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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처음엔 나가노와 분산개최 하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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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처음엔 나가노와 분산개최 하려고 했었다"

[최동호의 스포츠당]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한 김진선 전 강원지사 인터뷰

그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의 생각 아니 그의 심정(心情)이 궁금했다. 김진선 전 강원지사. 평창동계올림픽을 구상하고 유치한 장본인이다. 그와의 첫 만남은 2005년 8월 강원도가 두 번째 올림픽 유치에 나선 즈음이었다. 한용운의 첫 키스처럼 강렬했다. 세련된 말투는 아니었다. 제스추어와 표정도 다소 투박했다. 서울에서 온 중앙언론사의 젊은 기자를 구워 삶는 노련한 정치인이 아니었다. 진심이 느껴졌다. 순수하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그 기억 때문인지 평창동계올림픽을 떠올리면 김 전 지사의 첫 이미지가 그려졌다. 유치 후 김 전 지사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았고 2014년 7월 급작스럽게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개막을 목전에 둔 지금 김진선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은 대회 성공을 위해 대통령부터 국민, 조직위 등 모든 주체가 힘을 모아야 돼.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나서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걱정도 들어. 내가 이렇게 얘기하는 이유는 지금 하고 있는 걸 잘못됐다, 그 때 이렇게 했어야 됐다는 걸 말하려는 게 아냐. 지금은 올림픽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또 올림픽을 꼭 성공시켜야 할 새로운 당위성도 나타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야. 올림픽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리해줬으면 좋겠어."

▲알펜시아 경기장 ⓒ녹색연합

울고 있는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라고 말하는 친엄마의 마음, 솔로몬의 재판이 떠올랐다. 새로운 당위성을 물었다.

"첫째는 지금의 남북 상황이야. 핵이슈와 관련된 남북정국이지. 해외에선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말이야. 이럴 때 일수록 올림픽을 매개로 해서 부수적인 것을 얻으려고 하는 노력도 필요하긴 하지만 물 흐르듯이 순리대로 이 문제를 접근해야 된다 이거지. 북한이 참여하니, 안하니, 평화올림픽 모양새를 내느냐, 못내느냐를 떠나서 올림픽 자체의 이념과 목적, 목표가 있으니까 이것에 더 충실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되는 거지. 88서울올림픽도 마찬가지였지만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들은 좀 다르더라. 이런 평가를 받아야 하쟎아. 그러니까 남북관계가 지금 이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올림픽을 잘 치뤄야 할 당위성이 생긴 거지. 난 평양 가서 북한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과 2006년에 사인까지 했고 이 내용을 IOC에 문서로 제출하고 프리젠테이션까지 했어. 남북이 정치, 안보와는 별도로 올림픽 문제를 다룰 기회가 몇 번은 있었다고 판단하는데 전 정부에서 그걸 놓친 면도 있어.

두 번째로 나는 ‘신삼국지’라고 표현하는데, 한국·중국·일본 동북아 삼국이 정치·안보·경제적으로 첨예하게 서로 물려있단 말이지. 각 나라가 서로 자기들이 목표하는 게 있어. 그런데 2018평창, 2020도쿄, 2022베이징올림픽을 2년마다 삼국이 개최하게 된 거야. 일본은 초강대국으로 동북아를 주도하던 나라에서 지금 위치가 바뀌었쟎아. 경제도 20여년간 어려웠고. 언제가는 다시 강대국으로 일어서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그걸 일본사람들은 일본재생(日本再生)이라고 표현해. 일본재생의 다는 아니지만 일본재생의 상징이 바로 도쿄올림픽이지. 그래서 일본은 도쿄올림픽 유치직후에 스폰서를 다 채웠어. 목표치의 3배 가까이 달성했지. 일본국민과 기업이 도쿄올림픽을 일본재생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지.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으로 굴기(崛起)를 시작했어. 중국의 위대한 역사와 경제 부흥을 보여줬단 말이지. 2022동계올림픽을 통해선 엑셀러레이터를 더 밟겠다는 거고 또 하나의 목적은 소득이 높아지면 당연히 레저·문화·관광·스포츠를 찾쟎아. 강원도가 평창올림픽을 통해서 동계스포츠와 관광의 허브로 발돋움하는 걸 중국이 가만히 보고 있을까? 허베이성이 베이징에서 180km 떨어져 있는데, 30분 걸리는 고속철도를 건설해서 거기다 동계스포츠의 장을 마련하려는 거야. 동북아 삼국이 2년마다 올림픽을 치르는데, 어디는 잘 치르고 어디는 못치르고 이러면 어떻게 될까? 이게 올림픽을 우리가 잘 개최해야 되는 두 번째 당위성이야."

