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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생명, 하나님 걸겠다"…적반하장 '똥돼지 아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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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생명, 하나님 걸겠다"…적반하장 '똥돼지 아빠들'

오히려 호통치는 '특채 파문' 증인들…"이러니 외교부가 지탄받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의혹'과 맞물려 줄줄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외교부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이 또 다른 구설을 낳고 있다.

각종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되풀이하는 경우는 오히려 양호한 축에 속했다. 아예 국감 출석을 거부하는가 하면, 의혹을 제기하는 국회의원을 상대로 호통을 치는 일까지 벌어진 것.

"명예뿐 아니라 제 생명을 걸겠다"는 홍순영 전 장관

4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유명환 전 장관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유종하, 홍순영 전 장관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중 유명환, 유종하 전 장관은 외국 체류일정 등을 사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유명환 전 장관은 딸의 특채 파문으로 외교부의 끝없는 추락을 초래한 장본인이고, 유종하 전 장관은 아들을 외교관으로 만들기 위해 문제의 '외무고시 2부 시험'을 도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게다가 그나마 증인석에 앉은 홍순영 전 장관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고성을 지르며 의혹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외교부 장관을 지낸 홍 전 장관은 차관 시절이던 지난 1994년 자신의 아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외무고시 과목을 유리하게 변경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아들 홍모 씨는 외시 31회 출신으로 지난 1997년부터 외교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08년에는 유명환 당시 장관에게 아들의 인사를 부탁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홍 전 장관이 유명환 장관을 공관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하면서 인사청탁을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아들 홍모 씨는 불과 5일 뒤 외교부 내 요직으로 손꼽히는 미국대사관 1급 서기관으로 발령됐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과연 외교부 인사를 5일 남기고 현직 장관과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 전 장관은 "저는 그렇게 천한 사람이 아니고, 그렇게 천한 삶을 살지 않았다"며 "평생을 정직하고 공정하게 살겠다는 인생 철학을 갖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의원은 "아직도 저렇게 뻔뻔하게 이야기를 하니까 외교부가 제대로 돌아가겠느냐"며 "그렇게 답변을 하니까 외교부가 지탄을 받는 게 아니냐"고 몰아쳤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외무고시 과목 변경 의혹을 제기하며 홍 전 장관을 압박했다. 굳은 표정의 홍 전 장관은 박 의원의 질의를 제지하며 답변하는가하면, 고함을 지르는 모습까지 보였다.

홍 전 장관은 "저는 명예를 걸고 말씀드린다"며 "자식을 위해 과목을 바꾸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부인했다.

박선영 의원이 "명예를 대단히 여러 번 거시는데, 외교관답지 않은 성정"이라고 지적하자 홍 전 장관은 다시 한 번 폭발했다. 그는 "명예뿐 아니라 제 생명도 걸겠다, 저도 인격이 있다"고 반박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남경필 위원장이 "흥분하지 마시라"고 제지했지만, 홍 전 장관은 "사람을 모욕하니까 흥분하는 게 아니냐"고 재차 고성을 내질렀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이 "의혹을 해소하려면 객관적 증거를 내놓고 말씀하셔야 한다"며 "증인이 이 자리에서 마음 속의 말을 쏟아내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의혹을 깊어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비로소 홍 전 장관은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제가 관여했다, 안 했다고 하는 문제는 제 명예를 걸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 4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순영 전 장관. 아들의 채용과 이후 인사 과정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홍 전 장관은 여야 의원들의 의혹 제기를 강한 어조로 부인했고, 때대로 호통을 치는 모습까지 보였다. ⓒ연합

"하나님께 맹세할 수 있다"는 홍장희 전 스페인 대사

다른 증인들도 의혹을 정면에서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편법을 동원해 딸과 사위를 외교부 5급 직원으로 특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홍장희 전 스페인 대사는 "딸과 사위의 의혹을 알고 있느냐"는 박선영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조차 "잘 모른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홍 전 대사는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저는 잘 모르겠다"며 "제 딸과 사위의 일이지만 솔직히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선영 의원이 "딸과 사위가 부정한 방법으로 특채됐다면 공정사회를 위해 지금이라도 사표를 내라고 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묻자 홍 전 대사는 "제가 걔네들의 인생에 끼어들어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다"는 반응도 보였다.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홍 전 대사는 "(의혹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제가 믿고 있는 하나님께 맹세할 수 있다, 저는 전혀 그렇게 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 파문과 관련한 직접적인 책임자로 지목된 한충희 전 외교부 인사기획관과 임재홍 전 기획조정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모두 최근 파문과 관련해 보직 해임된 상태다.

김재홍 전 기획조정실장은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만 답했을 뿐 제기된 의혹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충희 전 기획관 역시 "결과적으로는 사실이다"는 수준의 언급만으로 피해 갔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만으로도 아니뗀 굴뚝 정도라 아니라 명백한 증거가 아니냐"며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아니라 '위인시험'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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