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 '부자 감세 철회'를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 보수언론이 일제히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중재안에 손을 들어줬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강만수 경제팀이 2008년 경제위기를 이유로 도입한 감세안은 현재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 세율이 각각 22%, 35%인데 이를 2012년부터 2%포인트씩 내리기로 돼 있다. 친이계인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를 철회하자는 주장을 처음 제기했다. 이에 대해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가 곧바로 제동을 걸고 나서자 정 최고위원은 "강만수를 죽이고 싶겠네"라는 고강도 발언까지 쏟아내며 정면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의원 45명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해 20일 정책의총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안상수 대표가 15일 중재안을 내놓았다.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 세율 인하를 예정대로 시행하되, 소득세는 최고 세율 구간을 신설해 현행 최고 세율(35%)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안 대표는 신설할 소득세 최고 세율 구간으로 '1억 원 또는 1억2000만 원 이상'을 예로 들었다. 안 대표의 중재안 은 이날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입장을 밝힌 박근혜 전 대표의 감세안과 내용상 동일한 것이다. 박 전 대표도 법인세 인하는 예정대로 시행하되, 소득세 인하는 재검토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16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지지 입장을 밝혔다. 보수언론의 이같은 입장 표명이 한나라당 내 감세 철회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조선>은 이날 "최상위 소득층의 減稅 철회는 이해 먼저 구하고"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감세 계획은 당초 국민과 약속한 대로 지키는 게 정도(正道)다. 정부 약속 가운데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 세금에 대한 약속"이라면서 "그러나 최상위 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감세 문제는 이런 원칙만 강조하기에는 보다 미묘한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띠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은 "경제 원리를 따지기에 앞서 정권의 성격과 관련된 정치적 공방(攻防)으로 번지기 쉽다.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형편이 나은 계층의 세금을 덜어준다는 것은 정서적 위화감(違和感)을 불러올 수도 있다"며 "결론적으로 최상위 소득층에 대한 감세 철회 조치는 경제적 이유보다는 정치적·사회적 이유에서 검토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중앙>도 이날 "안상수 대표의 감세 논쟁 절충안에 주목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싣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원칙대로라면 감세 철회는 안 될 일이지만 문제는 현실"이라며 "감세 논쟁이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된 이상 덮고 넘어가기 어렵게 됐다. 2년 전 글로벌 경제위기 때와 달리 재정건전성 문제가 불거진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은 "냉정하게 따져보면 한나라당 안 대표의 절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싶다"며 "'부자 감세'라는 낙인(烙印)부터 지우고, 법인세와 소득세를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
<동아>는 이날 사설을 내지는 않았지만 1면에 "여 감세철회 힘 실린다"는 기사를 통해 여권 내 '달리진 기류'에 힘을 실었다. <동아>는 "청와대와 정부가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 벌어지는 감세 논의의 결과를 수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나라당이 정책 의원총회를 통해 안상수 대표나 박근혜 전 대표의 절충안 중에서 의견을 모아 오면 청와대가 수용할 것으로 안다.이 같은 방향의 세법개정안을 가급적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게 될 것"이라는 청와대 입장을 보도했다.
사실상 '박근혜 감세안'인 안상수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보수언론이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힌 것과 반대로 <경향신문>은 이날 '꼼수'라고 비판했다. <경향>은 "이를 놓고 보완이니 절충이니 하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안 대표의 얘기는 예정된 부자감세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부자감세를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일부 고소득층에 대해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은 속된 말로 부자감세 '물타기'를 위한 꼼수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투자와 소비 촉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감세정책의 효과는 없었다. 감세 혜택의 대부분이 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 돌아갔지만 대기업은 여전히 천문학적인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고 대기업 일자리 감소세는 바뀌지 않고 있다. 감세의 소비진작 효과도 검증되지 않았다. 감세는 애초의 목적 달성에 실패한 정책"이라면서 "복지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안 대표가 내세운 '70% 복지'를 위해서도 감세는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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