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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북장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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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북장 알어?"

[귀농통문] 메주에 동치미국물을 찔끔 찌끄리면…

담북장 언제 먹는 건지 알아? 겨울에 띄워서 초봄에 먹는 거야.


메주덩어리 잘게 부순 걸 요만한 자배기 있잖아? 고런데 다 담아서 동치미국물을 찔끔 찌끄려. 거 왜 동치미 다 건져먹고 나면 항아리에 국물이 남잖아. 국물이 아까우니까 그걸 안들 버린다구.


불 때는 부뚜막에 이삼 일만 두면 부글부글 끓어. 그러면 다 된 거야.


금방해서 금방 먹는 거야. 청국장이랑은 달러. 시금털털하지. 낭중엔 새큼해져. 새큼해지면 벌써 다 먹는 거야.
달래, 냉이, 풋고추 조금 넣고 지져. 담북장은 조금씩 띄워서 먹었어. 메주내도 나고, 집찌름한 게 군둥내고 나고 그랬지.

우리 친정고모가 여든 살이 넘었는데 가까이 사셔. 고모한테 들고 가서 "고모, 이것 좀 잡숴보우. 아무래도 옛날 맛이 아닌 것 같다".

우리 고모가 잡숴 보시더니,
"야, 잘 담궜다. 맛있다야, 그대로다야. 잘 지져먹었다" 하시더라구.

▲ 담북장. ⓒ남연정
꽤 오래전 수락산 기슭에 살 때 마을 아주머니한테서 '담북장'이라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어요. 저는 별 생각 없이 그저 '청국장'을 담북장이라고도 하나보다 그렇게만 알고 그냥저냥 지내왔거든요.

그런데 어느 이른 봄날, 아마도 딱 요맘때 2월 중순쯤이었지 싶군요. 절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같은 절 신도들이랑 장 담그는 이야기로 한창 꽃을 피우는데, 보살님 한 분이 불쑥 "담북장 알어?"이러고 물으셨어요. 저마다 생각나는 대로 대답들을 했지만, '담북장'을 제대로 먹어보거나 아는 사람들은 없었어요. 그래서 물었지요. "청국장 말씀하시는 건 아니고요?"했더니, "청국장이랑은 달러. 안 먹어봤구나."이러시더라고요. 갑자기 어찌나 궁금하던지 "아, 궁금해요. 담북장 어떻게 해먹는 건지 좀 알려주세요" 하고 바짝 다가가 여쭤봤지요. 모두 살림하시는 분들이라 저 랑함께 눈을 반짝거리며 귀를 기울였지요.


그래서 새롭게 알게 된 '담북장' 할머니는 이 맛있는 담북장 이야기를 맛깔스러운 경기도 토박이말로 들려주셨어요. 이야기를 들려주신 보살님은 대대로 경기도 광릉내에서 나고 자라신 광릉내 토박이 할머니이십니다.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걸 꺼려하셔서 이렇게 짤막한 소개 글로만 대신 합니다.

담북장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수년이 지나도록 '담북장'이라는 걸 맛도 못보고 줄곧 머릿속에만 담아 두었지요. '언제 기회가 있으면 꼭 지져먹어 봐야지.'이러고만 있었지요. 그러다가 얼마 전 두물머리 옷가게 들렀는데 반갑게도 거기서 '담북장'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었어요.

한 분은 두물머리 토박이이시며 옷가게 주인이신 아주머니. 가까운 용담리에서 20여 년 동안 직접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푸성귀며 싱싱한 달걀로 한식당을 잘 운영하시다가 얼마 전에 그만 두셨어요. 서너 달 쉬시더니, 두어 달 전에 다시 두물머리에 자그마한 옷가게를 차리셨어요. 또 다른 한 분은 옷가게 사장님의 오랜 소꿉친구이셔요. 용담리에서 좀 더 들어가면 부용리라고 있어요. 거기서 수십 년째 맛있는 느타리버섯을 길러 오신 두물머리 토박이 농사꾼이며 살림꾼이신 아주머니세요. 두 분 모두 지금도 텃밭농사를 지으시고 밖에서 사 먹는 음식보다 할머니랑 어머니한테 물려받은 입맛과 솜씨를 더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시는 분들입니다. 두 분도 맛깔스러운 두물머리 토박이말로 '담북장' 이야기를 아주 맛있게 들려주셨습니다. 아래 글은 두 분께서 들려주신 조금 다르면서도 비슷한 '담북장' 이야기랍니다.

이즈음 먹는 거야. 햇장 담구기 전 딱 요맘 때 해먹는 거야. 지금 장 담근다고 메주 쭉 늘어놓고 볕에다 말리고들 하잖아.

거 왜 봄에 고추장 담근다고 메주 잘게 부숴서들 말려서 절구에 빻지? 입춘 지나면 농사 준비도 해야 하고 이래저래 할 일들이 많아지잖아. 그래서 미리미리 메주도 빻아두고 장 담글 준비들을 해두는 거지.

메주를 가루 내려면 메주를 쪼개서 절구에 막 빻잖아? 절구에 콩콩 빻아서 얼개미로 쳐서 가루를 내려요. 얼개미를 툭툭 쳐서 가루를 내리고 나면 똥글똥글한 게 안 빻아진 게 체에 남아. 그러면 그것만 다시 절구에 넣고 막 빻아. 절구에 넣고 다시 콩콩콩콩 열심히 빻아. 그러고 가루를 쳐내면 다시 콩알 알갱이 같은 게 단단한 게 또 남거든. 그것만 요만한 뚝배기에다 따로 소복이 모아. 거기다 동치미국물 슬쩍 찌끄려서 부뚜막에 며칠 두면 부글부글 끓지. 끓으면 거기다가 설에 먹고 남은 두부며 전 부친 것들 있잖아. 그런 거 뚝뚝 썰어 넣고 지져. 풋고추, 달래 같은 거 조금씩 넣고 지지면 더 맛있지.

시금털털한 게 참 맛있는데. 아이, 그런 게 정말 맛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냄새난다고 질색들을 해. 청국장 먹고 회사에 가면 동료들이 벌써 킁킁거리고들 난리 난대.

메주를 잘게 빠개서 담근다고 '빠개장'이라고도 한다는 '담북장'. 어느 지역에서는 빻아둔 메줏가루로 담가 먹기도 한대요. 김장 김칫국물 남은 거를 부어도 되고요. 메줏덩어리가 불면서 빡빡해지니까 국물을 조금 흥덩하게 부어야 한대요. 더 늦기 전에 저도 어서 메주를 구해 담가 먹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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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통문은 1996년부터 발행되어 2017년 10월 현재 83호까지 발행된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계간지입니다. 귀농과 생태적 삶을 위한 시대적 고민이 담긴 글, 귀농을 준비하고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귀농일기, 농사∙적정기술∙집짓기 등 농촌생활을 위해 익혀야 할 기술 등 귀농본부의 가치와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글모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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