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올해 1분기 환율 변동으로 입은 손실이 영업이익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이 17일 발표한 '한국기업들의 환위험 순위'라는 보고서에서 비금융기업 671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3.86%로 지난해 6.04%보다 크게 낮아진 반면, 매출액 대비 외환 관련 손익률은 -1.7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의 약 46%를 환율 변동에 대한 손실로 날려버린 셈이다. 지난해의 외환 관련 손익률 역시 -1.68%로 영업이익의 약 3분의 1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별로 보면 수출 비중이 큰 종이·목재, 철강 산업 등에서 손실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목재 산업의 외환 관련 손익은 -4.13%로 영업 이익률 3.71%를 넘어섰다. 철강·금속과 기계 부문도 손익률이 각각 -3.66%, -3.39%에 달했다.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서도 상대적으로 손실이 컸다. 항공기나 선박 등 대규모 자산을 들여오는 운수창고업도 외화부채가 큰 탓에 -3.74%의 손익률을 기록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000원대에 머물렀던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외환 관련 수익률은 최고 0.86%, 최저 -0.16%로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도 규모가 작아서 기업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환율이 춤추기 시작하면서 매출액 대비 -1% 이상의 외환 관련 손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높아진 대외의존도도 환위험 키워
기업들의 높아진 대외의존도도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조사 기업들의 수출 비율은 2001년 42.4%에서 2008년 47.1%로 늘어났다. 게다가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강화하면서 보유한 대외채권 등 외화자산이 증가하면서 환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또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환율 급변의 우려가 남아있고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성이 쉽게 바뀌기 힘들기 때문에 환위험 관리 능력 강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들은 또 관리 방법에 있어서 "환헤지와 같은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 외에 재무적인 역량을 키우고 사업전략 차원에서 대응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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