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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 없더라

[김종배의 it] 한나라 개혁파, '내년 봄'에 두고 보자

두고 보자는 사람 치고 무서운 사람 없다.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들이 그런 경우다.

이들이 어제 모임을 갖고 의견을 모았단다. 청와대와 당이 앞으로 물리력을 동원한 쟁점법안 처리를 강요할 경우 거부하기로 했단다. 만약 강행처리에 동참하면 19대 총선 때 불출마까지 각오하기로 했단다.

설핏 들으면 참으로 강경한 입장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앞으로 잘 할 테니까 과거는 잊어주세요'라는 말로 들린다.

꼬아 듣는 게 아니다. 이렇게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한나라당 내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이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어제 예산안 강행처리를 지휘한 김무성 원내대표를 만났지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책임'도 '사퇴'도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확인했다. 예산안 강행처리는 지도부 한두 사람의 책임이라기보다는 한나라당 의원 모두의 책임이란 인식을 확인했고, 청와대와의 교감이나 지시에 의해 예산안이 처리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곤 다른 데 가서 말한 것이다. '민본21' 회원 상당수가 초재선 의원 모임에 나가 '앞으로'를 읊조린 것이다. '오늘'을 불문에 붙이면서 '내일'을 약속한 것이다. '책임'을 '다짐'으로 '퉁 치려' 한 것이다.

초재선 의원들의 '앞으로'에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정황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청와대의 강경 입장이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행처리 된 예산안이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 야당 공세에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야당 공세에 대해 "기본적 정도를 벗어난 이익집단의 행동보다 못하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당내 개혁 등을 놓고 목소리를 한껏 높이다가 청와대의 강경 기류를 탐지하곤 꼬리를 내린 이전 모습들에 견주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어제 같은 오늘'을 연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쯤 해두자. '어제'를 보고 '오늘'을 예감했었다. 그냥 따라가자. 이들이 두고 보자고 했으니 국민도 두고 보자. 얼마 남지 않았다. 이들이 거부하기로 한 '물리력을 동원한 쟁점법안 처리'가 재연될 날이 멀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한미FTA 비준안 만큼은 여야 합의처리가 불가능해 보이니까, 그러면 강행처리는 불가피하니까 이르면 내년 봄에 이들이 '거부'를 결행할 기회가 올 가능성이 높다. 이 때 두고 보면 알 것이다.

▲ 김무성 원내대표와 회동을 통해 개혁성향의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은 예산안 날치기 관련해 더이상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뉴시스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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