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전(충청권) 유치' 약속을 뒤집으려는 모습을 보이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싸움판'이 될 지경에 처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이를 약속했었다. 노골적으로 과학벨트 유치를 공언하고 있는 영·호남 지자체장을 말리는 여야 지도부도 진땀을 빼고 있다. 충청 지역 지자체장들의 '박탈감'은 말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21일 한나라당 지도부와 자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소속 T·K(대구·경북) 광역단체장들은 과학벨트 영남 유치를 공언하며 한나라당 지도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집토끼는 거들떠 보지도 않으니 우리도 산토끼가 되자는 게 영남의 여론"이라며 "과학벨트 관련 논의를 보면서 굉장히 실망하고 좌절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T·K를 잊어버린 게 아닌가. 내년 총선에서 '(영남지역)국회의원들은 각오해라'는 것이 지역 여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시장은 "과학벨트 입지 선정 문제는 절차와 과정을 중요시해야 한다"며 "비교 우위가 있는 곳으로 선정해 지역 발전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T·K 지역 유치를 주장했다.
현 정권 최대 실세인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의원도 포항을 중심으로 한 대구 경북 과학벨트 유치를 공언하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발언을 자제하자"며 "과학벨트 유치 논란이 가열되는데, 정부가 결정할 때까지 자중해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광주시청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광주가 과학벨트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선 데 대해 "우리가 내부에서 싸우면 충청권을 잃고 정권교체는 물 건너갈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의 주인인 광주가 대국적 견지에서 충청을 크게 안아달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우리가 싸우면 이명박 정권과 형님(이상득 의원)이 의도한 대로 과학벨트가 (영남으로) 가고 당은 또 분열할 수 있다"며 "정권교체를 해서 우리가 이룰 것에 비하면 여기에 목맬 일이 아니다"라고 광주 민심을 달랬다.
그러나 강운태 광주시장은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보면 호남에 유치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고, 김영진 의원 등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도 "과학벨트 광주·전남 유치를 위해 광주지역 의원 8명이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에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을 파기해 문제가 꼬이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상득 의원을 지목한 뒤 "이명박 정부의 전횡과 국정농단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반간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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