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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햇볕정책 탓 말고 보수의 '실력'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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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햇볕정책 탓 말고 보수의 '실력'을 보여주세요

[기자의 눈] 송영길이 종북주의자? 한나라당 대변인은 매카시인가

가히 점입가경이다. 북한에 의한 연평도 사태가 발발한 지 불과 사흘이 지난 26일,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이 내놓은 논평이 그렇다는 얘기다.

"극악무도한 맹수는 평화시에 발톱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은 맹수를 살찌우고 숨겨진 발톱도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햇볕정책으로 더 강력해진 맹수의 발톱에 천안함의 장병들이 산화했고, 대한민국의 영토인 연평도가 폐허가 됐다."

한나라, 천안함-연평도 모두 '햇볕정책' 때문?

지난 천안함 사태뿐 아니라 이번 연평도 사태의 책임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목한 것. "'퍼주기'가 북한 정권을 살찌웠다"는 강경 보수의 논리를 여과없이 반복한 발언이다.

또 배 대변인은 "민주당의 송영길 인천시장은 북한의 연평도 무력 도발이 우리 군의 훈련에 자극받았기 때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종북좌파의 본심을 천명한 송영길 시장은 인천시를 지킬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고 사퇴하라"고 전형적인 '색깔론' 공세를 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이 그토록 흠집내고 싶어하는 햇볕정책의 3대 원칙(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화해와 협력) 중 첫번째 원칙이 '무력도발의 불용'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햇볕정책의 '정경 분리' 기조 속에서 남북관계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 집권 후반기를 넘어서면서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햇볕정책을 뛰어넘는 대북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구축했던가?

남북한 사이의 교전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보수 진영의 '잃어버린 10년' 레퍼토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지난 두 차례의 서해교전(1999년, 2002년)도 모두 승전으로 귀결됐다. 평화와 대화를 지향하면서도 북한군의 무력 도발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해 왔다는 이야기다.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천안함은 어땠나? 그리고 연평도는?

무엇보다 지금은 정권교체 시기도 아니다. 집권 후반기로 들어가는 이 시점에 익숙한 색깔론과 지난 정권 탓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금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행태다.

민주당은 발끈했다. 국회 차원의 대북규탄 결의문 채택 과정에서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평화와 대화' 등의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철회하기도 했던 민주당은 차영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번 기회에 민주당을 어떻게 해서 한나라당 지지율 좀 올리고 싶은가"라고 반문했다.

차 대변인은 "할 말은 많지만 야당도 국민도 침묵하며 돕고 있다"며 "그러면 부끄럽고 미안한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반박하기도 했다.

ⓒ옹진군

정쟁에도 금도가 있다

송영길 시장에 대한 '종북좌파' 낙인찍기도 그렇다. 송 시장이 트위터에 올렸다가 몰매를 맞고 있는 글을 다시 읽어보자. 다음은 그 전문이다.

"팀스피리트 훈련의 다른 명칭인 호국훈련을 우리 군이 연평도 일원에서 수행하는 도중 북측의 훈련중지 경고통지 등이 있었으나 우리 군에서 북측이 아닌 방향으로 포사격 훈련을 하자 이에 자극받은 북이 우리 군 포진지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인천시 측의 사후 설명대로 이는 사태의 대략적인 전개를 정리해 놓은 내용에 불과하다. 어디에도 북한을 옹호하거나, 이번 사태의 원인을 남한 측에 돌리는 내용은 없다.

걸핏하면 가스통을 들고 거리를 점거하는 '아스팔트 보수' 진영에서 이를 의도적으로 오독하는 행태는 그렇다고 치자.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과 대변인까지 부화뇌동하면서, 그것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오른쪽'이라고 평가받는 송 시장을 '종북주의자'로 낙인찍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배은희 대변인이 문제의 논평을 내놓은 그 순간, 서해 일대에서는 북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포 사격 소리가 들려 오는 등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집권 3년을 경과하는, 그것도 그 어느 때보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합리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헐거운 논리로 한가하게 남탓이나 하고 있을 계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비난 여론이 이명박 정부의 '안보무능' 쪽으로 쏠리자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일까. 한편으로는 측은하기까지 하다. 자신들의 입으로 이 정부의 대북정책 '비핵·개방·3000 구상'과 소위 '전략적 인내론'의 파탄을 선언할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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