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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ㆍ재정건전성 악화의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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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ㆍ재정건전성 악화의 부메랑

[기자의 눈] 내년 봄은 2008년 겨울의 '단독 처리'를 잊을까?

#1. 3대 기조는 '부자감세-SOC확대-재정건전성 악화'

말 그대로 우여곡절 끝에 2009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예산 처리 과정과 예산안 자체가 처리되는 과정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도 없지 않다. 특히 올해 국회의 예산안 심사는 경제적인 부분에 집중됐다. 정략과 당리당략이 없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경제정책과 기조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 와중에 최악의 경제상황 속에서 과감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됐고 결과적으로 예산 증가율은 두 자리 숫자를 넘겼다.

이런 까닭에 "국제 회의에 나가면 다른 나라 장관이 부러워한다"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 무색할 정도의 적자재정이 편성됐다.

▲ ⓒ뉴시스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까지 한 데 모여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했지만 내년 예산안의 기조는 '부자 감세-SOC대폭 증가'로 정리할 수 있다. '여당 속의 야당'이라는 말을 들었던 이한구 예산결산특위위원장은 SOC 축소 폭을 줄이는 과정에서 '잠적' 등 현란한 전술을 발휘했다. 그리고 감세안을 막아내지 못한 야당도 막판에는 각종 요구안을 내밀어 오히려 재정건전성은 더 악화되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물론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재정을 편성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그 누구도 정답을 내놓긴 어렵다.

몇 년 후 "그 때 눈 딱 감고 체질개선을 했었어야 된다"고 사후약방문을 내놓을 수도 있고, 반대로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재정지출을 늘렸으면 이 상황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를 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는 이야기다.

#2. 적자 예산 때문에 정치지도자들이 암살당한다?

대표적인 '미드' 중의 하나인 <24>의 원형인 '미치 래프(Mitch Rapp)'시리즈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빈스 플랜의 데뷔작은 '임기종료(Term Limits)'라는 소설이다.

지난 1998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한국에선 10년이 지난 올해 2월에 출간됐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화끈하다.

임기 종료를 1년 앞두고 재선에 눈이 팔린 대통령과 부패하고 노회한 정치인들은 재정적자를 확대시키는 예산을 밀어붙이는데 정신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노회한 상원의원과 하원의장 등 보수적 정치인 4명이 암살되고 "의원들을 살해한 것은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에게 보내는 경고다. 예산 적자를 감수하며 지출을 늘리고 당파정치를 하던 시절은 끝났다"는 협박장이 날아든다.

그럴 만한 것이 소설 속의 예산안은 적자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달하고 미국 정부는 20세기 안에 10조 달러의 부채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늘 <뉴욕타임스>에 실린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37퍼센트가 배섯, 코슬로우스키, 피츠제럴드, 다운스의 죽음이 나라에 손실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답니다. 아무래도 일반 국민들이 암살자들에게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언제나 똑같은 꼴인 정치인에 신물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심하지 않으면, 이 암살자들을 오히려 용사로 둔갑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 본문 중

일견 허술한 면도 있는 이 책의 줄거리를 더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만 대중의 역능과 정치보다는 '행동하는 고독한 영웅'에 열광하는 미국 사회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 정부의 예산 정책과 무능에 분노한 세력이 정치권을 규탄하는 형태로 조직적인 암살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소설만의 상상력일 테다.

#3. 1996년 겨울의 날치기, 2008년 겨울의 '단독처리'

테러와 암살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대입하는 건 물론 과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지금 당장은 '작전 성공'을 자축하고 있겠지만,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 단독 처리에 따른 대중적 분노의 부메랑을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1996년 겨울 자신들의 전신이던 신한국당의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처리는 결국 파국으로 이어졌다. 이는 당시 초선의원으로 날치기에 '징발'됐던, 그리고 오늘에 와선 원내대표 자리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홍준표 의원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짠 첫 예산안이 사실상 '단독 처리'로 통과된 지금, 12년 전의 기억과 더불어 이 소설 내용이 자꾸 머릿 속을 맴돈다.

특히 '지지하는 정당 없음' 응답자가 가장 큰 정치세력일 뿐더러, 방송과 인터넷 등 언로가 막히고 있는, "노조 때문에 GM이 망했다"는 단순한 사고를 지니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통치하는 한국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억누르면 터질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뉴라이트를 비롯해 각종 우익 단체들, 그야말로 신흥 '완장세력'들의 공동 후원행사에서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는 "좌파는 내년에 촛불보다 심한 광란의 폭동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단언컨데, 내년에 소설이 그린 상상 대신 봉 대표의 표현대로 '광란의 폭동'이 발생한다면 그 배후는 이 정부와 여당 그리고 '완장세력'들이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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