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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블랙홀"…대한민국 '올스톱'

[전망] 4대강·대포폰·한미 FTA 등 국정현안 모두 수면 아래로

북한에 의해 23일 발생한 연평도 사태로 정국 전반이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4대강 사업 논란 등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는 물론 '민간인 사찰 파문' 등 각종 현안들 역시 급격하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측의 직접적인 공격에 의해 민간인 피해까지 발생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그 동안 정치권을 뜨겁게 달궈 왔던 각종 이슈들을 모두 빨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투쟁 접고 국회로 돌아온 손학규

우선 국회는 이날 예산심의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이날 오전부터 진행되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연평도 상황이 전해진 직후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간략한 보고를 들은 뒤 산회됐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여야 원내대표, 윤원중 의장비서실장 등과 긴급 회동를 갖고 예결위와 대부분의 상임위원회 일정을 중단하고 관계 장관 등 국무위원 등을 각 부처로 복귀시키기로 했다.

이후 예산심의가 충실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여야의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가까스로 국회 파행사태가 봉합된 만큼 24일부터 국회의 예산심의 일정은 모두 정상적으로 가동한다는 방침을 일단 밝혔다.

하지만 당분간 연평도 사태 수습에 집중해야 할 국무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내실있는 예산안 검증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야당들의 협조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야당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공교롭게도 대포폰 논란에 이어 사찰 수첩의 공개 등 민간인 사찰 파문과 관련된 각종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던 시점에 북한군에 의한 연평도 공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야의 대치가 격화되는 연말 예산정국과 맞물려 화력을 '민간인 사찰 파문'에 집중시켜 왔던 야당들도 당분간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며 신중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광장에서 장외 농성에 들어갔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농성 및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면 중지하고 국회로 복귀했다.

민주당 조영택 원내대변인은 "모든 국무위원들은 즉시 귀청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하도록 했다"며 "각 상임위의 소위원회도 정부의 요청이 있다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 '예산심의' 빼고 모두 중단키로…"민주당도 협조하라"

한나라당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직접적으로 포격을 가해 군인과 민간인을 살생한 일은 6.25 전쟁 이후 처음있는 도발행위"라며 "참으로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북한 측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연평도 사태로 한나라당이 만만치않은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가 4대강 사업 논란, 민간인 사찰 파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실협상 논란 등 각종 악재들을 모두 뒤덮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나라당은 야당들을 향해 '정쟁의 중단'을 압박하면서 예산심의 등 앞으로의 정치 일정에 대한 전면적인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이 "민주당과의 다툼이 의미없는 상황이 됐다"며 "민주당도 국가안보를 위해 적극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논평한 대목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해석된다.

감세 정책, 친서민 정책, 개헌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을 두고 오는 24일부터 개최할 예정이었던 당 내 정책의총 일정도 모두 미뤄졌다. 연평도 사태가 여야의 대치국면뿐 아니라 여권 내부의 분열까지도 동시에 봉합하는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연평도 사태를 바라보는 여야 정치권의 셈법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사태의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화살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자체를 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 야당들로부터는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정상회담을 해야한다(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즉시 단절된 북한과의 핫라인을 복구하라(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는 등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출범 이후부터 강경 일변도의 기조를 유지해 온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남북 간의 직접적이고도 군사적인 충돌을 야기한 하나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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