당위성, 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그렇게 돼야할 일이다.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할 일이었다면 공감대가 이뤄져야 하는데,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저조하다.

"내가 보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결정적인 것은 우리가 그동안 여러 국제대회를 개최하면서 상처를 많이 입었어. 그래서 잔펀치도 많이 맞으면 멍이 든다고 동계올림픽은 다르다고 인정했다가 비판을 많이 받으니 올림픽도 여러 국제대회 중의 하나로 격하된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 예컨대 2015년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2013년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와 자꾸 비교되면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고, 마케팅이나 국민 참여에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전 정부에선 그러지 못했단 말이야. 다행스러운 건 탄핵정국이 되면서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는데 새로운 정권, 정부가 불과 8개월 밖에 남지 않은 올림픽을 맡은 거쟎아.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으니 이제 올림픽은 이 정부의 몫이 된 거고 그런 면에서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는데 다행히 내가 보니까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올림픽이 새로운 정부의 책무고 역할이라는 것을 아주 분명하고 명백하게 인식하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을 봤단 말이지. 실제 일을 챙겨나가는 것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국민 참여도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

올림픽 경기장의 사후 활용은 여전히 문제다. 고비용 저효율이란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은 없을까?

"그동안 각계에서 올림픽과 관련해 많은 비판을 제기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 왜 많이 쓰느냐?, 분산개최하면 좋은데 왜 강원도가 욕심내서 다 하려고 하느냐? 절약하고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건 당연히 좋은 거고 또 그런 문제를 제기할 만한데 그 자체는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아. 내가 조직위원장 맡으면서 경제올림픽이란 개념을 만들었는데, 경제올림픽은 소극적으로는 최소비용을 들이는 거고 적극적인 측면에선 국가 이미지, 브랜드 파워 높이는 네이션 마케팅이쟎아. 대한민국의 가치, 평창의 가치를 높여 놓고 경제적인 이익을 직,간접적인 측면에서 극대화 시켜 나가자. 이게 내가 말한 경제올림픽이야. 나도 상당히 절약하려고 했지. 제2영동고속도로, 강릉까지 KTX 연결은 올림픽 때문에 안해도 되는 걸 한 걸로 아는데 이게 국가기간철도망 계획에 2020년까지 하게 돼 있는 거야. 올림픽 때문에 앞당긴 거지. 동계올림픽은 꼭 해야 되는 게 있는데, 해야 될 건 확실하게 투자해서 제대로 해야 된다는 생각이었고.

분산개최는 처음엔 슬라이딩 센터는 나가노로 하려고 했어. 국외는 나가노, 국내는 서울 분산개최 검토했고 북한에서 스키경기 개최하는 것도 북한을 방문해서 일제강점기 때 사용하던 북한의 스키장까지 다 검토했어. 사후 활용면에서 비용 줄이기 위해 강원도에선 원주, 춘천 분산개최까지 다 검토했는데, 검토하다 보니 올림픽 유치나 레거시 면에서 경쟁력이 없는 거야. 올림픽이 민간기업에서 경제적 수익 내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 수익 위주로 하려면 체육시설, 문화예술 시설 아무 것도 못해. 올림픽이란 게 특성상 축제성, 집적성, 종합성이 있어서 분산하면 올림픽이 안되는 거야. 또 분산하더라도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아니고. IOC도 실사 나와서 이동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을 지적해서 우리가 IOC 조언을 받아들여 콤팩트하게 보완해서 이렇게 됐지."

