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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이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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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이의 있습니다"

대구·경북 시도민의 의견수렴을 거치는 공론화 과정을 시작했어야 …

현재 8개 구·군인 대구광역시와 23개 시·군의 경상북도를 통합해 2022년 7월 하나의 광역 행정단위인 ‘대구 경북 특별자치도’로 하고 그 아래에 기존 대구광역시를 대구특례시로 존치시키고, 31개 시·군·구를 두는 대구경북 행정 통합이 그들만의 공론화로 개문 발차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된 대구 경북 통합론은 지난 9월 21일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데 이어 10월 19일에는 3차 회의가 열렸다. 공론화위원회는 출범과 함께 사무국에 대구시와 경상북도에서 각각 공무원을 파견 받아 실무를 지원받고 있다. 공론화위원회와는 별도로 대구경북 지역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400명 규모의 '대구경북 범시도민 추진위원회'가 곧 출범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지역민이 선출한, 지역민을 대의하는 공식적 기구인 지방의회 차원의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안동 시의회가 반대 결의안을 채택한 것을 제외하고는 몇 몇 지방의원의 발언이 있었을 뿐 경상북도 의회나 대구시의회를 비롯하여 대구 경북 지방의회는 이 문제에 대해 토론도 없고 입장 표명도 없었다.

또 통합의 효과에 대한 용비어천가식 찬양은 있어도 정작 통합에 대한 밑그림은 없다. 행정통합을 대구 경북 특별자치도 중심으로 할 것인가? 대구 중심의 특별자치시 중심으로 할 것인가의 동상이몽만 드러내고 있다.

대구경북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 기존 대구광역시인 대구특례시는 시장을 직선으로 선출하고 대구시의회를 존치시킬 것인가? 또 대구시의 구·군은 자치구로 할 것인가? 자치권이 없는 행정구로 할 것인가? 어느 것 하나 명쾌한 밑그림이 없다. 만약에 대구의 구와 군을 자치구로 존치시키지 않는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주민자치에 역행하는 처사인데 이런 행정통합이 왜 필요한가에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도저도 아닌 어설프게 타협해 대구경북 특별자치도 아래에 대구특례시를 두고, 그 아래에 구 ·군을 두는 식이 된다면 옥상옥인 ‘대구경북 특별자치도’라는 행정단위만 하나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교육청과 지방 경찰청 같은 광역단위 기관도 통합할 것인가? 교육자치와 곧 도입될 자치경찰제는 어떤 단위로 할 것인가? 대구 8개의 구·군과 경북의 23개 시·군은 계속적으로 통합하지 않고 존치시킬 것인가 등의 밑그림에 대한 안부터 내놓고 대구·경북 시도민의 의견 수렴을 거치는 공론화 과정을 시작했어야 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주장하면서 근거로 내세우는 논리들을 보면 수도권에 맞서는 초대형 지방자치단체로서의 위상과 규모의 경제라는 몸집 불리기, 종주도시 육성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어느 하나 수긍이 가지 않는다. 지방이 몸집이 작아 수도권에 소외된다는 논리인데 대구 경북이 통합해 하나의 자치단체가 된다면 역으로 대구가 아닌 경북지역 소도시의 소외 역시 우려된다.

대한민국 면적의 20%를 차지하는 광대한 면적을 하나의 대도시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면적과 인구가 커졌다고 해서 경쟁력이 커지고, 수도권과 대도시로의 인구유출을 막아내고 지방소멸을 막아낸다고 하지만 논리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대구 경북에서의 지역 간 불균형은 심화되어 대구 위주로 집중될 것이고 도시주변 농촌지역은 기피시설부터 유치되는 등 도시에 예속되어 희생될 우려가 크다.

지난 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용어부터가 지방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이고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지방행정권 자치재정권 등을 제대로 갖지 못하는 반쪽짜리 지방자치이다.

지방을 살리려면 대구·경북 통합이 아니라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조정하고 수도권 제외 지방에는 중앙 정부의 교부금도 특별히 조정하는 등의 재정확대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형 개헌,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입법이 먼저이다.

진정한 지방분권형 지방자치가 이루어지려면 제대로 된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선거제도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51%를 득표하면 49%를 사표로 만들어 버리는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는 제1당이 자신의 득표보다 과도하게 지방의회 의석의 80프로 90프로를 점유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선거법에서의 지방분권은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채 지방자치를 왜곡시킬 수 있다.

대구 경북은 물론이고 광역시·도 의회 정당별 의석 분포를 보라. 승자 독식 소선거구제 선거제도의 결과이다. 견제 받지 않는 거대 지방권력은 그 자체가 해악이 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균제와 균형의 지방분권형 지방자치가 제도로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정당의 책임정치에 맞게 지지율에 따른 의석이 배분되는 연동형비례제로 지방의원 선출 선거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행정구조 개편과 통합이 필요하다면 주민의견 수렴부터 해야 하고, 풀뿌리 자치를 효율적으로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별 통합이 우선이다. 시·군이 통합해 현재의 포항시, 경주시, 구미시 등을 만들었던 것처럼 역사와 지리를 함께하는 시·군부터 통합해 효율적인 지방자치가 가능한 소 통합부터 이루는 것은 어떨까? 또 다른 대안은 없는지, 지방을 살리는 행정구조 개편에 대해 이참에 모든 상상력을 모아 보자.

늦었을수록 돌아가자. 대구경북 행정 통합이 제대로 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려면 대의기관인 대구 경북 시·도의회를 비롯한 대구 경북의 31개시·군·구의회에서부터 논의되고 토론되어야 한다. 국회의원과 시장 군수를 비롯한 모든 선출직과 정당이 목소리를 내고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공론화이다. 분명한 것은 결론을 정해놓고 시간에 쫓기듯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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