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개도국의 회복이 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 등은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나 경제의 자유낙하는 멈추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속도의 차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노출 정도 및 경기부양의 차이와 정부주도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민감도 차이에 기인한다.
하반기 경제(또는 경제지표)의 기본적인 흐름은 표면적으로 상반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 경제권 모두에서 유사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성장률 기준으로 보면, 상승 모멘텀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우리나라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하반기 중 플러스로 반전될 것으로 판단되며 소비지표 등의 상승세도 조금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선행지표들의 뚜렷한 상승세는 이러한 실물지표의 움직임을 예고하고(또는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금년 상반기의 반등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반기 경기반등 동인이 하반기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선 하반기 이후 정부의 경기부양여력이 소멸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하지만 상반기에 비해 지출의 규모는 조금 줄어들 수는 있어도 여전히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이 이루어져 잉여유동성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재정 정책의 시차 등을 감안하면 3/4분기 또는 금년 하반기 중에 발표되는 경제지표에는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가 상당 부분 녹아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현재 금융시장에서 경기 반등의 기조가 보다 뚜렷해 질수록 이른바 '출구전략'이라는 유동성 환수 정책에 대한 우려의 그림자 역시 훨씬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인지해서인지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은 아직 취약한 제반 여건 등을 감안해 출구전략의 시행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언급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경제의 펀더멘탈이 출구전략을 받아들일 만큼 튼튼해 졌는가에 대한 판단과는 별도로 출구전략을 실행할 수 밖에 없도록 압박하는 강한 동인이 자라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다른 실물부문에 비해 너무 빠르게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을 정부도 인식해서인지 7월부터 정부는 부동산 부문을 부양하는듯 했던 그 동안의 정책 기조를 바꿔 다시 규제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7월 7일부터 서울 인천 경기 전 지역의 만기 10년 이하 또는 담보가액 6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 현재 60% 이내인 담보인정비율(LTV)을 50% 이내로 차등 적용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부동산안정책을 발표했다. 또한 이번 대책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소득수준에 따라 대출한도액을 제한하는 DTI(총부채 상환비율) 규제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하는 등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현시점에서 판단할 때 정부 조치의 실효성 및 부동산 시장의 안정 여부에 대해 아직 부정적이다. 강남 지역처럼 부동산 불안의 시발점이 된 지역들은 이미 이 규제의 영향하에 있다는 점 등 여러가지 이유가 거론될 수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부동산 경기에 대한 민간부문의 기대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왼쪽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 심리지수 중 부동산과 주식 가치 전망의 변화를, 오른쪽은 월별 금융기관 대출태도 지수 변화를 보여준다. 가계와 금융권 양쪽이 부동산의 가치 상승에 대해 긍정적인 해석을 보이고 있다. ⓒKTB투자증권 제공 |
최근 발표된 7월 소비자심리지수에서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소비자기대지수가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점이 아니라 여전히 부동산에 대한 기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7월 주식가치전망CSI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기대는 상승해 전망수치가 역전되었다는 것은 가계 부문의 자산 선택이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흐름은 가계부문의 일방적인 기대만은 아니다. 이달 초 한국은행에서 집계해 발표한 '3/4분기 금융기관 대출태도 지수'를 보면, 금융기관 대출 담당자들은 가계의 주택관련 대출수요는 3/4분기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 역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가장 수익성이 양호한 자산 운용수단인 주택대출에 대해 대출태도를 3/4분기에도 완화시킬 의향은 없어 보인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 기본적으로 금리의 함수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금리를 건드리지 않는 정부의 미시적 정책은 실질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경기부양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 정책은 실효성이 커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에 대한 이러한 기대의 확산은 결국 이에 따른 부작용 우려로 이어질 것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출발은 부동산 부문에서 발생한 버블에서 출발했고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버블은 빈부격차의 확대나 여러 가지 사회적 비용의 급증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미시적으로 보더라도 부동산에 대한 기대확산은 지속적으로 시중의 자금을 흡수함으로써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자금이 배분되지 못하게 하고 금융기관이나 가계의 안정성도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정책금리의 변경이 가능한 한 보수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 변경의 가장 큰 동인은 일반적인 경기지표나 물가지수가 아니라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일 것이다.
하지만 경제 펀더멘탈이 완전하게 여물지 못한 상황에서의 정책 금리 인상은 결국 경기 위축의 또 다른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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