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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발전, 일자리 만드는 '에너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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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햇빛발전, 일자리 만드는 '에너지 민주주의'

[함께 사는 길] 햇빛 발전의 오해와 진실 ③

에너지 전환은 경제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그 말은 햇빛발전과 바람발전 등 재생에너지 사업이 경제성이 생기고, 투자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곧바로 우리 사회가 재생에너지 체제로 에너지 전환의 길을 가진 않는다는 소리다. 아무리 재생에너지 사업이 돈벌이가 되고 햇빛발전소와 바람발전소가 급증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에너지 소비 증가 추세로는 100%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 에너지 전환은 생산 이전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수요관리 노력을 전체 시민과 국가, 기업 모두가 실천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글을 시작하려 한다.

▲ 한신대 햇빛발전소. ⓒ함께사는길(이성수)

에너지 민주주의

마치 예전에 "좋은 땅이 나왔는데 사지 않으시겠어요?" 운운하는 기획부동산의 전화영업을 떠올리게 하는 "태양광발전소를 짓지 않겠느냐?" 전화를 받는 일이 흔해졌다. 요즘 들어 기승을 부리는 이런 '떴다방'식 태양광발전소 권유는 이제 햇빛발전소가 수지맞는 투기사업이 됐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모든 햇빛발전소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이른바 수백 킬로와트(KW)나 1메가와트(MW) 이상의 대형 햇빛발전소에만 관련된 얘기다. 덕분에 전국 임야와 논밭이 대형 햇빛발전소 건설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햇빛발전'을 투기성 돈벌이로 삼는 일은 임야의 파괴와 식량안보의 훼손도 훼손이지만, 실제로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력 소비자들이 자신의 근거지에서 자신과 이웃이 쓸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프로슈머의 소규모 분산형 햇빛발전이 에너지 민주주의와 에너지 전환의 참모습이다. 주권자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는 돈벌이 햇빛발전은 한낱 유행하는 사업 이상이 아니다. 그런 투기사업들은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고 에너지 전환의 길을 재촉하는 일과 거리가 멀다.

문제는 지금까지 역대 정부의 정책이 에너지 민주주의를 심화하고 기후파국을 막는 햇빛발전의 본의와 달리 독점 전력기업과 관련 대기업들의 이익 확대를 돕는 방식으로 흘러왔다는 점이다. 전력을 생산해 팔아서 이익을 내는 일을 돕는 데 집중된 정책은 에너지 전환의 기반인 에너지 절약체제로 우리 사회가 이행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도 없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지렛대였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없앤 것이 이명박 정부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FIT제도를 대형발전사 중심의 현행 공급의무화 제도(RPS)로 바꾼 건 노무현 정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산업자원부의 담당 관료들이다. 노무현 정부건 이명박·박근혜 정부건 청와대의 5년 내지 1~2년짜리 단기 임시직 권력 엘리트들 가운데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주요 제도인 발전차액지원제도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던 이들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기존 에너지 체계의 몸통이자 기획자인 관련 분야 관료들의 제안을 '영혼 없이 수용'해왔을 뿐이다.

지역 시민들이 지역의 전력을 주재하게 하라


FIT건 RPS건 각자 장단점이 있는 제도일 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런 제도에 있지 않다. 소수 대형 발전사와 그들의 동맹이 전력 생산을 독점하는 에너지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어떤 제도와 정책이건 에너지 전환과는 거리가 먼 제도와 정책으로 변질될 뿐이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한 에너지 체제 민주화, 에너지 분권화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시민주권과 지역 분권은 시대정신이다. 한전의 민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중요한 것이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하는 시민의 에너지 주권 확립과 에너지 분권화다. '한전이라는 막강한 국가독점기업'을 '지역의 에너지 주권자들에 의해 통제되고 관리되는 지역에너지 공기업 네트워크로 변화'시키는 일이 그것에 직결되는 의제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전환을 실천하는 주권자의 각성이다. 제도와 정책 탓으로만, 공무원들의 탓으로만 에너지 전환의 더딘 발걸음을 비판하는 것은 주권자로서의 책임회피에 가깝다. 100퍼센트 분산형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사회체제는 주권자의 각성 정도, 시민참여, 그리고 연대와 연합의 시민 결사체의 수준에 정확히 조응해서 이행될 수 있을 뿐이다. 에너지 주권을 향한 주권자 시민의 의지가 사회적 행동으로 조직되지 못한다면 에너지 전환은 신기루에 그치고 만다.

