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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장애 등급제 개편 손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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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장애 등급제 개편 손떼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대선 후보, 장애 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나서라

2014년 4월 17일, 장애인 송국현 씨가 화재로 사망했다. 송국현 씨는 삶의 절반인 23년 동안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2013년 시설에서 나와 자립을 시작했다. 혼자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정부에 활동 보조 서비스를 요구했다.

사망 3일 전에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뇌병변 5급에 언어 장애 3급으로 종합 3급 장애인이라 1·2급 장애인에게만 지원하는 서비스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세상을 떠나기 3일 전, 송국현 씨는 이의 신청을 하기 위해 장애 등급 심사 센터를 다시 찾았지만,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흘 뒤 송국현 씨의 집에 불이 났고 몸이 불편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송국현 씨는 심한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오다가 사망했다.

2016년 11월 19일, 전북 전주에서 한 아버지가 열일곱 살 발달장애인 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자신도 투신해 숨졌다.

사흘 뒤인 22일, 이번엔 경기도 여주에서 어머니가 스물여덟의 지적 장애 1급의 아들을 목 졸라 죽였다. 아들은 지적 장애에 뇌병변 장애가 있는 중증 중복 장애인이었다. 어머니는 자신도 죽고자 병원에 수면제를 사러 갔다. 하지만 병원 처방전이 없어 구매에 실패하면서 결국 경찰에 자수했다.

장애인 복지의 독소조항, 장애 등급제와 부양 의무제

▲ 장애인들의 광화문 농성장. 2월 21일로 1644일째다. ⓒ김선화
장애인들에게 복지 접근을 가로막는 두 가지 큰 장벽은 장애 등급제와 부양 의무제이다. 장애 등급제는 장애인의 신체에 매겨진 등급이다. 이 등급을 근거로 복지 제도 이용이 제한당한다. 예를 들면 1, 2급의 장애인만 장애 연금을 받고, 중복 3급까지만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장애인들의 필요와 어긋난 행정이다. 장애 3급이나 4급 장애인도 소득이 부족하면 장애 연금이 필요한데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고 있다.

201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전체 예산은 1.9조 원이다. 전체 예산 대비 고작 0.41% 수준이다. 한국 사회 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5%에 달함에도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 가입 국가 중 장애인 복지 예산 최하위 수준에서 살고 있다. OECD 재정 수치를 보면, 전체 국가 재정에서 장애인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2013년 GDP 0.6%이다. 이는 같은 해 OECD 평균인 국내총생산(GDP) 2.1%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부양 의무제는 기초 생활 보장 제도와 관련하여 부양 의무자인 1촌 내 직계 혈족이나 배우자(사위, 며느리, 계부모)에게 기준 이상의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수급권을 박탈하거나, 수급액을 감액하는 조항이다. 이로 인해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제로 빈곤함에도 복지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부양 의무제가 가난한 이들과 그 가족까지 가난하게 만드는 족쇄이자, 복지 제도의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2015년 7월에 개정된 국민 기초 생활 보장 제도(이른바 '맞춤형 개별 급여')에는 교육 급여에서 '부양 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다. 그러나 교육 급여는 취학 중인 가족이 있을 때만 적용되고, 소득 보장이라는 기초 생활 보장 제도의 취지와 멀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크지 않다.

대선 후보들, 부양 의무제 폐지를 말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장애인 정책 1호 공약이 바로 장애 등급제 폐지였다. 하지만 내용은 왜곡되고 축소되어 예산 기반도 없는 말 장난으로 3차례의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겉보기에는 박근혜 정부가 공약 하나를 지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는 이렇다. 장애 '등급'을 장애 '정도'로 말 바꿈하고, '중·경 단순화'를 유지하며 예산은 반영하지 않았다.

4월부터는 '개인별 맟춤형 복지'라고 떠벌리는 '장애 등급제 개편 3차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우리는 박근혜표 장애 등급제 개편을 중단시키고 장애 등급제 '완전' 폐지를 요구한다. 사회 복지 서비스 전달을 위한 장애 등록은 의학적 판단에 의한 장애 유형이나 장애 정도의 기준으로만 이용해야 하며, 장애 정도와 유형에 따른 사회 복지 서비스는 장애인 개인에 맞춰 개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부양 의무제도 폐지해야 한다. 근대 시민사회와 더불어 사라진 유물인 '연대 책임제'가 아직 이 땅 대한민국에는 계속 살아 있다. 가난한 이들의 복지 책임을 더 이상 가난한 사람들과 그 가족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엊그제 유승민 의원이 복지 공약 1호로 부양 의무제 폐지를 내놓았다. 환영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부양 의무제 폐지를 약속했다. 부양 의무제 때문에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 이들을 복지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은 현재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다른 대선 후보들도 이 공약을 함께 발표하기를 강력히 요청한다.

촛불이 명령이다. 장애 등급제와 부양 의무제를 폐지하라!

장애 등급제, 부양 의무제 폐지를 촉구해온 당사자들의 절규와 안타까운 죽음, 광화문 농성을 비롯한 오랜 투쟁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왔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되었다는 점에서 장애 등급제, 부양 의무제의 폐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 비상 국민 행동(퇴진 행동)'은 최근 촛불 시민의 개혁 열망을 체계화하여 10대 분야 100대 촛불 개혁 과제 대국민 제안을 마련하였다. 그 중 '사회복지/공공성, 생존권' 분야에서 첫 번째 개혁 과제가 장애 등급제, 부양 의무제 폐지이다. 대선 후보들과 정당들은 주권자들의 냉엄한 심판을 피하고 싶다면 장애 등급제와 부양 의무제 폐지에 적극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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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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