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하반기 국정 운영 기조를 친서민 정책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한나라당 내에서 "맥을 잘못 잡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대강 사업 등 '민심 이반' 정책으로 지적받는 사업에는 손대지 않고 서민 구호만 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김성식 "4대강 사업 밀어붙이면 재정 부족해 친서민정책 못해"
한나라당 초선 쇄신 대표로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김성식 의원은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보선 결과 4대강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그냥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면 재정이 부족해서 친서민 정책 다 못한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이어 "이미 4대강 사업은 그 토건 사업상 타당성 문제를 넘어 정책전환 여부에 대한 민심의 판단 준거인데 (4대강 사업) 수정 축소가 답"이라고 썼다. 4대강 사업에 예산이 쏠려 친서민 정책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김 의원은 친서민으로 가는 "정책 전환 여부에 대한 민심의 판단 준거"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7.28 재보선 이후 4대강 사업 강행 의지가 표출되고 있는 여권의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이날 서민대책특위에서도 김성식 의원은 "친서민정책이 단순히 빨간 약 발라주는 게 아니라, 4대강사업 수정, 축소, 보완 등을 통해 '예산 배분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홍준표 특위 위원장으로부터 "민주당 주장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4대강 사업 예산은 11% 증가…복지 부분인 경로당 난방비는 '0원'
실제로 정부는 내년도 4대강 사업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경로당 난방비 지원 등 일부 복지 예산은 대폭 축소하는 등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요구한 내년도 4대강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11% 늘린 5조 4000억 원이다.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비 3조 8000억원을 포함하면 내년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은 9조 20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내년도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은 87조 3000억원으로 올해에 비해 7.4%(6조 1000억 원)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예산요구 증가율인 10.1%보다 적은데다 올해 실제 예산 증가율인 8.9%보다도 낮은 것이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에 경로당 난방비 지원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친박계 일부 의원도 4대강 사업 예산 일부를 복지예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혜훈 의원은 지난달 25일 "4대강 사업을 조절하고 (4대강 사업) 예산에서 남는 부분은 서민 복지에 쓴다든지 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4대강 사업 때문에 복지 예산이 줄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왔다. 변웅전 전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달 14일 "4대강 사업예산 집행으로 지자체가 쓸 수 있는 복지예산이 크게 줄어 지역민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말했었다.
한나라, 서민대책특위 본격 가동…"홍반장이 의욕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같은 '4대강 예산 블랙홀' 논쟁이 여전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홍준표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매머드급 서민정책특위를 꾸렸다. 4대강 사업 예산 쏠림 현상을 지적한 김성식 의원은 서민정책특위 위원이기도 하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서민정책특위 첫 회의를 열고 "서민 대표를 통해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이를 청와대 및 정부담당자에게 그대로 전달할 것"이라는 취지로 운영 기조를 밝혔다.
서민대책특위는 서민 대표 명으로 구성된 10개 소위를 운영하는데, 서민주거대책소위(정양석 위원장) 재래시장대책소위(박민식 위원장), 대기업하청구조개선소위(김기현 위원장) 서민금융대책소위(박해춘 위원장), 서민영유아대책소위(임해규 위원장), 농수산물유통구조개선 및 쌀값대책소위(정해걸 위원장), 서민자녀등록금대책소위(김성식 위원장), 택시대책소위(문창준 위원장) 서민일자리대책소위(배일도 위원장), 서민의료대책소위(주광덕 위원장)이 활동하게 된다.
총 100명이 넘는 인원이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권영진 의원이 기획단장을 맡고 이범래, 이종혁, 조문환 의원이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날 회의와 관련해 김성식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서민정책특위 1차 회의중입니다. 홍 반장(홍준표 최고위원)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중"이라며 "그러나 갈 길은 멀고 가닥은 미진. 열정으로 해봐야죠"라고 썼다.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 감세 정책 등으로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민대책특위가 과연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낼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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