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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맛없는 빵을 만들면…"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 발언에 장애인ㆍ중소상인 등 거센 반발

"진지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SSM이 만약 친서민 정책이 아니라면 팔을 걷어붙이고 못하게 해야 한다"(10월 15일 중소기업청 국정감사)

"장애인이 맛없는 빵을 만들면 빵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의 소상공인들이 '맛없는 빵'을 만들고 있는데 이를 우리에게도 강요하고 있다"(10월 16일 '제14회 아시아·태평양 소매업자 대회')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의 발언이 중소상인과 장애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SM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소상공인 아닌 고수익을 올리는 개인대형슈퍼마켓 상인들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소상공인과 장애인을 한데 묶어 동시에 경쟁력이 없다며 비하한 것이다. 이 회장은 아·태 소매업자 대회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이후 기자들이 "너무 심한 비유로 논란이 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의 현실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이 회장의 발언이 확산되며 파문이 일자 홈플러스 측은 18일 "이회장은 본인이 다니는 교회에서 장애우들이 직접 빵을 만드는 '장애우 빵공장(가칭)' 설립을 추진하면서 제빵 전문가를 투입하는 등 가망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법을 고심해 왔다"며 "이 회장은 평소 장애우에 대한 존중과 함께 올해만 해도 지역별 장애우 대상 1억 원 상당 쌀 기증, 장애인 돕기 한마음 마라톤대회 후원, 장애아동 갯벌체험행사 등 매년 다양한 지원활동을 실시해오는 등 장애인에 대해 폄하하거나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또 "SSM 문제 역시 규제보다는 중소상인의 경쟁력을 제고해주는 것이 시급하다"며 "물고기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장애우의 맛없는 빵'과 '물고기 잡는 법'이라는 두 가지 핵심 내용을 짧은 시간 내에 모두 표현하려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대한스토어협회 협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단체 "사과 안 하면 홈플러스 불매운동"

하지만 중소상인과 장애인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인환 한국 장애인단체 총연합회 사무총장은 19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이 회장이)중소 상인들을 장애인들에 비유했다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을뿐더러 장애인들이 뭔가 부족하고 잘못됐다는 시각을 평소에 갖고 있는 것"이라며 "이 회장이 경솔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홈플러스 측의 해명 자료에 사용된) 장애우라는 용어는 친구가 필요한 사람으로 혼자 자립할 수 없다는 시각이 들어있다"며 "이 회장은 (장애우에 대해) 위에 있는 입장에서 '내가 어떻게 해 준다'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서 총장은 이 회장의 '장애우 빵공장' 설립에 대해서도 "기술자를 붙여 장애인이 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술자가 빵을 만들고 장애인이 포장을 해 '장애인 빵'이라고 파는 것"이라며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이 평화롭게 고기를 잘 잡고 있는데 대형 배가 와서 싹쓸이를 해 씨를 말리는 것을 속임수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8월 기획재정부가 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에 대한 수의계약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이 회장과 연관지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 총장은 "홈플러스는 경기도 안산시에서 매장 앞 인도를 좁히려다 장애인 단체와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며 "기획재정부의 축소·폐지 움직임 역시 장애인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을 가진 이 회장이 녹색성장위원회에 속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맛있는 빵 만드려 노력하는 장애인들을 불쌍한 동정의 대상 취급"

중소상인실리기전국네트워크와 전국상인연합회 등 중소상인 단체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19일 서울 강남에 있는 삼성테스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승한 회장의 발언을 규탄했다.

중소상인 단체는 성명서에서 "(이 회장이) 편견과 차별심에 가득한 망언을 쏟아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사실 관계와 전혀 맞지 않는다"며 "품목에 따라서 SSM이 재래시장이나 동네 가게보다 가격이 더 비싸기도 하고 유통생태계를 재벌이나 대기업이 독점할수록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장애인들이 맛없는 빵을 만든다는 근거는 어디 있고, 소상공인 가운데 (SSM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부자들이라고 왜곡하는 그의 파렴치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라며 "우리나라가 아무리 자본주의 나라라고 해도 최소한의 기업윤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 단체들도 별도의 성명서를 내고 "이 회장이 모든 언론이 집중하는 공개석상인 국제 세미나 장소에서 장애인 비하 망언을 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바이러스처럼 유포시키는 범죄행위이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저촉되는 문제"라며 "이 회장은 실제로 장애인들을 고용해 빵공장을 운영하며 맛있는 빵을 만들어 판매하려 불철주야 노력하는 장애인당사자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불쌍한 동정의 대상으로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회장은 중소 마트 진출로 지역 영세 상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을 합리화하면서 세 치 혀로 자신보다 약한 자들을 무시하고 어떤 말을 해도 상관없다는 탐욕스런 모습을 드러냈다"며 "장애인 비하 망언에 대해 480만 장애인의 자존심을 걸고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30대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1.45%에 지나지 않고 공공기관의 60%가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등 현실은 우리 사회에 장애인을 경제활동에 불필요한 사람 정도로 치부하는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이 회장이 장애인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도 공직자와 기업인들의 효율성만을 내세우는 경제제일주의의 극단적 사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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