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팔자가 이래서 감사원장에, 총리에…"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 나와 "뜻밖의 감사원장, 총리 이 두자리는 결코 맡고 싶지 않는 자리였다. 저는 속된 말로 '무슨 팔자가 이러나'라고 생각한다. 당초 세운 (대법관 임기 완수) 꿈의 방향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 굉장히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 "대통령께 물어봐야겠습니다. 군대 (면제)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왜 저를 쓰시는지 지금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008년 감사원장 제의를 받았을 때도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 내각'이라는 말이 있었을 때인데 저는 호남 출신이고 해서(고소영이 아니어서) 이런 시점에 국가 필요하면 응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해서 정말 울면서 (감사원장으로) 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
이는 김 후보자가 2008년 감사원장 청문회에서 "(감사원장이어서 수락했지) 총리라면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말바꾸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에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말바꾸기는 국민들이 아주 엄하게 본다"며 "김 후부자가 말하는 것을 보면 '총리는 맡고 싶지 않았다. 감사원장도 울면서 갔다. 총리는 원하지 않았지만 맡겨주면 잘하겠다'고 하는데, 그럼 (총리직 수행에 관한) 후보의 의지는 어디에 있느냐"고 질타했다.
정 의원은 "마치 본인이 '구국의 결단'이었다는 요지로 말하는데, 이 광경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후보자의 말바꾸기, 변심 등을 보게 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김 후보자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온당한 말씀"이라며 "(총리직 수락) 과정에서 고뇌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MB측근 은진수, 오해 소지 있지만 '정통 법조인' 출신"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맡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은진수 감사위원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김 후보자가 임명 제청한 은 감사위원은 2007년 대선 때 BBK팀장을 맡았고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한 이 대통령 측 핵심 인사이기도 하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은진수 위원은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 등을 맡았던 유명한 정치인이다. 5공 정부 행태를 이명박 정부가 재연하고 있지 않나"고 말하며 은 위원의 임명이 김 후보자가 강조했던 감사원의 독립성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지 따져 물었다.
최 의원은 또 "(은 위원은) 4대강 전도사라는 추부길 전 비서관과도 친분이 있는데 4대강 사업 감사를 맡기는 데 제척 사유가 된다고 본다"며 은 위원에게 4대강 사업 감사를 맡긴 것이 적절했는지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법률상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 바가 없다"며 "은 위원이 정치권 출신이라 일부러 (순서를 조작해서) 피했다면 이 자체가 감사원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이라 맞받았다.
김 후보자는 또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은 위원은) 정통 법조인 출신으로 기본적으로 바른 사람"이라 추켜세우며, "다만 외부에서 보기에 현실정치에 참여한 분이니까 정파적 판단을 하지 않을까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문제일 뿐 감사위원으로서는 성실 정확한 판단을 한다"고 은 위원을 감싸기도 했다.
은진수 위원이 맡은 4대강 사업 감사가 이미 끝났는데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최 의원은 "(은 위원이) 감사 끝나고 나서 6개월이 지나도록 깔고 뭉개고 앉아 있다"며 "공개도 안 하고 중간보고도 하지 않고 4대강 속도전을 감사원이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에 감사상황에 따라 수 년 이상씩 감사기간이 걸린 자료도 있다"며 "필요하다면 (그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답변했다.
'화수분' 논란…"지출이 6400만원 많은데다, 예금 6700만원 늘어"
김 후보자의 씀씀이도 논란이 됐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총 소득은 4억 3500만 원인데, 같은 기간 4억 9900만 원을 지출했다"며 "지출이 수입보다 6400만 원이 더 많은데 이 기간 오히려 예금은 6700만 원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이어 "자녀의 유학비용 1억5000만 원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데, 외환 거래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자료 제출을 촉구하기도 했다. 임 의원은 이어 "후보자 재산이 화수분이 아니라면 스폰서 등 다른 수입원이 있거나 재산 신고에서 고의적 은폐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r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
앞서 낙마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수상한 수입-지출 내역이 도마에 올랐지만 또렷한 설명을 내 놓지 못해 낙마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임 의원이 수입 지출 항목을 분석한 것을 참고로 해서 그 부분에서 어떤 문제가 있길래 의혹히 해소 안 되는지 추후 밝히겠다"고 답답해했다.
임 의원이 제기한 '스폰서' 의혹과 별도로 이용경 의원은 "차량 리스 비용이 250만 원으로 월 수입의 25% 정도를 차지하는데 혹시 '스폰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고, 김 후보자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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