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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병인지 포탄인지도 모르면서 '햇볕정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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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병인지 포탄인지도 모르면서 '햇볕정책' 평가?"

꼬리내린 한나라…"남탓 중단하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무력도발을 포함한 '벼랑끝 전술'까지 각오했다는 미국 정부의 외교전문이 공개됐다.

정부 출범 이래 강경 일변도의 기조를 유지해 온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연평도 사태 등 북한의 무력도발을 초래한 원인이라는 지적에도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벼랑끝 전술 요구하더라도 北 몰아붙일 진정한 기회"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주한 미 대사관은 지난 해 1월 국무부에 보낸 외교 전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청와대 소식통들은 몇 차례에 걸쳐 이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정책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임기 말까지 남북 관계를 동결 상태로 둘 각오도 돼 있다고 전했다"라고 보고했다.

특히 미 대사관은 "이 대통령의 보수 성향의 보좌진과 지지자들은 현재의 대치 상태가 어느 정도의 벼랑끝 전술을 요구하는 것이더라도 북한을 몰아붙이고 더 약화되도록 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미 대사관의 보고서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 간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북한의 붕괴사태에 대비한 중국 측의 비상대책을 물었으나, 후 주석은 그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대답을 피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남북관계 자체를 동결시킨 채 주변국들과의 공조로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면 결국 북한 정권은 붕괴할 것이라는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외교부 차관으로 근무하던 지난 2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의 오찬에서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있고 김 위원장이 사망한다면 2~3년 내에 정치적으로도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시절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를 만나 "북한의 내부 상황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북한의 북쪽 지역에 소요 사태가 있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며 국가정보원 보고에 따르면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여객 열차에 폭탄이 있는 것을 북한 경찰이 발견했다"고 언급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해 7월 캠벨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5년 이상을 살 것 같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보온병인지, 포탄인지도 모르면서 햇볕정책 평가하나"

일련의 외교 전문 공개와 함께 민주당은 북한에 의한 연평도 사태 책임을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돌리려는 여권 전반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은 집권 3년이 지난 지금에도 안보 난맥상의 원인을 지난 정권 탓, 햇볕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문서 공개로 대한민국 외교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햇볕정책을 계승하지도 않고, 이미 폐기하고도 계속 전 정권 잘못으로 돌리고 햇볕정책 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가안보의 양축인 국방력과 외교력, 대한민국 안보의 총체적 무능함이 이번 외교문서 공개를 통해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이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햇볕정책은 한반도에 평화라는 밥을 짓는 가마솥"이라고 규정한 뒤 "밥 짓는 가마솥을 창고 속에 집어넣은 이명박 정권이 자신의 안보 무능을 햇볕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연평도 포격 현장에서 불에 탄 보온병을 '포탄'으로 지목해 구설에 오른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해 "보온병인지 포탄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햇볕정책을 평가하느냐"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도발을 자초한, 대북 암흑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역풍' 조짐에 꼬리내린 한나라…"햇볕 탓 적절하지 않아"

햇볕정책에 대한 비난이 오히려 역풍의 조짐으로 이어지면서 한나라당의 내부의 기류도 조금씩 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칫하면 대대적인 '공안몰이' 끝에 참패를 당한 지난 6.2 지방선거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날 한나라당 지도부가 개최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햇볕정책' 자체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심지어 '자중'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이 연평도 사태의 책임을 마치 우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대북정책 때문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라고 전제하면서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햇볕정책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하는 것도 적절한 지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 의원은 "지금은 국론을 모아야 하는 만큼 '이 정부 탓이다, 과거 정부 탓이다'라고 할 때가 아니다"라며 "햇볕정책도,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도 분명한 성과와 한계가 드러나기 때문에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새로운 대북 전략을 만들어가는 데 한나라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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