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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공화국을 꿈꿔 봅니다"

[귀농통문] 지리산 산내면 마을공동체 이야기

지리산 산골마을 남원시 산내면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산으로 빙 둘러싸여 이름이 산내(山內)입니다. 산내면은 지리산 뱀사골 계곡으로 유명한 동네입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은 지리산댐, 지리산케이블카, 산악철도 등 지리산을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지리산을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싸움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산내면에 젊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 것은 1997년 IMF 경제위기 다음해 시작된 '실상사 귀농학교'를 통해서였습니다. 귀농학교를 통해 산내에 정착하게 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하여 인구 2000명이 살고 있는 산내면에 현재는 귀농, 귀촌 인구가 400여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산내면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꾸린 동아리가 40여 개가 넘고, 시골 마을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꾸리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활동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하에 소개하는 '지리산이음'(http://jirisaneum.net/jirisaneum)의 활동은 '실상사 귀농학교' 이후 지리산댐 반대 운동, 인드라망과 한생명, 지리산 둘레길 만들기, 각종 생활동아리 등 산내면에서 이루어진 지난 여러 활동의 연장선에 있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와 시민들의 삶의 변화, 산내마을 구성원의 새로운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기도 합니다.

지리산이음은 산내를 농사를 주로 하는 '농촌(農村)'이라는 말보다는 도시 외의 지역이라는 의미에서 '시골'로 표현합니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온 사람들은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삶의 변화를 모색합니다. 그곳에 지리산이음이있습니다.

지리산이음은 지리산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마을, 마을과 마을, 마을과 세계를 이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더욱 잘 가꿀 수 있도록, 공간을 함께 만들 수 있도록, 협동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지원하며 지리산권을 하나의 공동체로 엮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지리산이음' 홈페이지 갈무리.

협동으로 자립과 자치의 지리산 공화국을 꿈꾼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은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 등 3개도, 5개의 시군, 1400여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곳 지리산은 자립과 자치의 가치를 가지고 협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곳입니다. 전통적인 마을 문화는 협동하고 자립과 자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시화되고 현대화되는 지금의 사회에서도 지리산의 곳곳에서 전통적인 마을의 문화가 지켜지고 있고, 그런 문화와 함께 살기 위해 지리산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새롭게 지리산에 터전을 잡은 사람들은 마을의 문화를 배우며 더 넓은 의미의 협동과 자립과 자치의 가치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간디의 물레. 왜 간디는 자립적인 마을을 꿈꾸면서 '물레'를 중요시했을까요? 이는 의∙식∙주 중 먹을 것과 사는 곳 외에 자립에서 제일 필요한 것이 '옷'이었기 때문이라 이해합니다.

마을 만들기를 구상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할 전략이 마을 밖에서 소비되는 것을 찾아내고 마을 안에서 안을 만들어 가는 방법입니다. 즉, 열심히 농사지어서 번 돈을 아이들 교육 혹은 마트에 소비하면 우리는 자립할 수 없습니다.

마을과 지역의 문제를 국가나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협동의 방식으로 주체적이고 자립적으로 풀어나가는 지리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돈과 권력의 집중으로 병들어 있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리산권 5개 시군에는 1400여 개의 마을이 있습니다. 간디는 인도에는 70만 개의 마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곤 했습니다. 자치가 이루어지는 70만 개의 마을을 점령할 군는 없다는 것입니다. 마을 하나에 한 명의 관리자를 파견한다 해도 인도를 점령하려면 70만 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권력은 빼앗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70만 개의 마을을 점령할 수 있는 국가나 무력은 없습니다. 때문에 70만 개의 마을로 이루어진 국가는 군(폭력)을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1400개의 자립적이고 자치가 이루어지는 마을의 네트워크, 지리산 공화국을 꿈꿔 봅니다. 제주도나 세종시와 같이 '지리산자치도'가 불가능할까? 뭐, 꿈이라도 꿔보자는 것입니다.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지리산이음은 자율적인 지리산 마을 주민들의 협동과 연대를 통해 자립적인 지역 경제와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자치로 지리산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이러한 대안의 가치가 지리산을 넘어 더 넓게 소통되고 공유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인적∙물적 기반의 구축, 자율적이고 공익적인 시민 활동의 촉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2012년 시골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비영리단체 '지리산 문화 공간 토닥'과 마을 카페 '토닥'이 만들어지면서 산내에서는 새로운 실험들이 이어집니다.

