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짝수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우리나라의 장례 관습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장례는 통상 3·5·7·9일장 등 홀수의 기간을 정하여 이루어진다. 이는 음양오행의 전통에 따라 양의 숫자로 알려진 홀수 날짜가 귀신의 접근을 막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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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를 놓고 '국장 형식의 6일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현실적으로 가능" VS "6일장 치러진 예 드물어"
국장·국민장에관한법률시행령 제10조에 명시된 장의 기간을 보면 국장은 9일 이내, 국민장은 7일 이내로 정해진다. '6일'이라는 기간을 정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 안우환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은 장례의 요건을 간략하게 규정한 것일 뿐 실제로 장례 날짜와 같은 사안은 국무회의나 법률에 따라 구성되는 장의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며 "딱히 '6일'이라는 기간이 안 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성균관 전례위원회 측 역시 "7일장·9일장은 조선 시대에나 엄격히 지켜지던 것으로 현실적인 이유를 반영해 날짜를 조정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김달수 창원대 장례복지과 교수는 "짝·홀수를 정하는 것은 만세력에 따른 유일·강일에 따라 정해질 수는 있지만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일(柔日)·강일(剛日)이란 조선 후기에 편찬된 만세력(萬歲曆)에 따라 짝수를 부드러운 날(유일), 홀수를 굳센 날(강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18일은 짝수로 유일에 속한다. 권오훈 안동권씨종보사 능동춘추 발행인은 "유일에 치르는 장례는 보통 홀수 기간으로 장례를 치러 강일장으로 바꾸는 풍습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는 장례기간을 단축하지 않고 3월장·5월장을 치를 때 적용하는 것으로 요즘처럼 4일장도 치르는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6일장을 치른 예가 거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안우환 교수는 "우리나라 장례 전통은 조선 후기 학자 이재가 만든 '사례편람(四禮便覽)'에 잘 나와 있는데 보통 제후나 천자는 9일, 고위 직급은 7일 하는 식으로 치러졌다"며 "이 안에서 6일장이 치러졌다는 기록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6일장, 국장 본래 취지 거슬러
때문에 일각에서는 '6일'로 기간을 정하는 것은 국장의 본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장이 국민장에 비해 비용이나 기간의 차이와 더불어 '예우' 차원에서 더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장에서는 '전 국민이 추모하는 묵념'의 순서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는 영결식장 내에서만 묵념이 이루어졌다. 모든 국민이 동시에 고인에게 추모의 묵념을 표할 기회의 제공 여부가 국장과 국민장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라는 주장이다.
때문에 국민장과는 달리 국장일에 관공서가 문을 닫는 이유는 '전 국민의 추도'라는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 김 전 대통령의 국장 기간을 6일로 하면 국장일은 일요일인 23일이 된다. 국장일과 일요일이 겹쳐져 그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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