는 것이 남들에게는 뭔가 수양하기 위해서 절제하는 것으로 보이는가 보다. 이러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 “금식할 때는 수염 깎으면 안 되는 것이야.”라고 굳어버릴 수도 있다.

세상을 살아주는 것이 정말 어렵다. 모두가 자신들의 생각만으로 판단하고, 또한 스스로 판단하려고 하면 명확한 기준이 없다. 있을 수도 없는 것이 세상의 잣대다. 늘 하는 얘기지만 미국을 발견한 사람은 콜럼버스라고 하는 것은 서양인들의 생각인데, 우리네 동양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면서 진실인 양 호도하고 있다. 미국은 원주민(아메리카 인디언도 틀린 말이다)들이 살던 곳인데, 왜 콜럼버스가 발견한 것인가? 비과학적인 것을 다 미신이라고 하고, 민간 생활에 결부된 정통 사상은 민속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경계가 애매하다. <정의란 무엇인가?>을 열 번 읽어도 정답은 없는 얘기다. 다만 정책은 없고 남의 말꼬리만 물고 늘어지는 세태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시험 보는 날 미역국 먹으면 정말 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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