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아직도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전두환 잊었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아직도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전두환 잊었나?

[최창렬 칼럼] '법의 평등' 없는 통합은 어불성설

동양사회에서 사면은 자연의 재앙 또는 상서로운 일을 군주의 덕과 연결시키는 고대사회 특유의 정치관에 기인했으며 재난을 막고 음양의 조화와 관련한 군주의 특권으로 인식되어 왔다. 조선시대에는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역사적 당위론 대 현실론의 외피를 쓰고 논쟁적 의제로 등장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일단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정치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부상할 수 있는 이슈다.

사면을 주장하는 이들은 국민통합과 국가적 위신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통합이란 말처럼 모호한 말도 없지만 통합은 국가공동체가 종교, 언어, 이념 등의 차이로 말미암아 내전, 분단 등으로 갈라져 있을 때 각 진영의 분열과 사회적 원심력을 최소화하거나 동질성 회복을 위한 지향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천차만별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국사회에서의 통합은 경제수준에서의 양극화,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격차 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의 해소와 지나친 경쟁과 탐욕스런 자본주의가 가져 온 공동체 내부의 이질성 확대 등의 극복에서 찾아져야 한다. 물론 수구적 보수와 진보로 양극화된 현상도 한국사회가 직면해 있는 문제 중의 하나로서 통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진영으로 갈라진 극우와 진보의 분열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한국사회의 정치사회적 갈등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정의의 부재에는 일제의 지배와 분단에 따른 국제정치적 요인은 물론, 환경적 요인에서 배태한 측면이 크다. 미군정의 친일 관료 등용, 이승만 정권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 해체, 이후 군사정권들이 안보이데올로기를 이용하여 냉전논리를 정권의 안위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 행위, 이에 편승한 기득 블록의 형성 등에서 정치경제적, 사회적인 부정의와 불의가 일상화됐던 것이다.

또한 해방 이후 미군정과 독재정권들의 일제 잔재 청산에 대한 몰가치적 사고와 역사적 과오 등에서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어 왔다. 이러한 인식의 부재는 사면이 곧 통합이라는 반역사적이며 박제된 등식을 가져왔다.

우선 두 전직은 자신들의 과오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은 재판 결과에 대해 "법치주의가 무너졌다"고 했고, 박근혜는 "정치 보복"이란 입장과 함께 사법절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면이 이루어진다면 법 앞의 평등이란 법치주의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정의와 민주주의의 가치 자체가 부인되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뇌물죄 피고인에 대해서는 사면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사면 찬성론자는 사면은 본래 정적을 포용하고 용서하는 행위이자 권력자의 최고통치행위라는 논거를 대지만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는 현 정권의 정적이 아니다. 단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하고 남용하여 개인의 탐욕을 채우고, 경제권력과 유착하여 국정을 농단한 범죄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 임기 후 차기 정권에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하여 현 정권에서 매듭을 지어야 하는 정치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면, 두 전직 대통령에게 스스로 참회하고 범죄를 인정하라고 설득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법치에 부합한다. 정권적 차원에서 사면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설득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의 주장은 역사를 왜곡하고 정의를 부정하는 진영논리일 뿐이다.

해방 이후 누적되고 켜켜이 쌓인 사회역사적 모순은 물론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정의와 공정을 찾자는 혁명적인 국민의 요구가 박근혜 탄핵과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었음은 거론할 것도 없다. 당사자의 반성과 죄과에 대한 인정 없이 사면하라는 요구는 반역사적인 것이다. 사면이 곧 통합이라는 뒤틀린 사고는 한국사회가 정의와 멀어지게 된 단초를 제공했던 수많은 역사청산의 부재와 맞닿아 있다.

역사를 올바로 대면하고 과오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한국현대사의 비극은 언제든지 우리에게 기시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전두환 사면이 가져온 역사왜곡이 지금도 진행 중인데 또 다시 반성 없는 범죄에 대한 사면을 거론한다는 것은 역사적 망각에 다름 아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