"도시에 농업이 필요하다면, 농촌에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도시텃밭이나 도시농업에 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보면 나중에 은퇴해서 시골로 내려와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도시에 농업이 필요하고 도시인들에게 농촌의 기운이 필요하다면 반대로 농촌에는 농업 외에 다른 무엇인가가 꼭 필요하다. 귀농귀촌한 어른들이 이곳에서 키운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도시로 나가고 있다. '이게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복잡하고 빠른 도시적 삶에 지쳐서 어쩔 수 없이 오는 귀농귀촌이 아니라, 이곳에도 문화적 에너지가 있고, 창의적인 실험이 있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지금과 다음 세대가 단절되지 않고, 농촌과 도시가 단절되지 않고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토닥 운영진들의 생각이었습니다.

▲ 지리산권 생활 공동체. 출처: 정상순, 2015, '시골생활, 지리산에서 이렇게 살 줄 몰랐지?‘ 문학과지성사에 소개된 공동체들을 재편집.

마을카페 토닥이 문을 연 이후 '산내마을신문', 그리고 최근에는 지역 청년들이 경제 자립을 꿈꾸며 만든 '살래청춘식당 마지', 지리산 공정여행을 진행하는 '지리산여행협동조합', 도시 소비자와 시골 창작자가 물품으로 소통하는 '살래펀드' 등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시골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의 만남의 자리, 시골살이학교 & 청년공존 캠프

시골에 사는 것이 특별한 삶이거나 도시를 탈출하는 부정적인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 중 하나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시골살이를 위한 정보와 기술, 지혜를 나누고 시골살이에 대한 두려움과 선입견을 없애 주는 학교, 도시와 시골의 공존을 통해 새로운 일과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시골살이학교'와 청년 대상 프로그램 '청년공존캠프'를 운영합니다.

시골살이학교는 모내기를 하는 5월과 추수를 하는 10월에 각각 10여 명의 규모로 운영됩니다. 시골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먼저 와서 산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람책 프로그램을 통해 공유하고 체험하는 학교입니다. 교육, 먹거리, 집과 에너지, 농사, 커뮤니티 등 다양한 영역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특히 홈스테이를 통해 직접 시골 가정에서 사는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제공하여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리산권 산, 숲, 마을을 여행하는 지리산여행협동조합

지리산여행협동조합은 '산내에서 날자'(산내마을연구회), 지리산 탐험, 자연놀이터 '그래' 등의 활동을 해오던 숲 해설가 등의 주민들이 모여 마을 길을 걸으며, 마을의 역사와 문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마을에 대한 애정이 커졌으며, 지리산 이곳저곳을 누리며 우리가 지리산 자락에서 살 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고, 자연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그저 즐거운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나누고 미래를 꿈꿔보는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여행'이라는 주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한 이야기를 꾸준히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지역과도 상생할 수 있는 우리의 일은 '공정여행'이었습니다. 2014년 가을부터 매주 한 차례씩 만나 '협동조합'이라는 틀을 만들고, 공정여행을 내용으로 채우며 지리산여행협동조합을 만들어내게 되었습니다. 지리산의 산과 숲, 그리고 마을을 공정 여행하는 다양한 여행 상품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대안적 농산물 쇼핑몰, 지리산에 살래펀드와 쇼핑몰 2014년 커뮤니티 조사 사업을 통해서 알게 된 구례의 '맨땅의 펀딩'을 남원 산내 지역에서 인큐베이팅하였습니다. 산내에는 트랙터를 공동구매하고 이를 통해서 농사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 모임에서 '지리산에 살래펀드'라는 형태의 농산물 유통 구조를 제안하고, 이를 통해서 탄생한 것이 지리산에 살래펀드와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도시 소비자 130명이 지리산에 살래펀드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농부와 창작자 15명이 열심히 농사를 지어 이 130명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남은 농산물은 쇼핑몰을 통해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2016년부터는 쌀 펀드도 별도로 운영하였습니다. 이 쇼핑몰에서는 농산물뿐만 아니라 지역 창작자들의 생산물인 도자기, 목기 등도 함께 유통하여 지역에 도움이 되는 쇼핑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새로운 생각들이 지리산에 모이고 있다'…지리산이음포럼

