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정치적 현안을 둘러싼 마찰로 국회의 예산심의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야5당이 여권을 향한 '민간인 사찰-대포폰 게이트' 국정조사 수용 압박과 함께 특검법안을 제출하기로 18일 합의했다.
특히 야당들은 전날 민간인 사찰 파문과 관련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추가 폭로를 계기로 화력을 청와대 등 정권 핵심부에 집중시키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단독 예산심의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등 여야의 극렬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4대강 논란 등으로 가뜩이나 난항을 거듭하던 연말 예산국회 정국의 앞날도 더욱 불투명해 졌다.
야5당 "민간인 사찰 특검법안 공동 발의한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5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민간인 사찰 파문과 관련한 특검법안 발의에 합의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은 민간인 사찰, 대포폰 게이트, 스폰서-그랜져 검사 등 일련의 불법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하라"며 "우리 야5당은 국정조사가 미진할 경우에 대비한 특검법안도 공동으로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야5당은 이번 예산국회 파행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에 있음을 분명히 밝혀 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회동에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가 총체적으로 이명박 정부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형님(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을 다 사찰했다"며 "국정원장, 야당대표, 친박계 의원, 심지어 가수까지 사찰했다는 것은 박정희 유신정권, 전두환 5공 정권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 당 이춘석 대변인도 논평에서 "(청목회 수사를 통해) 국회를 입법 장사치로 매도한 이유는 분명하다"며 "바로 청와대로 향한 모든 의혹을 덮기 위한 술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민간인 사찰 파문과 관련해 당 소속 의원들과 보좌진 등이 참석하는 결의대회를 갖고, 곧바로 청와대를 항의 방문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 "검찰에서 뺨맞고 어디서…예산심사 마냥 늦출순 없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공조를 '전형적인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선을 긋고 있다. 동시에 전면 중단돼 있는 국회 예산심의 절차를 여당 단독으로라도 진행할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기일이 있는 만큼 예산안 심사를 마냥 늦출 수는 없다"며 "야당이 예산심사를 계속 거부할 경우 단독 심사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들의 예산심사 보이콧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헌법상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오는 12월 2일을 넘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한나라당은 오는 19일 국회 예산결산 특별위원회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검찰에서 뺨 맞고 국민을 상대로 화풀이하는 것으로, 10만원 후원금 문제 때문에 309조 원의 예산을 볼모로 잡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배은희 대변인도 "검찰 수사를 구실로 예결위 회의장 밖으로 나간 것은 상식을 파괴하는 정치공세"라며 "예산안 심사 등 국회 일정을 정상적으로 처리하고 성숙한 정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야당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또 한나라당은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귀국하는 대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들의 국정조사-특검 요구 및 예산국회 파행사태와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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