분산개최는 끝내 아쉬움을 남긴다. 2015년 호기가 왔음에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창은 2011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고 김 전 지사는 2014년 7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2014년 말 IOC가 ‘올림픽 아젠다 2020’을 발표하자 분산개최 여론이 급등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양호 당시 조직위원장은 "분산개최는 없다"고 못박았다. 분산개최 논란 당시에도 그랬지만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현안과 관련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조직위원회 내부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어려운데, 내가 조직위원장 맡고 보니 그게 가장 큰 숙제였어. 예컨대 안전, 관제, 보건. 이런 것들은 국가 전체가 움직여야 되거든. 그러니까 중앙정부 공무원을 지원받아야 하고 다음엔 강원도와 하위 시도에서 파견된 분들 그리고 민간쪽에서도 전문가들이 필요한 분야가 상당히 많아.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붙박이로 가야돼. 올림픽은 6년, 7년간의 내용을 알고 역량이 있어야 준비하는 거지. 그게 결정적으로 필요한 요소인데 쉽지 않았어. 우리나라 공직사회 조직문화 특성상 전문성 있는 사람이 끝까지 가고 이런 게 쉽지 않아. 88서울올림픽 땐 국가 최고책임자의 결단이 있어서 조직위원장이 정부에서 분야별로 최고로 유능한 사람을 딱 지정해 달라고 하면 줬어. 줘서 붙박이로 놓고. 우리도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그게 마음만큼 잘 안 됐어. 그럴려면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IOC는 수십 년씩 각 분야에서 일을 해 온 전문가들인데, 우린 자주 바뀌니까 그런 어려움이 처음부터 죽 있었지. 다만 그 문제는 지금 제기할 이유는 없고 그런 속에서도 열심히 해왔다고 봐야 되니까 나중에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으면 될 것 같아."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까지 2개월도 채 남지 않았으니 실질적으론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셈이다. 남은 기간 무엇을 준비해야 올림픽 성공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이젠 시간이 없지. 지금부턴 딱 두 가지야. 하나는 대회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고 또 하나는 국민 참여지. 대회 운영을 아주 세밀하고 오차 없이 진행하는 게 중요해. 올림픽은 대회 운영, 먹고 자는 것, 그리고 움직임이 원활하게 잘 되나 이거거든. 이게 다 운영이야. 그리고 국민 참여인데, 이걸 풀스타디움이라고도 해. 풀스타디움은 패럴림픽까지 경기장을 꽉꽉 메우는 열기가 있어야 되는 건데 이건 강제한다고 되는 게 아니쟎아. 설상경기 밤에 하는데 몇 천명씩 몇 만명씩 가서 볼까? 걱정스럽지. 결국은 소프트웨어, 국민 참여가 올림픽 성공을 좌지우지 하는데, 고속철도 깔고 도로 개설하고 숙박, 관광 아무리 잘 돼 있어도 이 두 개가 잘못되면 올림픽은 실패고 반대로 경기장이 완벽하지 못하거나 교통이 막히고 다른 거 조금 불편해도 대회운영과 국민 참여, 이 두 가지가 잘 되면 다른 부족한 부분 메꾸고 성공하는 거야. 지금부턴 총점검 비상체제로 들어가서 일일, 주간 점검하고 시뮬레이션 하고 여기에 집중해야 돼."

아쉬움이 없진 않을까? 올림픽을 구상하고 유치했고 준비까지 하다 도중에 물러났으니 아쉬움이 많을 듯 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제일 중요한 게 레거시지. 좋은 레거시를 많이 만들어야 되쟎아. 그럴려면 돈이 필요한데 지금 국내에서 예산을 만들 수 있겠어? 힘들지. 올림픽이 끝나면 IOC와 정산을 하는데, 우리가 줄 돈은 주고 받을 돈은 받게 돼 있어. 레거시펀드를 만들어야 돼. 그러기 위해선 연구도 많이 하고 명분도 쌓아서 IOC로부터 최대한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도록 협상력을 키워야 돼. 여기에 대한 연구를 해야 되는데, 아직 논의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남북공동프로그램도 내가 합의까지 해 놓고 못한게 있어서 아쉽지. ‘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모임’도 유치붐을 일으키고 큰 역할을 했는데 내가 떠나고 난 뒤에 갈라지고 동력을 많이 잃었다고 하더라고. 국민적인 열기를 일으킬 수 있는 모임이었는데 그것도 아쉽고 문화예술인과 지식인들의 평가도 중요하거든, 그래서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를 불러서 국제학술대회와 세종솔로이스트 국제음악제, 이걸 겨울프로그램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다 안됐지. 아쉬움이 있어."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2시간 30분 동안 거침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때론 격정적이었고 때론 전문적이었다. “더 디테일하고 더 스토리 있는 얘기들이 있지만 오늘은 올림픽 성공을 위해 도움이 되는 얘기만 하고 남은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 강원도 도지사로 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으로 또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김 전 지사의 인생 20여 년은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인터뷰 후 나흘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의 동향 파악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왜 김진선 전 조직위원장을 교체했을까?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인터뷰 다음 날 '꼭 좀 넣어달라'고 보내 온 문자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내용은 끝까지 밝히지 않았던 김진선 전 지사의 진심이 느껴졌다.

'최선생님께. 번거로우시겠지만 다음 사항 꼭 언급이 됐으면 합니다. 올림픽을 준비한 모든 관계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애 많이 쓰셨습니다. 고마움과 성원 보낸다는 덕담 부탁드립니다. 평창올림픽은 유치부터 개최에 이르기까지 2000년부터 모든 정부, 국민, 강원도민들이 최선을 다한 합작품입니다. 다시 한 번 합심과 애정으로 열정의 불꽃을 피워 성공개최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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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YTN 보도국 스포츠부 기자를 시작으로 IB스포츠 신사업개발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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