스위스의 동쪽, 해발 1500미터에 있는 작은 마을 다보스는 1년에 한 차례 세계의 중심이 됩니다.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 리더들이 모여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고 토론하는 포럼이 열립니다.

'지리산이음포럼'은 지리산권의 이슈를 넘어 한국 사회의 다양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현상들을 공유하고 대안적 미래를 설계하는 참여형 포럼으로 2015년부터 지리산 자락 산내면에서 매년 열립니다.

2015년에는 100가지의 생각을 하는 100명의 사람이 지리산에서 모여 2박 3일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모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6년에는 청년을 주제로 청년들의 다양한 실험과 도전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2017년에는 공익활동, 청년, 시민정치, 지리산을 주제로 오는 9월 1일부터 2박 3일간 열릴 예정입니다. 이 기간에 '지리산 어쿠스틱 음악회'를 개최하여 포럼에 참여한 사람뿐만 아니라 지리산 사람들과 지리산으로 여행 온 사람들도 함께 어우러집니다.

지리산 청년활력기금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밥 한 그릇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는 쉽다는 말입니다. 오가작통(五家作統)은 중국 주나라, 당나라에서 유래한 조선시대 다섯 집을 한 통(統)으로 묶은 행정자치조직. 강도∙절도방지, 풍속의 교화와 유민 방지를 목적으로 합니다. 산내에서의 오가작통은 유민 혹은 난민 수준이 된 청년세대를 위한 '통', 적금통장입니다.

산내면은 20년 전부터 정착해온 귀농자들의 노력으로 마을에 활력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 활력의 토는 생각과 경험, 능력의 다양성입니다. 그래서 산내에는 이 다양한 경험과 생각, 능력을 나누면서 살아보려고 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점점 높아져 가는 집값과 땅값, 부족한 일자리로 청년들이 들어와서 살기가 쉽지 않은 게 또 현실입니다. 이런 상태로 10년, 20년이 흐르면 산내는 또다시 노령화된 귀농∙귀촌자들만 많은 마을로 되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세 다양성이 없는 마을은 활력을 잃게 됩니다.

산내에 살면서 앞선 세가 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스스로 자립하고 마을의 활력을 높여 가고자 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지리산 청년활력기금을 통해 그들을 응원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손을 잡고자 합니다.

이미 산내에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는 선배세대들이 지리산에서 살며 놀며 일하며 자립하고자 하는 청년활동가들에게 최소 1년간 월 50만 원의 활동비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는 청년활력기금을 운영합니다. 2017년 17명의 후원자가 2명의 청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마을이 연결되어 여행협동조합과 살래펀드 등 새로운 모임이 만들어지고, 시골살이학교와 여행, 살래펀드 등을 통해 도시와 시골이 연결되고 있습니다. 청년활력기금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와의 연대이고 연결입니다. 지리산이음포럼은 이러한 다양한 활동이 모여 의미를 공유하고 신호를 세계로 발신합니다.

이렇게 지리산이음은 새로운 대안적 삶을 꿈꾸는 사람과 활동을 연결하여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리산 자락 산골마을 산내면에서의 발신에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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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통문

귀농통문은 1996년부터 발행되어 2017년 10월 현재 83호까지 발행된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계간지입니다. 귀농과 생태적 삶을 위한 시대적 고민이 담긴 글, 귀농을 준비하고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귀농일기, 농사∙적정기술∙집짓기 등 농촌생활을 위해 익혀야 할 기술 등 귀농본부의 가치와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글모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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