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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시위의 악순환', 그 한마디의 잔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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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시위의 악순환', 그 한마디의 잔혹함

[기자의 눈] 일산경찰서 달려가던 대통령의 그 모습 보고 싶다

"과격시위의 악순환이 끊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용산 철거민 강제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진압경찰 1명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청와대가 내놓은 첫번째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실을 찾아 '익명'을 요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시위를 하는 쪽만의 문제라는 의미냐"는 질문이 당장 쏟아졌다. 그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부연하면서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후 일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 ⓒ프레시안

'MB스러운' 대통령 이미지, 누가 만들고 있나?

사태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발언이었다. 앞서 이 대통령의 '진상파악' 지시만 전해졌을뿐, 청와대 측은 '용산참사'와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던 터였다. 청와대는 형식적인 유감표명조차 없이 '과격시위'라는 단어를 자판기처럼 내놓았다.

'오해'가 풀리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는 정권인 만큼, 백번 양보해 이 '관계자'의 진의를 곱씹어 보자. 아마도 이 관계자는 '강경진압과 과격시위의 악순환'을 지적하고자 했을 터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과격시위의 악순환'이라는 문제의 발언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었을 뿐"이라며 뒤늦게 주워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청와대 대신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불법농성', '불법점거', '법과 원칙'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가며 애써 '화염병 시위'의 문제점을 강조하고 나선 한승수 국무총리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사태 이후 청와대의 일성이 왜 '과격시위의 악순환'일 수밖에 없는지를,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법질서 확립'의 칼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생사람 6명이, 그것도 불에 타 죽었다. 그 중 한 명은 진압경찰이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일인가. 국민들의 참혹한 죽음을 두고 내놓은 '점잖은 훈수'가 대통령 이하 정부 관계자 분들이 그토록 금과옥조로 떠받드는 '글로벌 스탠더드'인가.우선 겸허하고도 낮은 자세를 취한 채 사태해결에 팔을 걷고 나서는 게 우선이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오로지 전진"을 외치며 내달리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참모진의 이같은 행태가 '사장님 대통령', '피도 눈물도 없는 지도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엠프가 아닐까.

일산 경찰서장 '깨던' 대통령은 어디갔나

하기야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이다. 문제는 결국 대통령 한 사람에게 귀결된다.

이 대통령이 사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대목을 두고도 시선이 곱지 않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정동기 민정수석으로 관련보고를 받은 뒤 '진상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나 현장방문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취임 직후인 지난 해 3월 일산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과 관련해 전격적으로 일산 경찰서를 방문해 서장을 직접 질타하던 대목과 사뭇 대조적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여러분들은 생명의 귀중함과 철저한 사고처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서 현장 경찰들을 몰아세웠고, 당시 경찰은 납치미수 사건의 범인을 대통령 방문 6시간만에 검거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일부 언론의 상찬이 뒤따른 것은 물론이다.

이 대통령은 용산경찰서,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할 계획은 없는지? 그 동안 누누히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지 않았는가.

혹시라도 "화염병을 든 시위대는 국민이 아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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