▲ 제주전기자동차. ⓒ함께사는길(이성수)

작은 햇빛발전소 확대의 걸림돌을 치워라

에너지 민주주의는 우선 시민 스스로가 에너지 생산자가 되는 데서 출발한다. 수많은 시민들이 학교나 공공기관 건물에 협동조합 햇빛발전소를 짓고, 자신의 주택건물 지붕과 벽에 햇빛발전소를 짓는 일 자체가 에너지 민주주의다. 에너지 소비자에서 에너지 생산자로 신분이 바뀌어야만 혁명적인 에너지 절약이 가능해진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살고 일하는 생활공간인 소형 건물, 특히 주택 옥상의 햇빛발전소는 에너지 전환의 주요 거점이자 시민참여 재생에너지 보급확대의 전진기지이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주택 지붕에 건설되는 햇빛발전소가 눈에 띄게 늘지 못했을까?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데도 주택 지붕은 왜 텅 비어 있을까? 사실 2012년 RPS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2016년 상반기까지 소형 주택건물 햇빛발전소는 경제성이 없었다. 소형 햇빛발전소는 대형보다 시공비 단가가 더 비싸다. 그래서 햇빛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팔아봐야 오히려 손해가 나는 경우까지 생겼다. 산자부가 RPS제도 자체를 대형 발전소 중심으로 설계하고 운영했기 때문이었다.

2016년 하반기부터 국제 모듈 가격의 하락과 무타공 시공기술 개발 등 시공비를 대폭 줄이는 산업환경이 조성됐다. 소형 주택건물에 햇빛발전소가 보급·확대될 수 있는 경제성이 일부분 확보됐던 것이다. 더구나 그때 서울시에 이어 노원구에서는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최초로 노원 발전차액지원금 제도까지 시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소형 햇빛발전소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까닭은 의외로 간단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는 전 부처에 안전 관련 규제 강화를 지시한다. 이때 산자부는 규제 강화 실적을 채우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센터의 RPS(공급 의무화)제도규칙에 '구조안전확인서' 조항을 슬그머니 끼워 넣어 '사업용 햇빛발전소를 지을 때 구조안전확인서를 첨부해야만 정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악을 행했다.

얼핏 안전 관련 규제 강화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난센스 코미디에 불과하다. 똑같은 지붕 위에 똑같은 규모로 햇빛발전소를 짓더라도 자가소비용인 경우 구조안전확인서가 필요 없지만 사업용일 경우 구조안전확인서를 받게끔 한 것이다. '주택지원사업, 건물지원사업, 지역지원사업, 태양광임대사업 등'의 명칭과 '자가용이냐, 사업용이냐'는 점만 다를 뿐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도 그런 차별이 생겼다. 모든 주택건물은 신축할 때 구조안전진단을 받는다. 결국 사업용 햇빛발전소를 지을 때 다시 구조안전확인서를 받으라는 것은 모든 건축물은 부실 시공됐다는 가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발상이다.

구조안전확인서를 받기 위해서는 건축구조기술사 또는 건축시공기술사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2017년 7월에 신축한 내 집의 지붕 위에 8월 들어 5킬로와트 용량의 햇빛발전소를 짓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치자. 약 800만 원의 시공비를 들여서 햇빛발전소를 짓고, 생산된 전기를 팔기 위해 공급인증서 발급을 신청했더니, 약 20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한 구조안전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한다. 만일 이 돈을 들여 확인서를 받으면 전기를 팔게 돼도 적자다. 말이 되는가?

세월호가 죽인 것에 소형 햇빛발전까지 포함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문제에 대해 산자부의 태도 변화가 시작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시흥에코센터. ⓒ함께사는길(이성수)

햇빛발전은 일자리를 만든다

구조안전확인서는 한 예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퍼센트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지키려면 매년 햇빛발전소를 지금보다 몇 배나 더 지어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 햇빛발전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효과가 높은 부지는 농촌의 임야와 논밭이 아니라 도시의 지붕과 벽체, 유리창 등이다. 환경 파괴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임야와 전답에는 실제 햇빛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적지가 그다지 많지도 않다. 도로 중앙부와 도로변, 다리, 주차장 등 햇빛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공간은 의외로 많다. 그것을 발견하고 채택하는 눈이 없을 뿐이다.

이러한 설치 공간의 확보를 위해 '벽체와 창에 햇빛발전소 설치를 유도할 수 있는 건물 일체형(BIPV) 햇빛발전소에 대한 보조금 제도'의 신설이 필요하다. 아직 벽체에 햇빛발전소를 짓는 데는 2~3배의 시공비가 더 들어가기 때문에 이 제도가 꼭 필요하다. 건물 일체형 햇빛발전소는 햇빛발전사업 가운데에서도 새로운 사업 분야여서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크다. 도심을 햇빛발전소로 바꿀 수 있을 뿐만 BIPV의 발전을 도울 제도를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 선두에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상징하는 전기차가 있다. 그러나 전기차의 환경성은 그 차가 소비하는 전기가 어디에서 온 것인가에 달렸다. 핵과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로 가는 전기차는 오히려 기후변화를 부추길 뿐이다. 태양과 바람이 만든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차만이 때에 따라 계통 안정을 위해 전기저장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전기차다. 재생에너지 전기차만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주택 지붕에 작은 햇빛발전소를 세워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건물 일체형 햇빛발전소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제도를 만드는 일이 전기차를 제대로 재생에너지 전환의 아이콘으로 만들 수 있다. 정부의 분발을 기대하고 정부의 정책 행동을 촉구하는 시민의 참여를 더욱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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